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전환 맞아 LS전선 실적-기대 ↑ … 해저케이블·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 폭풍성장

해저케이블 불모지에서 15년만에 빅4 진입 … 매년 실적 올라 올해 매출 5조 넘을 듯

윤지원 기자 2021.10.11 22:00:06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강원도 동해항에서 선적되는 모습. (사진 = LS전선)

대기 온도 상승에 따른 인류 존폐의 위협. 각국 정부와 산업계는 탄소중립 실현을 서둘러 이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탄소중립은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불가분의 관계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전력망 인프라의 구축, 재편 및 확대가 병행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자리한 전선업계의 역할이 조명되면서, 글로벌 전선 공급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LS전선이 주목받고 있다.

믿고 맡기는 최고 수준 해저케이블


10월 6일 LS전선은 해상풍력 건설업체인 CDWE (CSBC-DEME Wind Engineering)사로부터 2000억 원 규모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대만 내 최대 규모 해상풍력단지 중 하나인 하이롱 해상풍력단지에 2025년까지 해저케이블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이롱 해상풍력단지는 대만 서해안에서 약 50km 떨어진 해역에 조성되어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약 1GW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에 주요 자재와 설비의 공급, 시공을 맡은 CDWE 사는 “대만에서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과 파트너로 함께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만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2035년까지 총 15GW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추진 중인데, 그중 2025년까지 진행될 1차 해상풍력 사업의 모든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 발주를 모조리 LS전선이 따냈다. 수주 금액은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에는 대만에서 수주한 해저케이블 사업 중 첫 번째 물량을 출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하이롱 공급권 수주로 LS전선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톱클래스 사업자임을 거듭 인정받았다. 또한, 앞으로도 대만에서 약 1조 원 이상의 해저케이블 추가 입찰이 있을 전망인데, LS전선은 나머지 수주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해저케이블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 LS전선의 미래 전망은 밝다. 전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3억 달러(약 2조 6905억원) 규모로 형성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5년 약 45억 달러(약 5조 2650억원)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저케이블은 글로벌 시대 전력망과 통신망 관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관련한 해저케이블 수요가 늘고 있다.
 

영국 램피온 해상풍력발전단지의 모습.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 = unsplash, Nicholas Doherty)

 

신재생에너지 비중 커지며 해저케이블 수요 증가

대만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최근 해저케이블의 주요 수요는 해상풍력발전에서 나온다. 해상풍력발전기들을 서로 연결하고(내부 전력망),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육지 변전소를 연결, 송전(외부 전력망)하는 데 초고압 해저케이블은 필수다.

해상풍력은 지상풍력보다 발전량이 많고, 환경 파괴와 소음 공해가 적어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최근엔 주로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의 해상풍력발전설비는 포화 상태가 멀지 않았다. 다만, 유럽과 북미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력망이 일찌감치 구축되어, 조만간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와 관련한 신규 수요가 기대된다. 북미의 경우 지난해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 투자 예산으로 약 1조 2000억 달러를 책정하면서 그중 전력망 개선에 730억 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해저케이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데, 해저케이블의 제조 및 시공까지 일괄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세계에서 5개 정도에 불과하고,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유일하다.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은 기술 난이도도 높고, 특수한 생산 설비가 필요해서다.

이에 해저케이블 시장은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스웨덴의 ABB, 일본의 스미모토, 그리고 LS전선 등 5개 기업이 80% 가량을 과점하고 있다. 전선업계에서는 이중 ABB를 제외한 4개 업체를 ‘빅4’로 일컫는다.

이중 LS전선은 후발주자다.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발주 사업에도 입찰하지 못할 수준으로 기술이 부족했다. 다만 그 무렵까지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 규모는 미미했고, 수요도 주로 유럽에 몰려있어 운송비로 인한 경쟁력에서 밀리는 동아시아 국가에겐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2005년 이후 글로벌 해저케이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LS전선은 2007년에 해저케이블 사업 확대를 확정하고 2008년 국내 최초로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곧장 122km 길이의 진도-제주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3300억 원이었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이 강원도 동해항에서 선적되고 있다. (사진 = LS전선)
LS전선이 동해 제2사업장 내에 추가로 지을 예정인 국내 최대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타워(VCV타워 수직 연속압출시스템) 투시도. (사진 = LS전선)

 

생산시설 지속 투자 … ‘아셈타워’만한 공장 짓는다

LS전선은 이후 10여 년 만에 글로벌 톱클래스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특히 북미와 아시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수천, 수만 톤(t)에 달하기 때문에 선박 운반이 필수이고, 운송비는 가격경쟁력에 직결된다. 최근에는 유럽지역보다 북미 및 아시아 지역에서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유럽 기업들과 LS전선의 입장이 역전됐다.

