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정 평론가의 더 갤러리 (74) 작가 안네 임호프] “내 작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관객이 정한다”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기자 2021.08.30 10:47:42

(문화경제 = 이문정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더 갤러리 이번 회는 ‘서카(CIRCA)’의 7월 프로젝트로 노만 로젠탈(Sir Norman Rosenthal)이 기획한 ‘런던 자이트가이스트(London Zeitgeist)’(2021)에 참여했던 작가 안네 임호프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임호프는 7월 8일, 16일, 24일,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COEX K-POP Square)에서 작품 ‘One’(2020)을 선보였다. CIRCA는 2020년 10월 런던 피카딜리 라이트(Piccadilly Lights)에서 시작하여 서울, 도쿄의 공공장소에서 디지털 아트를 선보여 온 디지털 아트 플랫폼이다.

- 당신의 작품은 현시대의 성, 폭력, 인종, 위반, 해체 등을 떠올리게 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작품들은 통일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장엄한 불안과 긴장감을 전달하는 파편화된 이미지와 행위를 보여준다. 자유롭게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도 즐겁겠지만, 작업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조금만 힌트를 주면 좋겠다.

나의 작품에 동반되는 선형적인,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서사 또는 문맥은 없다. 그러나 내가 작품을 어떻게 구성하고, 이미지가 어떻게 드러나고, 그것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접근은 가능하다. 나는 나의 예술적 과정이 서사적인 지침을 갖는 것에 관심이 없지만, 그것이 촉발하는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나는 직관적으로 창작하고, 행위와 오브제들은 작업 진행 과정에서 고려된다. 새로운 작업에 관한 새롭고 풍성한 상상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을 때, 나는 보통 매우 단순하게 드로잉, 내가 찍거나 수집한 사진들, - 화성 진행으로 음악 작업을 할 때는 - 멜로디로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놀면서 시작한다. 내 생각에 이것은 콜라주 같은 작업 방식이다. 모든 것은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작업 자체를 놓고 보면, 작업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는 정말로 관객의 마음에 달렸다. 이는 관객과 예술가인 나, 나와 함께 작업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 사이에서 긴장을 만들어낸다. 때때로 꽤 단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무한한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예를 들어 레슬링 하는 두 사람을 마주한 어떤 사람들은 로맨틱한 이미지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싸움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나는 의미는 고정되지 않으며 때로는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는 관객들만의 서사와 함께 – 구체적으로, 보편적으로 -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 대부분은 시간 의존적이거나 라이브로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각의 이미지, 촬영 영상, 기록 등으로 존재하게 된다. 작업은 라이브적인 맥락을 벗어나 재생산된 맥락 안에서 인지되고, 이미지들은 서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때때로 그것들은 서로 모순되거나 서로 다른 서사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퍼포먼스의 경우, 나는 레코드가 기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것을 듣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이나 거리에서 보게 되는 새로운 이미지들을 위한 사운드 트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nne Imhof, ‘Faust’, 2017 ©Photo Nadine Fraczkowski 

- 개인적으로, 당신의 작품 속 퍼포머들을 보면 고전적인 조각상이 떠오른다. 마치 대리석 조각이 생명을 얻어 움직이는 것 같다. 여기에는 그들의 행위뿐 아니라 현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영향을 줄 것이다. 시각적인 부분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나의 작품을 조각적이라고 보거나 움직임을 어떤 것과 연결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에게 달려있다. 대개의 포즈들은 그냥 서 있거나, 웅크리거나, 기대는 것이지만 몇몇 포즈들은 꽤 대담하며 매너리즘적으로 과장되게 수행되었다. 나는 다양한 원천에서 영감을 얻고 미술의 역사에 나오는 형상도 그중 하나이지만, 특정한 시기만을 고려하진 않는다. 또한 내 작업에는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의 세계 중 일부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중문화의 이미지들, 일상, 작업의 어떤 면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삶과 경험 또는 목격한 것들도 담긴다. 종종 내 작품들이 대중문화에 대한 허무주의적인 견해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그것도 여러 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속에는 확실히 허무주의자적인 욕구가 있다. 나는 인용을 많이 하고 서로 다른 맥락의 이미지들도 많이 가져오는데 그것들은 완전히 새롭게 혹은 다른 방향으로 내 작업의 일부가 된다. 나는 모순과 혼란을 좋아한다. 어떤 것이 끝까지 단도직입적으로 또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품은 우리가 관객 앞에서 그것을 선보여야만 실현될 수 있다. 작품들은 그것들이 현실에 있었던 바로 그 순간에 존재하고, 관객에게 보이고, 경험되어졌다. 나의 작품들은 반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실행된다. 장면과 이미지들은 준비되지만, 누구도 무언가를 그냥 실행하지는 않으며 나의 비전도 단순하게 수행되지 않는다. 나는 레퍼토리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다. 레퍼토리로 작동되는 유일한 것은 작품 속에서 연주되는 노래와 음악들뿐이다. 움직임들은 수명을 갖는다. 정점에 달하거나 모든 것이 시도되면 그것은 끝난다. ‘Faust’(2017)는 죽었다. ‘SEX’(2019)는 죽었다. ‘Angst’(2016)는 죽었다.

