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뚫고 飛上 ③ 현대제철] 지난해 적자→올해 어닝 서프라이즈 … 하반기 전망도 "화창"

치솟던 철광석 값 하락반전에도 제품값 상승세 지속 … 확진자-가동중단에도 타격 최소화

윤지원 기자 2021.09.14 09:13:00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기로 작업 현장. (사진 = 현대제철)

지난해와 올해, 많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기업,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젠 백신 개발과 접종에 가속도가 붙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모든 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이때,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번엔 현대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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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 = 현대제철)

 

작년까지 지속된 이익 하락,
약한 꼬리 과감히 끊고 도약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5조 6219억 원과 영업이익 8492억 원을 각각 달성했다. 특히 2분기는 1953년 창사 이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률이 무려 9%가 넘었다.

현대제철이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기에 최근의 이러한 분기 실적은 더욱 ‘서프라이즈’로 다가온다.

현대제철이 공시한 지난해 연간 경영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18조 234억 원, 영업이익은 7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78.0%나 감소한 액수였다. 당기순이익은 4401억 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이는 2014년 이후 6년 내내 이익이 하락한 결과였다. 심지어 이익 감소폭은 2018년 25%였으나 2019년 68%, 지난해 78%로 점점 더 커졌다.

수익구조가 지속적으로 나빠진 현대제철은 지난해 사업구조 효율화를 목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 부문을 과감히 철수하고, 단조 사업 부문은 분리시켜 ‘현대IFC’를 출범시키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을 실시했다.

6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실적이 반등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2분기부터다. 2019년 4분기 1479억 원, 올해 1분기 297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한 뒤 지난해 2분기 140억 원, 3분기 334억 원, 4분기 554억 원으로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당시 현대제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주요 해외법인이 상반기에 셧다운(shut down)된 상황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라며, "최근 글로벌 경제 회복에 맞춰 생산·판매 활동이 재개되며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고 밝힌 바 있다.

수익구조 개선과 함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동차 강판 시장을 겨냥한 신규 강종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48종의 강종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 45개 강종을 신규 개발해 총 누계 311종이 자동차용 강종 개발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오른쪽)와 김홍장 당진시장이 지난해 10월 기후위기 극복 위한 환경개선 및 온실가스 저감 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현대제철)

 

글로벌 철강업 여건 개선 '호재'

내부적으로 수익력과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대외 환경에서는 글로벌 철강 수요 회복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산업이 전체적으로 회복하면서 제품 수요가 급증했으나 철광석과 원자재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승세를 탄 것.

철광석 가격은 지난 3월 톤당 150~170달러를 유지했으나 5월 6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이 201.8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열연강판, 냉연강판, 강관, 후판, 철근 등 철강재 가격도 줄줄이 치솟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필수 소재인 열연강판은 연초 톤당 88만 원이던 것이 4월 말 기준 110만 원으로 약 25% 올랐다. 조선업에 쓰이는 후판도 이 당시 톤당 110만 원으로 올랐는데, 후판이 100만 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현대제철은 글로벌 철강 시황이 개선되며 판재류 중심으로 제품가격이 인상되고, 고부가 제품의 판매가 확대됐기 때문에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BNK투자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지난 7월 현대제철의 2분기 실적을 전망하는 리포트에서 “연초부터 진행된 가파른 철강 가격 강세로 1분기 실적이 V자 회복된 데에 이어, 2분기도 판재류, 봉형강 모두 전분기 대비 마진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했다.

현대제철도 2분기 호실적에 대해 "글로벌 철강 시황 개선과 수요산업의 회복에 따라 전반적으로 제품가격이 인상됐고, 이에 맞춰 판매량이 확대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 생산 확대를 통해 철강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 = 현대제철)

 

제품 가격 상승-원자재 값은 하락
하반기 실적 전망도 '화창'

현대제철의 하반기 전망도 밝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제철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글로벌 철강 시황을 전망하며 “선진국 중심의 백신 보급 및 경제 부양책 효과로 글로벌 경제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수요 산업 회복 기조에 따라 철강 수요가 지속적인 강세를 보여 당분간 실적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증권업계도 3분기 현대제철의 호실적을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내 철강 수요가 견조하고, 수급 여건은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것이 호실적 전망의 주된 근거로 거론된다.

하나금융투자 박성봉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올해 3분기 별도 매출액이 5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은 69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2%, 3689.0% 증가할 것”이라며 “3분기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평균판매가격(ASP) 급등으로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형강의 경우 원가가 톤당 10만 원 상승이 예상되는 반면, ASP는 톤당 16만 5000원 급등할 전망”이며 “판재류 또한 조선용 후판 가격이 톤당 33만 원~40만 원 인상분까지 반영되면서 ASP가 톤당 14만 원 급등이 예상되는 반면 원재료 투입단가는 톤당 8만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관련 비용 일부(추정 700억)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밀폐형 연속식 하역기를 이용해 화물선의 철광석 분광을 하역하는 모습. (사진 = 현대제철)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철강 감산을 추진하면서 철강제품 공급이 줄어든 것도 국내 철강업계의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광석 수입 가격은 5월 중순 톤당 232.2달러까지 올라갔으나 지난 3일 기준 톤당 142달러로 38.8% 하회했다.

하지만 수급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아 철강 제품의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는 곧 철강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다. 현대제철도 최근 열연강판 가격을 톤당 5만 원 인상하기로 발표했다. 그만큼 하반기 영업이익 상승률은 커지게 된다.

박 연구원은 “최근 일본 제철과 토요타와의 차강판 가격 협상 타결(톤당 182달러 인상) 감안 시 현대차그룹향 차강판 가격 또한 연내 톤당 10만 원 이상 인상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4분기 현대제철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 경기 회복에 따른 2022년까지 철근 내수 확대의 수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증권가 전망대로라면 올해 현대제철은 2조 원을 훌쩍 넘기는 연간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잉여 현금 흐름도 크게 개선될 전망으로, 투자 및 주주 환원에 관한 기대도 높아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구체적인 주주 환원 정책 및 신규 투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사업장 유지, 보수 및 안전관리 등을 이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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