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를 빅인기로 ③] 어펜저스·우생순 신화 일으켜세운 SK

SK그룹, 비인기 종목인 펜싱·핸드볼 협회장사 맡으며 저변 확대

옥송이 기자 2021.09.08 09:35:42

메달로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4등도 빛났고, 선수 개인이 국가를 대변하지도 않았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100여 년이 지나서야 한국에도 실현된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면서, 인기 종목에만 쏠리던 관심이 비인기 종목까지 확대되고 있다. 덩달아 비인기 종목을 지원해온 기업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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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펜져스(어벤저스+펜싱)’ 종횡무진

아는형님, 집사부일체, 라디오스타, 노는브로2, 돌싱포맨 등.

최근 출연작을 꼽자면 이러하다. 인기 예능은 죄다 섭렵한 셈인데, 그것도 지난 8월 한 달간의 목록이다.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스케줄의 주인공은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로 불리는 펜싱 국가대표 사브르팀이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펜싱 사브르팀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국제펜싱연맹


올림픽에서 시작된 인기에 힘입어 방송가까지 점령한 것이다. 이들이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잘생긴 외모와 특유의 입담도 있지만, 기본토대는 역시 실력이다. 사브르팀은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펜싱 가운데 사브르 종목만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의 주종목은 에페다. 남자 에페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펜싱도 마찬가지. 여자 에페팀은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여자 사브르팀은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19년간 한결같은 SK의 펜싱 사랑 … “금빛 찌르기의 든든한 조력자”

한국은 이번 올림픽으로 사실상 ‘펜싱 강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앞서 선배들의 메달을 더하면 펜싱의 3대 종목인 사브르-에페-플뢰레 모두 올림픽 무대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을 정도. 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펜싱 종목 특성을 이해하고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SK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SK는 19년째 펜싱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비인기 종목인 펜싱의 저변을 크게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까지 펜싱협회에 지원한 금액이 242억 원에 달하는데, 금전적인 지원만 한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 경쟁력 강화, 대중성 확대, 지속가능한 기반 구축 등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펼쳐왔다.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 국제펜싱연맹


특히 부상이 잦은 종목 특성을 고려해,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국가대표팀 지원을 위한 ‘펜싱 드림팀’을 운영해 왔다. 드림팀에는 체력 트레이너, 의무 트레이너, 영상분석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선수 부상 예방, 도수치료, 재활 운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의무 트레이너를 3명에서 도쿄올림픽을 대비하여 6명으로 증원하기도 했다.

영상분석팀은 영상 분석을 통해 우리 선수와 상대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박사급 전문가들은 펜싱 선수단에 과학적인 훈련 기법을 도입하고 경기 내에서 심리전 역량 강화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번 도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는 실제 결승 피스트(펜싱 경기장)와 동일한 무대를 설치해 훈련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익숙함을 도모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원한 결과 지난 한 해 역대 최대인 27억을 지원했다.
 

도쿄올림픽 결승전 피스트와 동일한 환경으로 구축한 펜싱 국가대표 훈련장. 사진 = SKT뉴스룸


비인기 종목 저변 확대

SK의 펜싱 지원은 비단 국가대표 선수단만 초점 맞추진 않는다. SK는 한국의 펜싱 위상을 높이기 위해 SK그랑프리 국제펜싱대회, 아시아선수권 유치에 나서면서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있다. 비인기 종목인 펜싱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매년 전국 펜싱 동호인선수권 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실제 해당 활동으로 인해 국내 펜싱 인구는 크게 증가했다. 엘리트 선수의 경우 SKT가 회장사를 맡기 전에는 1275명이었지만, 현재는 1658명으로 약 30%가량 늘었다.

펜싱 동호인 수는 2014년 1회 동호인선수권대회 때 400여 명이 참가했고, 2019년 7회 대회에는 950여 명이 참가해 2배 이상 늘었다. 펜싱을 생활스포츠로 즐기는 전국의 동호인 인구는 1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생순 신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관여

SK는 펜싱 외에도 핸드볼, 수영, 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을 오랜 시간 이어왔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제작되며 신화를 쓴 핸드볼은 SK그룹 차원에서 후원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8년을 시작으로 지난해 재연임 되며, 직접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 SK그룹


최 회장은 핸드볼협회를 맡은 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을 2011년 건립했고, 남자부 코로사와 여자부 용인시청이 해체되자 SK호크스(남자)와 SK슈가글라이더즈(여자) 등 남녀 실업팀을 창단했다.

또 유소년 육성을 위한 핸드볼 발전재단 설립과 핸드볼 아카데미 운영, 국가대표팀 경쟁력 강화 지원 등 핸드볼 종목에 지원한 금액만 10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인프라가 전무 했던 국내 핸드볼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SK의 남다른 비인기 종목 지원은 스포츠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아마추어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한국 스포츠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그룹의 스포츠 육성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사 측 설명이다.

오경식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그룹장은 “SK는 다양한 스포츠의 균형 발전과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인기 종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제2의 펜싱 성공 신화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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