나에게는 작업 속 이미지들을 오직 한 방향에서만 감상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관객들이 작품에서 가져가는 것이 명백하다면 나는 종합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Anne Imhof, ‘Faust’, 2017 ©Photo Nadine Fraczkowski

- 당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퍼포머들의 의상은 평상복처럼 보이는데, 어떤 코스튬보다도 퍼포먼스에 잘 어울린다. 퍼포머들의 의상과 소품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하다.

엘리자 더글라스(Eliza Douglas)가 ‘Angst’부터 작품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있다. 엘리자는 기본적으로 작품의 형상화를 강화할 것들을 골랐는데,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직관적이면서도 그녀의 스타일을 담고 있다. ‘Angst’에는 자욱한 안개, 매, 드론, 물담배, 기타, 앰프 등으로 채운 장면들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엘리자는 강한 이미지들과 하위문화를 담은 매우 그래픽적인 옷들을 골랐다. 예를 들어 관객들의 머리 위에서 줄을 타는 무용수가 입은 옷의 뒷면에는 그 역할이 내재한 위험을 보여주는 “죽음(Death)”이 적혀 있었다. ‘Faust’는 설치가 매우 밝고 투명했기 때문에 의상이 전체적으로 톤다운되었다. 나는 우리가 종종 갔던 프랑크푸르트의 좌파 가게에서 안티파(AntiFa) 로고가 새겨진 많은 아이템을 가져왔다.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는 우리만의 의상도 만들어 작품 일부로 포함했다. 일부 퍼포머들의 얼굴을 옷에 실크스크린으로 프린트한 뒤 퍼포머들이 그것을 입어 자기 언급적인 스타일링이 되도록 했다.
 

Anne Imhof, ‘Faust’, 2017 ©Photo Nadine Fraczkowski

- ‘Faust’, ‘SEX’ 등에서 퍼포머가 관객 속으로 침투해 관객이 작품의 일부가 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의 영역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중적인 상황이 흥미로웠다. 당연시되는 규범과 전통, 정답, 이분법 등을 흐릿하게 만들어 가능성을 넓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매우 난해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는 대개 주어진 전체 공간을 퍼포먼스를 위한 무대로 사용하고 작품을 보려는 관객들 또한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 2016년, ‘Angst’부터 관객과 함께 작품을 실행하기 시작했고, 각각의 장면마다 둥근 모양의 무대 같은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베를린에 있는 함부르크 반호프 뮤지엄(Hamburger Bahnhof)의 거대한 메인 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관객들이 안개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우리와 함께 그들의 길을 찾으면서부터 우리는 꽤 먼 궤적을 가진, 긴 거리를 걸을 수 있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꽤 분명하게 관객과 퍼포머들을 구분할 수 있지만 하나의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근접성 때문에 혼란의 순간들이 생겨날 수 있다. 라이브 작업에서는 여러 상황이 동시에 생겨나기도 하는데, 그것이 내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중첩되는 부분도 있고, 관객이 작품 사이를 돌아다니며 감상하다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장면이나 콘서트의 한 부분을 보다가 순간적으로 길을 잃고 다른 것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인생과 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품들은 관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관객은 모든 다름을 만들어낸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보고 모든 사람 각각의 아름다운 내면을 인지한다.

