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팝니다” … 기아 플래그십 스토어가 보여주는 기아의 미래 포석

언택트·무인매장 방식으로 디지털과 전시차 동시체험 … 디자인 철학 반영된 공간

윤지원 기자 2021.09.09 09:40:11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 윤지원 기자)

기업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새로운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브랜드로 거듭난 기아가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3일 오전 문화경제는 지난달 5일 문을 연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에 다녀왔다. 자동차 전시와 시승, 구매 외에도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가득한 이곳에서 기아자동차가 아닌 기아의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 전략을 경험해봤다.

‘자동차’보다 ‘디지털’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기아 강서서비스센터 건물 1층, 기존 가양지점을 리뉴얼한 곳이다. 1층의 스토어 내부만 바뀐 것이 아니라 건물 외관이 온통 새로운 색깔,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아입었다. 파사드(facade, 건물 앞면) 만이 아니라 서남쪽 측면의 벽채 디자인에서도 기존 브랜드와 달라진 새로운 브랜드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또렷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발렛 파킹 부스에 차를 맡기고 스토어 정문으로 향하며 스토어 안을 슬쩍 들여다봤다. 유리벽 바로 안쪽으로 기아의 다양한 자동차 모델들이 줄지어 진열된 모습이 여느 자동차매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문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현관의 바깥과 안쪽 유리문 사이의 공간 양쪽으로 키오스크와 출입자 등록을 하는 QR코드 리더기가 달려 있고,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정면의 벽에 대형 미디어 월이 설치돼 있다. 미디어 월에서는 기아 브랜드를 홍보하는 화려한 영상이 계속 플레이되고 있었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과거 '기아자동차 가양지점' 시절의 붉은색 외벽 장식과 뚜렷이 달라졌다. (사진 = 윤지원 기자)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현관. 벽면에 스토어 안내 키오스크와 출입 허가된 방문객의 스토어패스를 확인하는 QR 리더기가 배치되어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기자는 다른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 여러 곳에서 이런 구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SK텔레콤의 플래그십 스토어 ‘T팩토리’도 입구에 방문자 등록 및 안내용 키오스크가 있고, 정면에 거대한 미디어월이 있었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LG유플러스의 체험형 특화공간 ‘일상 비일상의 틈’도 출입구가 로비 형태로 되어 있고, 키오스크가 있으며, 현관 정면 상단에 대형 디스플레이, 1층 안쪽 벽면을 둘러싼 미디어월이 마련되어 방문객을 반긴다.

이처럼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의 첫인상은 우리나라 ICT 산업을 대표하는 이동통신 대기업의 체험형 특화공간을 닮아 있었다. 몇 달 전까지 완성차 기업이던 기아에게서 ‘디지털’ 기술 기반의 미래 지향적 브랜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현관의 키오스크는 방문객에게 스토어 체험에 필요한 안내 서비스와 등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문객이 스토어 안의 다양한 디지털 체험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방문자 등록을 하고 QR코드 형태의 디지털 아이디 ‘스토어패스’(Store Pass)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 키오스크를 통해 스토어 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기자는 미리 기아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해 스토어패스도 발급받아서 이날 키오스크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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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은 철저히!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 입구에 들어서면 체온 측정 손소독제 디스펜서가 놓여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방문객을 반기는 초대형 미디어월. 사진 왼쪽의 '전시 존'과 오른쪽 '고객 존'이 빨간색 루프조명에 의해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언택트·무인 운영 가능한 첨단 스토어

기자가 방문한 것은 평일 오전이었고, 리더기에 스토어패스를 인식시키지 않아도 문이 열려 입장이 가능했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밤 8시부터 10시까지 무인 매장으로 운영되는데, 이 시간에는 스토어패스 없이 입장할 수 없다.

