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소에도 티격태격하는 사이”

영화 ‘애정만세’서 30대·10대의 사랑을 연기한 허준석·류혜영

이우인 기자 2011.06.13 13:46:48

허준석 “난 오빠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데….” 류혜영 “먼 훗날에도 형님(류혜영은 오빠를 형님이라고 부른다)을 오빠라고 부르진 않을 거예요!” 영화 ‘애정만세’의 두 번째 이야기 ‘미성년’에서 30대·10대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허준석과 류혜영은 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 현실에서도 티격태격했다. 개봉일(6월 9일)을 일주일 앞두고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친오빠·동생처럼 스스럼이 없었다. 허준석이 말을 꺼내면 류혜영이 손사래를 치며 면박을 준다. 한참 어린 류혜영의 이런 행동이 화날 법한데도 허준석은 ‘허허’ 웃기만 한다. 철딱서니 없는 여동생을 애정의 눈길로 보는 듯했다. “전혀 당황스럽진 않아요. 혜영이는 늘 에너지가 넘쳐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또 의외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랍니다. 언제나 솔직하고 생각이 갇혀 있지 않아서 참 좋아요.” (허준석) ‘애정만세’는 ‘사랑’은 나이와 성별,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모두의 감성임을 두 개의 에피소드 ‘산정호수의 맛(부지영 감독, 서주희 주연)’과 ‘미성년’을 통해 전달하는 영화다.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미성년’은 30대 ‘소심남’과 10대 ‘당돌녀’의 사랑을 그린다. 애인에게 차이고 사랑에 체념한 30대 남자 진철의 삶에 어느 날 여고생 민정이 등장해 마구 어지럽힌다. 처음엔 민정을 성가셔하던 진철도 그녀의 솔직함과 당당함에 점점 동화되어간다. 처음엔 장난처럼 진철을 대하던 민정도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허준석과 류혜영은 요즘 영화 홍보로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성년을 맞이한 류혜영은 갑작스러운 변화(평범한 대학생에서 영화배우로 변신)에 매일이 새롭다면서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하하하’ 웃었다. - 얼마 전에 성년의 날을 맞았는데 어떻게 보냈나? 류혜영(이하 류)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이 공강이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성년의 날이 반나절이나 지났더라. 그래도 학교 과제로 찍는 영화의 리딩(Reading) 때문에 학교에 가긴 했다.” - 친구들을 리드하는 성격일 것 같다. “리드는 안 한다. 그런데 튀는 성격은 맞다(웃음).” - 제목이 ‘미성년’인데, 미성년과 성년의 차이를 뭐라고 보나? 허준석(이하 허) “그건 스스로의 문제인 것 같다. 자신의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가 아닐까?” “이제 부모님 허락을 안 받고 뭔가를 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다. 미성년일 때도 다 알아서 했지만 이제는 법적으로 혼자니까.” - 연극 ‘닥터 이라부’로 데뷔했는데, 연극은 어땠나? “작년 12월 1일부터 올해 3월 6일까지 공연했다.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긴 했지만 매일 똑같은 공연을 하다 보니 힘들었다. 그래도 같이 공연한 형님이나 언니가 너무 좋아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영화랑 연극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 “연극은 매일 똑같은 걸 공연해야 하고, 공연 중에 변수가 생겨도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호흡을 계속 끌고 가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 한 번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는 신과 컷을 조금씩 끊어서 가니까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 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에서 슈퍼주니어 최시원의 친구 역할을 연기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30대를 연기했다. 어색하진 않았나? “드라마에서 나는 내 나이를 연기해서 편했다. 최시원 씨가 자기보다 더 많은 나이를 연기한 셈이다. 사람들은 나와 시원 씨가 친구인지 아닌지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더라(웃음).” - 언론시사회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1982년생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스스로 노안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솔직히 내가 봐도 노안이긴 하다. 오히려 지금이 약간 젊어진 것 같다. 학교에서 한창 연극할 때는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긴 머리를 묶고 다녀서 30대 중후반으로도 봤다(웃음). 임채무 선생님의 젊었을 때 모습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나? “별로 없는데, 중학생 때는 강동원을 닮았다는 이야길 들었다. 여배우보다 남자 배우 닮았다는 소리가 더 많다.” - 허준석을 오빠라고 부르지 못한다던데 어째서인가? “1살 차이가 나는 오빠들에게도 형님이라고 부른다. 중학생 때부터 그랬다. 형님이라고 부르니 상대방이 나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 실제로는 소심하지 않고 우유부단하지도 않은 ‘천상 남자’라는데, 증명해봐라. “좋고 싫음이 확실한 편이다. 거짓말도 잘 못하고 운동도 좋아한다. 복싱도 배웠다. 말은 원래 어눌하다. 소심한 면은 나이가 들면서 더 생기는 것 같다.” - 소심할 때도 있나? “미친 듯이 소심하다. 알고 보면 엄청 소심한 여자다(웃음).” - 양익준 감독은 정말로 특이한 사람 같다. “나랑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신나게 사는 게 닮았다.” “어리게 사는 것 같다. 행동이 철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생각이 열려 있다.” - 양 감독에게서 카리스마를 봤나? “촬영 현장에서는 무섭지 않은데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 진지함이 멋있다는 말은 아니다. 양익준 감독이라는 사람이 멋있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해주는 사람도 양 감독이다. 그러다가 내가 극 중 구타를 당하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때는 양 감독이 확실하게 냉철해졌던 기억이 난다. 어설프게 하면 오히려 다치고 촬영시간도 지체된다면서 시범을 보여줬다. 그때 양 감독의 카리스마를 느꼈다.” - 영화에서 짬뽕을 자주 먹는데 진짜로 좋아하나? “중국집에서 요리를 시키면 자장면이 아니라 짬뽕을 시킬 정도로 짬뽕을 좋아한다. 하지만 촬영 이후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짬뽕을 두 그릇 정도 먹었는데 그때의 짬뽕이 워낙 맛이 없었다. 국물은 식은 데다 면은 탱탱 불었고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았다. 사해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려고 학창시절에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했다는데, 원래 모습은 어땠나? “지금이랑 별로 다르지 않다. 원래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진 막 먹었다. 스스로 축복받은 체질이라며 좋아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체질이 변해서 살이 붙더라. 그때부터 관리하기 시작했다.”