- 당신의 작품 속 퍼포머들의 동작과 동선, 오브제, 전경 등은 매우 치밀한 계획의 결과물로 보인다. 물론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즉흥적 요소도 결과물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Faust’는 작가가 직접 행위하는 퍼포먼스가 아니기에 현장에서 핸드폰을 이용해도 완벽히 조절할 수 없다. 한편으로 완벽한 조절이 불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당신의 퍼포먼스는 계획성과 즉흥성 사이 어느 정도의 지점에 위치하는가?

우리는 팀으로 일하고 함께 전체적 틀을 계획하며, 움직임과 콘서트 장면들을 진행하고 순서를 생각한다. 엘리자는 나와 함께 예술적 방향과 관련된 일을 하며, 내용과 움직임의 방향성 측면에서도 함께 일하는 핵심 팀이 있다. 많은 사람 중에서도 조쉬 존슨(Josh Johnson), 미키 마하(Mickey Mahar), 프란치스카 아이그너(Franziska Aigne)는 작업의 형상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는 거의 밴드처럼 일해왔고 함께 투어도 많이 다녔기에 서로를 매우 잘 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매우 친밀하고 직관적으로 신뢰하는 관계라면 이처럼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것은 퍼포머에게 꽤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다.

작품을 위한 악보와 같은 것은 존재한다. 몇몇은 그것을 자신의 손이나 팔에 매직펜으로 써놓는다. 보통은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대부분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항상 음악적인 신호가 있는 것도 아니며, 공간의 크기로 인해 늘 서로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핸드폰이 퍼포먼스 중의 커뮤니케이션 도구 혹은 나에게 직접 연결된 통신수단으로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몇몇 매우 복잡한 연출은 미리 구상되고 우리는 참고할 것들을 공부하지만, 대부분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공연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연습한 순서대로만 실행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내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것들은 사전에 연습할 수 없고, 관객이 있어야만 완성되기 때문에 내게 그와 같은 방식은 좋은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작품의 부분들이 열리는 것, 그것이 내 작업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퍼포머가 굉장히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Anne Imhof, ‘One’, 2020, ‘London Zeitgeist’,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2021 ©CIRCA
Anne Imhof, ‘One’, 2020, ‘London Zeitgeist’,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2021 ©CIRCA
Anne Imhof, ‘One’, 2020, ‘London Zeitgeist’,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2021 ©CIRCA

- ‘런던 자이트가이스트’의 참여작인 ‘One’은 서울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 런던 피카딜리 라이트, 도쿄 신주쿠 유니카 비전(Yunika Vision) 등에서 상영되었다. 일상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노만 로젠탈이 기획한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One’이 내가 작품을 가장 보여주고 싶은 공간인 공공장소에서 전시되고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거대한 도시 가운데 있는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바다가 보이고, 엘리자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다만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작품이기에, 엘리자의 상체는 중성적이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검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 ‘One’에 대한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아주 작은 팀으로 만든 ‘One’은 나의 개인적 삶에 매우 가까운 작품이다. 엘리자가 ‘SEX’의 인용구들을 노르망디 해변에서 수행했고, 그 후에는 우리의 친구인 영화 제작자 장-르네 에티엔(Jean-René Étienne), 롤라 라반-올리바(Lola Raban-Oliva)와 함께 작업했다. 엘리자가 작곡했고 피카딜리 서커스(Piccadilly Circus)에서 상영된 버전은 ‘SEX’에서 발췌한 부분과 베를린에 있는 독립 레이블인 PAN을 통해 발표된 DARK TIMES의 노래를 혼합한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팬데믹 동안 느꼈던 것들을 전달하고 있지만, 동시에 꽤 로맨틱하기도 하며, 숭고함에 대한 뒤틀린 시각도 담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개인적인 이런 작업을 할 때 나는 힘을 얻는 것 같다. 마치 내가 몇 년 전 음악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것에 심취했던 때, 일과 삶이 하나이면서 같은 것이라고 느꼈던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 글은 작가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편집,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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