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업의 시시콜콜 ‘타운홀 미팅’ 시대 … 믿고 거르는 기업은 되지 말자

최영태 이사 기자 2021.11.01 14:18:16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이번 호 ‘로보택시 특집’(32~43쪽)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두 마디 말이 실려 있습니다. 하나는 현대차그룹의 타운홀 미팅(올 3월 처음으로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개최)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차가 지향하는 회사의 모습(“판매 1등 기업이 아니라 인재들이 가장 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게 중요”)입니다.

우선 타운홀 미팅. 기업의 타운홀 미팅은 참관해보지 못했지만 미국의 지역에서 열리는 타운홀 미팅에는 참가해봤습니다. 텍사스 주의 달라스 시에는 해리 하인즈 구역에 한인 타운이 형성돼 있습니다. 한적한 교외 지역이고, 여기에 육교를 하나 세우는 공사를 앞두고 시청 공무원들과 지역의 한인-미국인 상점 주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운홀 미팅이 열렸습니다.

교외 지역에 육교 하나 세우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시청 공무원과 가게 주인들 사이에 두 시간이 넘도록 질문과 설명이 이어지는 모습은 사실 지루한 광경이었습니다. “왜 내 가게 앞이냐?” “왜 두 달 동안이나 펜스를 설치하느냐?” 등 상인들의 시시콜콜한 질문에 공무원들이 저녁 늦게까지 대답하는 모습은 한심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육교 건설 관련 타운홀 미팅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열렸습니다. 지루하게.

한국이라면 한적한 교외 지역에 육교를 세우는 따위의 일은 그냥 시청이 추진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주민-상점주들에게 이렇게 시시콜콜 설명해줘서야 도대체 일 추진이 안 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을 빨리빨리 해야지, 이렇게 축축 처지게 일을 해서야 한국에서는 말이 안 되지요.

그런데 이런 시시콜콜함에 바로 미국 문화의 정수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공무원-정부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입니다. 유명한 책 ‘넛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어떤 이들은 (중략) 정부가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국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것에는 완강히 반대한다. 그들은 정부가 현명하고 자비롭게 행동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공무원과 관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거나 이익단체들의 목표에만 집중할 것을 두려워한다.(28~29쪽)

위 인용문에서 중요한 단어는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목표를 갖고’이겠지요. 정부-공무원 중심의 나라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이러한 선의의 목표를 갖고 일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믿음이 존재합니다. 공무원들이 육교를 지으려 한다면 그만한 필요가 있을 것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웬만한 불편은 ‘大를 위해 小가’ 참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적 상식입니다.
 

미국의 타운홀 미팅 현장. 한국적 기준으로는 꽤 하찮은 문제를 공무원과 주민들이 시시콜콜 대화를 통해 나누는 현장이다. 사진 = Sage Ross

공무원을 믿고 따르는 한국인과 믿고 거르는 미국인

그러나 미국에선 그 반대입니다. 공무원-관료는 그들 스스로의 이익만을, 또는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 만한 이익단체들의 이익에만 복무하기 쉽기 때문에 절대로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적 상식의 한 축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찮은 육교 건설 설명에 몇 시간씩이나, 그리고 몇 번씩이나 타운홀 미팅을 여는 게 한국적 기준으로는 ‘시간 낭비’ ‘비효율’일 수 있지만, 미국적 공무원 불신 기준에서는 ‘지루하지만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현대차그룹이 3월에 첫 타운홀 미팅을 열었듯, 이처럼 지루한 타운홀 미팅을 기업 안에서 여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의 기업 문화가 극기훈련, 해병대 입소, 단체 등산 등을 통해 ‘회사를 위해 개성을 죽이는’ 체제였다면(이런 기업을 이제 한국의 인재들은 ‘믿고 거른’답니다), 이제는 CEO가 사원들 앞에 나서서 개개 사원들의 질문들, 즉 “내가 일할 만한 회사인지 사장 당신이 나를 설득시켜 달라”는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타운홀 미팅 차원의 민주적(民이 主가 되는)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기업만이 4차산업 시대의 앞서나가는 기업이 될 듯 합니다. 왜냐면 정 회장이 말했듯 “물건 잘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회사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인재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는 구글이었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테슬라가 단연 1등입니다. 최근 테슬라가 보여주는 놀라운 매출 확대는 일론 머스크 CEO를 비롯한 인재들의 쾌거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생산 차질을 빚을 때 테슬라는 재고가 동난 부품을 다른 부품으로 대체하고,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불과 2∼3주 만에 반도체 부족난을 해결해냈다니 말입니다. 인재들이 힘을 모으면 기업은 앞서나가고 난관은 극복되며 이익은 늘어납니다.

△기업의 타운홀 미팅과 △인재의 마음. 컨베이어 벨트 앞에 평균적인 국민들 줄 잘 세워 물건 잘 만드는 나라, 그리고 공무원이 잘 난 나라 한국에서 곱씹어봐야 하는 두 새 화두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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