LS전선은 우선 국내 발주를 모두 따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해상풍력발전 세계 1위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해저케이블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 5년간 국내외 사업에서 우선 공급권을 갖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2324억 원 규모의 ‘제주 3연계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정부가 2030년까지 13GW의 해상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LS전선이 할 일도 더 많아질 전망이다.

대만 정부가 발주한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해저케이블을 싹쓸이했다. 시행사는 오스테드, CIP, 얀데눌(벨기에), WPD(독일) 등으로 제각각이지만 해저케이블은 모두 LS전선이 공급한다.

그밖에도 지난해 네덜란드(1340억 원), 바레인(1000억 원), 미국(660억 원) 등 해외에서 총 3000억 원이 넘는 대형 수주들을 따냈다. 특히 네덜란드의 해상풍력단지 2곳(총 210km)을 연결하는 사업은 해저케이블의 원조인 유럽 시장에서 시공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S전선 직원들이 선적된 해저케이블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LS전선)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 지난 7월에는 1859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동해 제2사업장 내에 국내 최대 높이의 초고층 전력케이블 생산 타워(VCV 타워: 수직 연속압출시스템) 등 최신 시설을 갖춘 해저케이블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밝혔다. 10월 중 착공해 2023년 4월 완공 예정으로, 생산 능력이 현재보다 1.5배 증가하게 된다.

특히 신규 생산공장에 세워질 VCV 타워는 높이가 172m에 달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가 176m로 41층짜리 건물이며, LS전선에 따르면 아파트 63층 높이라고 한다. 완공되면 동해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예정이다.

지난 8월에는 첫 해저케이블 포설선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설선이란 케이블을 싣고 해저에 설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배다. LS전선이 새로 도입한 포설선은 국내 최대 규모인 8000톤(t) 급이며 최신 정밀제어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 투자로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전문 공장과 포설선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이 업체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초고압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시공 역량까지 모두 갖춘 기업은 유럽의 일부 업체 외엔 없었다.

 

지난 2017년 LS전선 구미 사업장의 '전기차용 고전압 권선' 생산현장 모습. (사진 = LS전선)

 

전기차 수요 증가에 관련 사업도 '파란 불'

LS전선은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도 누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9% 성장한 15만 7000대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중 친환경차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9.6%)보다 크게 늘어난 17%를 기록했다. 심지어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만큼 부품으로 쓰이는 각종 전선의 수요가 훨씬 많다.

LS전선은 지난 3월부터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등 국내 대표 전기차 모델에 구동모터용 권선을 단독 공급하고 있다. 권선은 모터에 코일 형태로 감겨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기차 필수 부품이다.

특히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800V 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선을 양산하는데, 송전케이블 등의 사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되는 고전압 제품 관련 기술을 쌓아 왔다.

기존의 전기차는 400V 전압의 충전시스템이 기본이었는데 최근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미국의 GM 등도 800V 급 고전압 충전시스템을 갖춘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LS전선의 전기차 고압 권선 관련 매출은 향후 6년간 2000억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또 LS전선은 수년 전 전기차 부품 사업에 진출, LS EV 코리아와 LS EV 폴란드, LSCW 등의 종속 기업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전기차 부품 사업에서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S전선의 지난해 전기차 부품 사업 매출은 처음으로 15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 6월 LS타워에서 열린 'LS전선 ESG 경영 비전 선포식'에서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LS전선)

 

친환경 흐름 타고 실적 상승세 지속 … “IPO는 아직”

이처럼 글로벌 산업계의 친환경 기조와 함께 LS전선의 실적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LS전선의 2016년 매출은 3조 490억 원, 영업이익은 835억 원이었다. 지난해엔 매출 4조 8318억 원, 영업이익 1649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2019년부터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이다.

업계에서는 LS전선의 올해 매출을 5조 원 이상으로, 영업이익을 2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을 보면 가능성이 차고 넘친다. 금융감독원 통합전산망에 공시된 LS전선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연결 기준 2조 9316억 원, 영업이익은 1162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5%, 38.6% 증가했다.

LS전선의 실적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소경제 등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서 필수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이며, 특히 성장하는 아시아의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LS전선의 IPO(기업공개) 재추진에 대한 기대를 언급하기도 한다. 특히 LS전선이 지난 4월 장외 시장을 통해 자기주식 211만 1418주에 대해 1300억 원으로 취득하는 자사주 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던 것을 두고 IPO를 위한 포석이라고 예상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 IPO 추진 계획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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