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간 후보단일화 논의가 뜨겁다. 안 후보를 정치쇄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여 ‘단일화 이슈’의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문 후보 측과 이에 휘말리지 않은 채 ‘새로운 정치’를 부각시키려는 안 후보 측 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기싸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안 후보가 지난 9월25일 대선 완주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지난주 수요일(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19일)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라 버렸다”라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안 후보의 이 발언이 문 후보와의 단일화 없는 대선 완주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자 안 후보 측은 “단일화를 한다, 안 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는 등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야권후보 단일화 경쟁은 ‘정당후보론’과 ‘무소속 대통령론’으로 이어지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가파른 대립각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를 바라보는 양 진영의 시각차도 뚜렷해 향후 단일화 논의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특히 문 후보는 10월13일 안 후보를 향해 “민주당에 들어와 경쟁해서 단일화 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촉구한 데 이어 14일에는 정치혁신위 공동구성 → 공동 정강정책 확립 → 세력관계 조율을 골자로 하는 3단계 단일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치혁신위원회 공동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의 제안은 “새로운 정치는 정당 기반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정당 후보론’의 연장선상에서 안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높이려는 것으로 관측됐다. 더구나 정당 기반의 혁신 논의에 방점을 둠으로써 전통적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측면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이러한 제안을 “여러 번 말씀 드렸는데 진짜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잘 헤아렸으면 좋겠다”고 일축했으며, 정치혁신위 공동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더 덧붙일 말씀이 없다”고 사실상 거절의사를 내비쳤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민이 원하는 변화가 중요하다”며 “각자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집중하고 노력할 때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고 안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단일화 기싸움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 보여 ‘무소속 대통령론’에 ‘국민후보론’으로 맞받아쳤던 안 후보로서는 만에 하나라도 단일화 프레임에 갇힐 경우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제3후보로서의 차별화 노력이 희석될 수밖에 없어 현재로선 기존 정치권과는 계속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안 후보 선거캠프의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10월15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입당론’에 대해 “목적도, 전략도 잘못된 것”이라며 “당리당략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민주당의 쇄신과 국민적 동의를 입당의 조건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 “(후보 단일화도) 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입당론 프레임으로 당리당략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싫어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도 많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민주당의 쇄신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정권교체를 더 어렵게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이는) 양자대결, 3자대결 구도의 지지도 조사에서 경쟁력과 확장성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민주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은 송호창 의원은 CNB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없이 안 후보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안 후보가 주저앉게 되면 민주당과 문 후보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며 “안 후보 역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 없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언젠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단일화를 적극 추진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어 송 의원은 “어느 한 쪽이라도 없으면 양쪽이 다 죽는 관계이기 때문에 절박하게 이제 서로 공조해야 하고 힘을 합쳐야 된다”며 “아름다운 경쟁을 통해 강력한 통합해 하나로 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단일화 시점에 대해서는 “각자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활동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줄 수가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 섣부르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책이나 철학적 원칙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공조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런 가운데 구체적인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이 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바뀌어야할지 논의ㆍ합의하면 문 후보가 그 합의를 받아 실천한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며 “양측이 (쇄신 문제에 대한) 공을 넘기고 받고 할 게 아니라 애초에 깨놓고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결정ㆍ합의하고 실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력이 어떻게 합쳐질지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되는데, 책임총리제와 대통령 권한 부분 등을 놓고 양측이 합의를 봐야 한다”며 “‘단일화 나눠먹기’가 되면 안 되기 때문에 공동정책을 합의하고 발표해야 한다. 양측 정강정책의 싱크로율(일치율)은 9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 교수는 단일화 시기에 대해 “11월초 쯤 상황을 보고 얘기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검토했던 여러 안들의 조합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구체화되면서 연말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야권 후보 단일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라는 단일화의 전제조건은 변화가 없는 만큼 여전히 단일화 문(門)은 열려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선 후보 등록일인 11월25일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두 후보가 ‘3자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어떤 형태로든 후보 단일화 물밑 접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단일화 성사 시 어느 후보가 결선행 ‘최종 티켓’을 거머쥘지는 결국 지지율, 영ㆍ호남 민심, 40대 선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후보단일화는 설령 성사되더라도 효과가 약할 게 뻔하기 때문에 단일화의 최종 열쇠는 결국 지지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표심 선점하려는 두 후보의 신경전 뜨거워 지지율은 단일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면 ‘아름다운 양보’ 또는 담판을 통한 단일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에 즈음한 시점까지 두 후보가 팽팽한 박빙 승부를 이어간다면 여론조사나 경선을 통해 최종 후보를 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안 후보가 그동안 선거 캠프 인선과 정책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계산에서다. 또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을 선점하는 쪽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어서 호남 표심을 둘러싼 양측의 쟁탈전이 뜨거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호남은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영남 출신의 노무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고비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 온 곳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무소속임에도 불구, 민주당 소속의 문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수도권의 야권 지지층 상당수도 호남에 기반을 둔 상황”이라며 “호남의 선택을 누가 받느냐가 단일화 과정에서도 풍향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PK(부산ㆍ경남)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 여부는 야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엿보게 하는 가늠자가 될 수 있어 두 후보 모두 각별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서 중도 표심을 파고들면서 보수층의 균열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PK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을수록 본선에서의 표 확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 단일화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호남뿐 아니라 PK에서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두 후보 모두 부산 출신인 점 때문에 PK 민심을 잡으려는 경쟁은 흥미를 더하고 있다. 친여(親與) 일변도였던 PK민심이 동요 조짐을 보인다는 것도 두 후보로선 공략 포인트다. 당장 PK 내 민주개혁진영의 표심을 선점하려는 두 후보의 신경전이 뜨거워 과연 어느 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완주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