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낡았다” 혹평에 미래기술로 변화 나선 엔씨소프트

엔씨 “AI 기반 변화는 이제 시작” … 게임업계 예의주시

강동원 기자 2021.10.07 11:22:18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변화를 시도한다. 확률형 아이템 등 엔씨의 게임 내 수익모델(BM)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며 주가 하락 등 위기를 맞은 탓이다. 이에 엔씨는 BM 개편과 유저 의견 반영 확대 등 대규모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지난 8월 리니지W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엔씨소프트)


위기 맞아 대대적인 체질 개선 나선 엔씨

엔씨의 위기는 엔씨 BM에 대한 유저 피로도가 극에 달하며 시작됐다. 엔씨는 게임 내 성장 콘텐츠 진입 장벽을 과금으로 세우는 BM을 채택했다. ‘리니지’ 시리즈의 변신·마법 인형 뽑기 등 확률형 아이템, 무기 강화시스템이 대표적으로 이는 과금 규모에 따라 각 캐릭터 성장 속도에 차별을 두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당 BM에 지친 유저들은 이를 ‘리니지식 BM’이라고 부르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한,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이하 블소2)’ 등 신작 게임에도 기존과 같은 BM이 적용되자 불매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엔씨의 주가는 지난 8월 80만 원대에서 한 달 만에 50만 원대로 폭락했다.

이에 김택진 엔씨 대표이사는 지난 9월 엔씨 사내 메일을 통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잊고 변화하겠다”며 엔씨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이는 기존 BM에 대한 유저 비난이 이어지는 만큼, 변화를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을 이루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달 30일 신작 멀티 플랫폼게임 ‘리니지W’ 2차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기존 BM을 대폭 축소·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리니지W는 ‘아인하사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으며 확률형 아이템도 사냥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등 획득 방법이 대폭 확대된다.

아인하사드 시스템은 ‘리니지M’, ‘리니지2M’에서 도입된 엔씨의 대표 BM으로 게임 캐릭터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험치·아이템 획득 등 확률을 높이는 효과(Buff)를 제공한다. 그러나 오직 현금으로만 구매 가능해 유저들에게 과도한 BM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블소2에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도입돼 혹평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엔씨가 이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김 대표의 다짐대로 그동안 지적받아온 엔씨 BM의 문제점을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저 의견도 빠르게 반영되기 시작했다. 엔씨는 블소2의 BM과 게임 플레이를 두고 연일 혹평이 이어지자 하루 단위의 업데이트와 일부 유료 혜택을 무료로 전환하는 등 BM 개편으로 이에 빠르게 대응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구글 플레이 기준 매출 순위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블소2는 현재 3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며 민심 전환에 성공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과거 성공 방정식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이후 엔씨가 BM 개편 등 유의미한 움직임이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요인으로 타격을 입었던 만큼, 이 점이 해결된다면 엔씨는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씨가 AI 기술 등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낸다. (사진 = 엔씨소프트)


엔씨 체질 개선에 쏠리는 게임업계 시선

이러한 엔씨의 변화에 게임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엔씨가 국내 게임업계 트렌드를 선도한 ‘맏형’ 역할을 해온 만큼, 엔씨의 변화가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오른 국내 게임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과 강화시스템 등 엔씨와 비슷한 BM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엔씨가 해당 BM으로 위기를 겪은 만큼, 다른 게임 개발사 역시 BM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에서는 이번 엔씨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BM 등 사업 계획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감이 커진 만큼, 이를 주력으로 하는 중소게임사의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한, 엔씨가 기존 BM을 축소·개편하는 대신 줄어든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신규 사업 학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게임업계서 필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각 기업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엔씨는 지난 9월 금융 인공지능(AI) 기술 연구 경력 개발자 채용 공고를 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채용된 개발자는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 데이터 분석·투자 등에 도움이 되는 요소 발굴 등의 업무를 맡는다. 또한, AI 기반 금융 사업의 서비스화 가능성, 금융상 대상 기업 간 거래(B2B) 기술 협업 등 AI 금융 서비스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게임업계의 연봉인상 당시 엔씨의 참전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된 바 있다”며 “엔씨가 BM 등 국내 게임업계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엔씨의 변화에 게임업계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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