QR 리더기에는 ADT캡스라고 적혀 있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ADT캡스의 디지털 출입인증 솔루션을 사용한다. ADT캡스의 ‘캡스 무인안심존’은 출입용 인증기기, 결제용 키오스크, AI(인공지능) CCTV 등을 통합하여 제공한다. 상주 직원이 모두 퇴근한 후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원격 매장 운영이 가능하고, 영상 보안, 셀프 관제 등이 가능한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을 통해 무인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방문객은 등록을 통해 허용된 날짜와 시간에만 출입이 가능하고,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 여부 및 체온을 인증해야만 한다. 출입한 후에는 스토어 곳곳의 키오스크를 사용해 상주 직원의 안내 없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무인 매장 운영 방식 또한 SK텔레콤의 T팩토리와 닮았다.

또한, ICT 기술 기반의 키오스크와 패스는 스토어 방문객들에게 언택트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스토어 내 3D 컨피규레이터, 인터랙티브 그라운드, 시승 프로그램 예약, 로봇 카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데, 스토어에 상주하는 도슨트(docent, 안내직원)의 안내 없이도 키오스크와 홈페이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택트 방식으로 체험이 가능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체험형 공간에서도 유사하게 활용되는 방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지 않는 언택트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내가 선택한 차량 옵션을 초대형 미디어월을 통해 실물 크기의 3D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3D 컨피규레이터'를 기자가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복잡한 옵션 미리 확인하고 견적 받기

기자는 이날 로봇이 내려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마셨고, 배경 이미지의 각도가 내 위치에 맞춰 저절로 조정되는 디지털 가상 환경에서 기아의 최신 전기차 모델 E6를 구경했으며, 지미짚 같은 카메라 무빙과 슬로모션 등의 특수효과가 더해진 기념 영상도 찍었다.

하지만 기아 스토어의 존재 의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것들이다.

기아 스토어에는 기아의 최신 차종들이 전시되어 있다. 방문객은 차량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난달 중순 ‘드라이브 온’이라는 시승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승은 도심형 코스(Urban Life Course, 어반 라이프 코스), 자동차 전용도로 위주의 고속주행 코스가 포함된 코스(Refresh Course, 리프레쉬 코스), ADAS 등을 체험해볼 수 있는 스마트 코스(Smart Course) 등으로 구성된다.

고객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차종, 시승 코스, 직원 동승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미리 기아 홈페이지에서, 또는 스토어 내 마련된 고객 라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고객 라운지에 있는 디지털 화면에는 시승 가능한 시간 및 차종, 예약 현황 등이 안내되고 있다.

 

고객 라운지에 설치된 '드라이브 온' 시승 예약 현황판. (사진 = 윤지원 기자)

 

대형 미디어 월에서는 ‘3D 컨피규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3D 컨피규레이터는 원하는 차량에 다양한 선택 옵션을 조합했을 때 어떻게 나올지를 실물 크기의 3D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차종을 선택하고, 원하는 트림과 색상, 옵션을 선택하면 해당 옵션들이 적용된 차량 이미지가 화면에 등장한다.

차량이 놓인 장소를 실내나 실외 중 선택할 수 있고, 시간대도 주간과 야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선택에 따라 차를 비추는 조명 상태가 달라진다.

방문객은 키오스크를 이용한 간단한 터치 조작으로 차량을 상하, 좌우로 360° 회전시키며 외관을 살펴볼 수 있고, 운전석이나 조수석에 앉은 위치에서 실내를 둘러볼 수 있다. 도어, 썬루프, 트렁크를 여닫아볼 수도 있고, 방향지시등이 작동하는 모습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옵션이 적용된 견적을 내 스마트폰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태블릿PC 40개로 꾸며진 ‘디지털 컬러 콜렉션’은 기아 자동차 모델들의 외장 컬러를 망라한 것이다. 각 태블릿이 기아의 40개 외장 컬러 중 하나를 나타내고, 특정 컬러의 태블릿을 선택하면 해당 컬러를 구비한 차량 리스트가 소개된다.

차량 구매를 고려한다면 프라이빗한 상담 공간인 ‘세일즈 컨설팅 룸’에서 영업사원과 상담 및 상세 견적을 받아볼 수 있다.
 

