[김원회 교수의 sexology]명기의 조건

중국은 3가지, 조선에선 5가지

박현준 기자 2011.05.02 14:08:47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만든 바이올린에나 어울릴 것 같은 '명기(名器)'란 말은 국어사전에도 그저 '유명한 기물' 정도로만 나와 있지만, 어른이면 대부분 그것이 여자의 특별한 기능과 관련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성 관계 때 질의 조이는 힘, 그러니까 수축력이 매우 강해서 마치 무는 듯 하다든가 그래서 악어니, 진공청소기니 하는 터무니없는 별명까지 붙은 터지만 원래 명기가 이렇게 어느 특수 부위의 해부학적 상태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 사람들은 긴자의 여인이라는 뜻의 '긴자꼬'라 부르지만 우리는 마땅한 단어가 없어 그렇게 부르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 경련이라고 하여 산부인과 진찰 때 손가락 하나도 넣을 수 없는 경우에서부터 반복된 출산으로 전혀 저항을 느낄 수 없는 경우까지 여자의 질은 다양하므로 얼마든지 있을 수는 있는 얘기지만 그게 명기가 되기에 필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명기로 만들어준다는 수술법이 횡행하지만 진정한 성의 즐거움은 두 다리 사이가 아니라 두 귀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우선 알아야 더구나 여자들이 의도적으로 이를 흉내 내는 것도 가능하므로 별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또 성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라는 게 결국 우리의 뇌가 평가하는 것이므로 좀 더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정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쩌면 성과 관련된 숱한 오해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무가지나 여성잡지 광고란 같은 곳에 심심찮게 '명기를 만들겠다'는 문구가 보인다. 그러나 지금 많은 남녀가 겪고 있는 성과 관련된 고민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성기의 해부나 생리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며, 혹 전신적 상태의 일환이거나 심리적 원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술로 도움 받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부부간의 충분한 대화, 상담을 통한 심리치료, 경험 또는 인지치료, 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을 시도해 보고 되돌릴 수 없는 수술요법은 마지막으로 미루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변강쇠나 옥녀는 어쩌면 우리의 대리만족을 위해 조상들이 만들어 낸 인물들일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들이다. 행여 그 비슷하게 되려는 시도를 하거나 포르노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낸 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섭렵하려다 실패했다고 의기소침할 이유는 없다. 이들은 모두 가식이거나 심하게 과장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명기 타령을 하는 것은 그러나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조선조에도 외모만으로 이런 재주 있는 여성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었다. 즉 눈매가 길고 고우며, 콧날이 오독하고 콧방울이 복스럽고, 살결이 윤택하고 귀골이며, 어깨는 둥글고, 젖꼭지가 검붉으며, 히프가 둥글고 펑퍼짐하며, 머리가 구름 같고 검다는 등이 그것이다. 또 중국의 소녀경에 입상여인이라 하여 명기의 조건으로 일상, 이모, 삼수를 들기도 했다. 즉 ‘질이 비교적 앞쪽에 위치하며, 음모가 많지 않고, 애액이 많은 여자’라는 뜻이다. 질의 조이는 힘을 도와주기 위한 비수술적 방법으로 회음부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운동을 시키기도 하는데, 이는 권장할만한 일이다. 케갈 씨 운동이라고도 하는 불두덩꼬리힘살 강화운동인데 자신이 질을 잡았다 놨다 하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질 안에 콘 형태의 약간 무거운 이물을 넣고 이것이 빠지지 않도록 같은 형태의 운동을 하기도 한다. 복식호흡까지 곁들여 숨을 들이 마시면서 질이나 회음과 항문에 정신을 집중하고 숨을 내쉴 때에 눈과 입 주위의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동시에 항문 주위의 회음부 근육을 수축 시킨 후 다시 이완시키면서 숨을 들이 마시고 휴식하는 방법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 않더라도, 그저 소변을 보다가 의도적으로 이를 멈추는 것 같은 근육운동만 반복해도 된다. 이런 운동들은 여성들의 성기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남성들의 성기능에도 역시 놀랄만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며, 원래는 요실금의 치료 방법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성은 두 다리 사이보다도 두 귀 사이가 즐거워야 하는 것이므로 어떤 방중술의 근본도 이를 무시하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여자가 소위 진정한 명기의 소유자가 되려면 페니스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 같은 기술보다도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 주어 그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가 되도록 감동시켜야 한다. 흔히 성을 일컬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이는 몸과 몸이 맞닿아 서로의 교류를 이뤄내는 작업이란 뜻도 있겠지만 둘 사이의 소통을 위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묵묵히’ 벙어리인 체하는 우리의 고상한 성문화는 바꾸는 것이 좋다. 카마수트라를 쓴 바짜야나는 섹스 중에 ‘나는 당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얘기하는 여자를 남자는 평생 잊지 못한다고도 했다. 이런 교류가 그러나 꼭 언어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위에서 얘기한 소녀경의 명기조건 세 가지에 조선조 때의 우리 조상들이 몸을 흔드는 요번을 네 번째에, 그리고 소리를 내는 것을 뜻하는 감창을 다섯 번째에 덧붙여 넣은 분류도 있었다. 이렇게 성 표현 중에 내는 교성 또한 남녀 모두에게 매우 흥분된 감정을 안겨다 줄 수 있으므로 명기 판단의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쾌감의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소리를 내어도 좋다. 여자의 ‘소리’는 남자의 ‘속도’를 부추기고, 일부 여자가 일부러 내는 소리에 남자는 항상 속는다 레빈이라는 성 학자는 소리를 내게 되는 이유가 자신의 현재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서, 즐거움을 더 돋우기 위해서, 그리고 중추신경 흥분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 동물행동과학자는 원숭이에서 임신율을 높이고 좀 더 나은 유전자를 가진 정자를 받기 위해서 암컷이 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교미 때 암컷이 교성을 내면 수컷은 59퍼센트의 경우에서 사정을 하지만 조용히 있으면 단지 2퍼센트만 사정을 했다고 한다. 자기의 짝이 아닌 수컷과 교미할 때 더 큰 소리를 낸다는 재미있는 보고도 있다. 인간의 남자들이 5감 중 특히 시각에 의해 쉽게 흥분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여자들은 이에 못지않게 청각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소리도 예외는 아니다. 엔슬러라는 미국 여배우가 1996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버자이나 모노로그' 즉 '질의 독백'의 하이라이트는 그녀가 성대 묘사한 18가지의 소위 '질의 신음' 소리들일 것이다. 성 표현 때 여자가 침묵하는 경우, 신음 소리 같은 의미 없는 소리만 내는 경우, 말을 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이들 모두가 파트너에게 각각 다른 영향을 주게 된다고 한다. 대체로 여자의 교성은 남자의 자존감을 고취시켜 주기도 하지만 남자로 하여금 빨리 사정을 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이 때문에 피곤하거나 지쳐서 빨리 마치고 싶은 여자들이 일부러 내는 경우도 많다. 외국의 통계이기는 하지만 약 25%의 여성들은 일부러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이들은 거의 매번 그렇게 하며 남자들은 대부분 속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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