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여우’ 품고 美헤어 시장진출 본격화하는 LG생활건강

디지털 마케팅 甲 기업 ‘보인카’ 인수 … 헤어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옥송이 기자 2021.09.18 10:11:52

그저 금발은 식상하다. 적어도 네온 빛 정도는 가미돼야 한다. MZ세대를 사로잡으려면.

작은 것 하나라도 남달라야 하는 이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Arctic Fox)다.

이 ‘북극여우’의 주력 상품군은 염모제인데, 홈페이지만 방문해도 휘황찬란한 색감에 시선을 압도당한다. 빨강부터 보라, 자주, 노랑, 초록, 파랑 등 색상만 총 23가지에 이른다. 이를테면 초록색일지언정 다 같은 초록색이 아니다. 어둡거나, 밝거나 파스텔 색상까지 있다.
 

LG생활건강이 미국 비건 콘셉트 헤어케어 브랜드 'Arctic Fox'를 보유한 Boinca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사진 = Arctic Fox 공식 SNS 갈무리 


LG생활건강의 파격 인수 … 본격적인 미국 진출 발판

대체 이렇게나 화려한 색상을 누가 쓰냐고? 미국 10~20대가 산다. 브랜드가 운영하는 각종 SNS에는 간편하게 원하는 색상으로 머리를 물들였다는 간증이 넘쳐난다.

그 결과 매출은 상향 곡선. 2018년 835만 달러, 이듬해 1681만 달러, 지난해 3646만 달러를 기록하며 평균 89%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제품 종류부터 마케팅까지 ‘북미권 MZ 맞춤형’을 표방하는 이 브랜드가 최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말 LG생활건강이 알틱폭스를 보유한 기업 Boinca(보인카)의 지분 56%를 1억 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이른바 ‘M&A의 귀재’로 불린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부문만 갖고 있던 LG생활건강의 사업구조를 넓힌 장본인이다. 차 부회장의 새로운 인수합병 행보에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확실한 건 일단 투자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Arctic Fox의 대표제품. 사진 = LG생활건강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90조 원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 이 가운데 특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헤어케어 소비시장을 가진 국가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만큼 모발의 종류도 다양해서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 헤어 시장이 거대하다 한들, 알틱폭스는 메이저급의 브랜드는 아니다. 이 기업을 점찍은 이유가 뭘까.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염모제는 헤어 시장에 있어, 럭셔리 헤어케어로 분류된다. 보인카를 인수한 배경은 알틱폭스가 미국에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핫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라며 “LG생활건강은 알틱폭스를 통해 미국 시장 기반을 다지고, 이를 발판삼아 미국 헤어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기존 브랜드 역시 미국에 진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포트폴리오 다양화 + 디지털 마케팅 강화

다소 부족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분석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LG생활건강의 헤어 브랜드는 샴푸나 트리트먼트에 집중돼 있었고, 염모제의 경우 리엔의 새치 염색 정도만 있었다”며 “알틱폭스는 염모제에 특화됐을 뿐만 아니라, 염색 가운데서도 반영구 염모제로 유명하다. LG생활건강은 안 하던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영구 염모제는 일반적인 영구 염모제와 달리 염색의 효과가 1~3주만 지속된다. 평범한 색상이 아닌 튀는 색상으로 염색한 뒤, 그 효과를 짧은 시간 누리고 다른 색상으로 바꾸길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제품군이다. LG생활건강은 알틱폭스를 통해 새치 전문 염색에 국한된 염모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셈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 LG생활건강 


또한, 이번 인수합병은 MZ세대 소비자 견인의 교과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알틱폭스는 디지털·비건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포인트를 잘 짚고 있기 때문이다.

알틱폭스는 지난 2014년 출시 초창기부터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디지털 마케팅을 집중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뿐 아니라 비건(vegan) 콘셉트 브랜드라는 점도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생산 공정의 모든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Cruelty Free)’를 비롯해 100%비건, 식물 기반 제품 등을 주로 판매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로 하이엔드 패션 헤어케어 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럭셔리 헤어케어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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