스토어 내 '전시 존'에 전시된 기아의 전기차 EV6. 전시 존은 전기 조명과 통유리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부한 자연광 뿐 아니라 스틸 소재의 천장과 기둥에 반사된 빛까지 동원해 차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새로운 브랜드 체험하게 하는 스토어 디자인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는 자동차와 모빌리티, 그리고 디지털을 골고루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전시된 자동차를 만지고, 탑승해보고, 시승해보는 실제 경험과 함께 차량과 옵션을 선택하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과정을 디지털로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의 자동차 매장이나 쇼룸과 비교할 때 디지털의 비중이 부쩍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스토어는 여전히 물리적인 ‘실제 경험’이 더욱 크게 작용하는 공간이다. 실제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고, 고객과 매장 직원(도슨트)들이 오가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구들이 마련되어 있다.

스토어 내의 물리적인 요소들을 이렇게 단순히 나열하면 기존 자동차 매장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아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가 기존 ‘기아자동차 가양지점’과 다르다고 느끼게 만든 가장 큰 요소는 ‘디자인’이었다.

기아 고객경험본부장 아르투르 마틴스(Artur Martins) 전무는 “비록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여전히 고객들이 제품을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이 새로운 개념의 스토어가 고객이나 소비자와 실제로 소통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 매장이 기존의 매장 개념을 벗어나 고객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우리 매장의 콘셉트를 통해 고객드이 어려워하는 자동차 구입 과정에 대한 인식을 단계적으로 바꾸고, 또 고객이 매장에서 나갈 때 기아라는 브랜드를 통해 의미 있고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승을 원하는 고객들이 상담하고, 대기하는 고객존의 고객 라운지는 전시 존과 달리 우드와 페브릭 등 자연에 가까운 소재를 이용해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연출됐다. (사진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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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짓 유나이티드’ 디자인 철학 반영된 전시 존과 고객 존

기아는 고객이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실제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지난 6월 신규 브랜드 전략을 ‘공간’이라는 고객 접점에 반영한 디자인 표준을 마련했으며, ‘기아 스토어’(Kia Sotre)라는 새로운 스페이스 브랜드를 소개한 바 있다.

‘기아 스토어’의 디자인은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를 반영한다. 기아 설명에 따르면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자 대비(Contrast)적인 개념을 결합하여 만들어 내는 시너지로, 서로 대조되는 조형, 구성, 색상 등을 조합함으로써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아 스토어 내부는 전시 존과 고객 존으로 크게 구분되며, 두 공간은 상반된 느낌으로 연출됐다.

차량이 배치된 전시 존은 무채색을 활용해 미래 지향적인 느낌으로 구성됐으며, 곳곳에 스틸 느낌의 소재를 활용한 빛 반사 등을 통해 차량을 더 돋보이게 하고 공감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라운지와 세일즈 컨설팅 룸 등 고객이 휴식을 취하며 브랜드를 체험하는 고객존은 우드톤을 활용해 미니멀하고 자연적인 감성을 가미한 따뜻한 공간으로 연출됐다.

 

기아의 자동차 모델에 적용되는 외장 컬러 40개와 해당 차종을 40개의 태블릿 PC로 소개하는 '디지털 컬러 콜렉션'. (사진 = 윤지원 기자)

 

또한, 기아는 고객이 직접 만지고 접하는 부분의 소재를 중요하게 고려해 가구나 소파는 좀 더 부드럽고 직조감이 있는 소재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기아 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전무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고, 매장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고객은 제품을 단순히 보러 올 수도, 무언가를 사러 올 수도 있고, 차를 수리하러 오거나, 차량 액세서리를 사러 오거나, 이 모든 것을 할 수도 있다”라며 “그렇기에 고객 존은 나무가 있고, 따뜻한 조명이 있고, 식물이 있어서 훨씬 더 아늑하고, 훨씬 더 집과 같고, 훨씬 더 편안하고, 훨씬 더 자연스럽다. 고객들이 일반적인 자동차 대리점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의도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비되는 두 공간은 루프(loop)형태의 빨간색 조명을 경계로 나뉘는데, 기아는 따르면 이 빨간색 루프 조명에 대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에 고객들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디지털을 통해 차량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강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관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아는 디지털 기반의 고객 맞춤형 미래 거점을 지속 확대해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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