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뚫고 飛上 ④ KT] ‘디지코’ 선언 후 역대급 분기 실적…비통신 부문 일제히 성장

‘엡실론’ 인수로 데이터·클라우드 글로벌시장 진출 … AI·B2B 신사업 ‘송파시대’ 개막

윤지원 기자 2021.09.16 11:47:49

KT 구현모 대표이사(왼쪽)가 지난 4월 열린 제39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KT)

지난해와 올해, 많은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된 기업, 위기를 보란 듯이 극복한 기업들도 있었다. 이젠 백신 개발과 접종에 가속도가 붙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모든 산업이 재도약을 준비하는 이때,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번엔 K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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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직원들이 블록체인,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반으로 고도화된 지역화폐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 = KT)

 

'Telco' 에서 'Digico'로 진화 중

올해의 KT는 지난해의 KT와 다르다. KT 구현모 대표는 지난해 10월 개최한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KT를 텔코(Telco, 통신 기업)에서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의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X)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하여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KT 역시 이동통신업계 전반에 불던 ‘탈통신’ 바람에 올라탄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강화했다. 먼저 지난해 스토리위즈를 분사하고, 올해 1월엔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여 그룹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사령탑 역할을 맡겼다. 이어 하반기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담당하는 전문 법인 KT시즌(KT Seezn)을 출범시켰다. 스토리위즈에서 확보한 지식재산권(IP)을 스튜디오지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면 시즌을 통해 유통하는 미디어 생태계를 갖춘 것이다.

또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합병하면서 KT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35.46%의 절대 강자 자리를 굳혔다. 이러한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해외 주요 사업자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배급사 파라마운트와 콘텐츠 공동 투자 등의 협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국내 출시를 확정한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지코 전환을 가속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준수한 실적을 올렸다. KT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 294억 원, 영업이익 444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 15.4%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이어 2분기에는 매출에서 전년 동기 2.6% 증가한 6조 276억 원,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4758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의 분기 영업이익은 2012년 1분기 이후 37분기 만의 최고치다.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 (사진 = KT)
KT의 OTT 플랫폼 '시즌'(Seezn)에서 하반기 독점 공개 예정인 오리지널 영화 '어나더 레코드'의 김종관 감독(왼쪽)과 신세경 배우. (사진 = KT)

 

IPTV·콘텐츠자회사, 두 자릿수 성장률

2분기 실적을 앞장서 이끈 건 전통적인 유무선 통신 분야였다. 하지만 플랫폼과 기업자 간 거래(B2B)의 상승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먼저 통신 분야에서 지난 2분기 무선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1조 7885억 원이었고, 유선과 IPTV 사업을 합쳐 1조 3445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가입자 900만 명을 돌파한 IPTV는 미디어 플랫폼 기반 매출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홈쇼핑사와 송출 수수료 협상이 완료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4666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B2B 수익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6913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국가 재난망 구축형 매출과 글로벌 사업 매출 감소 효과를 제외한다면 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다.

특히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 증가, 비대면 업무 증가 등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확대되며 기업회선 매출이 4.25% 증가했고, AI/DX 사업은 IDC와 AI Contact Center 매출 증가, 그리고 공공/금융 분야 클라우드(Cloud) 매출이 확대되며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KT 직원들이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 내에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 KT)

 

스튜디오지니·케이뱅크 등 IPO 추진

주요 그룹사의 실적에서는 BC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9068억 원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크고 작은 그룹사 모두 종합적으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특히 KT 디지코(Digico) 전환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콘텐츠 자회사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3% 성장한 2118억 원을 기록했다.

KT는 디지코(Digico)로의 전환 선언 후 디지털 플랫폼의 강화 및 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해오고 있다. 그중 콘텐츠 사업에서 스튜디오지니 중심의 사업구조를 완성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 개편을 진행했으며, 스튜디오지니의 IPO(기업공개)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유입된 MZ 세대 고객 등의 증가로 2분기 말 619만 명을 기록했고, 회사 출범 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KT 측은 케이뱅크의 2023년 IPO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매출 중 IPTV, B2B, 콘텐츠 자회사, 스카이라이프 등 비통신 신사업의 비중이 아직 전체의 4분의 1(약 25.6%) 수준이다. 구현모 대표가 내세운 목표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이 중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된 AI/DX 부문, 기업회선 부문 등의 매출 증가는 각각 6.2%, 4%에 그쳤고 특히 기업IT/솔루션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기업·클라우드 부문의 실적 개선이 숙제로 보인다.

이에 KT는 최근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Epsilon Global Communications Pte. Ltd)의 지분 100%를 1억 4500만 달러(한화 약 17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9월 9일 밝혔다.
 

KT 구현모 대표가 스톤패밀리 앤드류 조나단 스톤 매니징 파트너(화면 속 왼쪽), 쿠옥그룹 이안 쿠옥 회장(화면 속 오른쪽)과 함께 엡실론 SPA 문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 KT)

 

데이터 기업 엡실론 인수 … 글로벌 시장 진출

엡실론은 데이터 전문기업으로서 본사가 있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영국·미국·불가리아·홍콩 등을 주요 거점으로 하며, 거점 국가의 도시 중 런던·뉴욕·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IDC)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 20개 국가·41개 도시에 260개 이상의 PoP(Point of Presence)를 보유하고 있다.

엡실론은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통신사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본사-지점 연결 글로벌데이터 서비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연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업 내용을 보면 현재 KT가 영위하는 기업회선·IT, AI/DX 사업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국내·아시아 권역에 치우쳐 있는 KT가 사업 영역을 전 세계로 단숨에 확장하는 무기로 더할 나위 없다.

KT 관계자는 “엡실론의 세계 네트워크·영업 거점과 KT의 정보통신기술(ICT)·영업 역량·국내 B2B 고객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국제전용회선 등 회선 연결 서비스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Data Center Interconnect), 이종 클라우드 간 연동(Cloud Connectivity) 등 더욱 진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KT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 사업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72조 원에서 2025년 100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엡실론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590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KT 입장에선 데이터·클라우드 부문에서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발판이 되기엔 충분하다는 평가다.
 

KT의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AI/DX융합사업 부문이 이전할 KT송파빌딩. (사진 = KT)

 

비통신 사업 부문 일부의 사옥 이전

한편, KT는 B2B 시장 및 디지코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부문과 AI/DX융합사업부문을 KT송파빌딩으로 이전한다고 9월 13일 밝혔다. 신사업 부문이 광화문 사옥을 떠나 새로운 ‘송파 시대’를 여는 것이다.

지하 5층~지상 28층 규모의 오피스동과 지하 5층~지상 32층 규모의 호텔동으로 구성된 KT송파빌딩은 에너지·실내공기·보안·안전과 같은 빌딩관리부터 사원증·우편 배송· 좌석예약·헬스케어 등 업무 및 복지 전 영역에 AI·로봇·미디어·블록체인과 같은 KT의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와 기술을 집약시킨 미래형 AI 타워다.

KT는 송파빌딩을 B2B(기업고객) 비즈니스 및 외부 협력 확대의 장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객사, 협력사 등 외부 방문을 염두에 둔 특징적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KT는 송파빌딩 8층에 KT의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을 마련했다. 방문자의 니즈에 따라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솔루션을 영상 시뮬레이션으로 연출할 수 있어 송파사옥을 방문하는 주요 기업 고객들은 디지코로서 KT의 사업 경쟁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KT송파빌딩 출범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 가속화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B2B 및 AI/DX 사업 성과로 기업가치를 지속 높여나갈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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