- 언제부터 연기자가 꿈이었나?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그때 영화를 보다가 연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연기를 먼저 공부한 다음 해보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준비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언니(연극배우 류선영)의 영향은 아니었다. 고등학교(계원예고)를 즐겁게 다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연극반에 들어갔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게 됐다. 이쪽 일은 내 성격과 잘 맞는 것 같다.” - 연기자가 되는 일을 부모님이 순순히 허락했나? “내가 복 받은 것 중 하나는 아버지를 잘 만났다는 사실이다. 원래 아버지는 글을 쓰고 싶어 했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다른 일을 하셨다. 고향(부산)에서는 단편소설로 등단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쪽(예술) 일을 이해하고 내 일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신다.” “부모님은 그냥 나를 믿어준다. 어릴 때부터 알아서 하라는 주의셨다. 그래서 나는 또래보다 독립심이 강한 편이다.” - 20대와 30대 때 바라보는 사랑의 관점은 달라졌나? “달라졌다. 예전엔 내가 생각해도 못됐었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이해가 됐다.” -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윤계상(윤필주 역)을 좋아한다던데, 어째서인가? “원래 윤계상 씨의 팬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최고의 사랑’에 빠지다 보니 좋아졌다. 나는 멋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독고진(차승원 분)보다 윤필주의 선한 웃음이 좋다. 더 솔직해 보이고 매력적이다.” - 이상형이 궁금하다. “이상형은 없다. 사람을 볼 때는 남자든 여자든 눈을 본다. 눈에서 진심을 읽는다. 눈이 반짝반짝 예쁜 사람이 좋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9월부터 방영되는 SBS 미스터리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 출연한다. 국가의 노비 중 한 명으로 행동 대장 역할을 맡았다.” “일단은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6월말부터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하는 중편영화 ‘숲’ 촬영에 들어간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나와 잘 맞는 감독을 만나고 싶다. 그러면 어떤 역할이든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닮고 싶은 배우는 영화 ‘클로져’의 나탈리 포트만이다.” “SF 영화처럼 현실과 다른 세계에서 그 시대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다. 우선은 드라마(뿌리 깊은 나무)에서 경험해보련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