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탈모억제 유전자의 메틸화냐 아니냐가 문제로다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21.11.12 09:48:00

(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안드로겐형 탈모의 원인은 80% 이상이 유전이다. 아버지가 안드로겐형 탈모일 경우 아들이 대머리일 확률은 50% 이상이다. 여기에 더해 어머니 가족 중에 안드로겐형 탈모가 있다면 아들의 대머리 확률은 90% 이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 확률과 다르게 나타난다. 안드로겐형 탈모 가족력이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형제들 중에도 탈모가 된 아들도 있고 전혀 탈모가 아닌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유전자 발현 때문이다. 유전자란 세포의 염색체를 구성하는 DNA가 배열된 방식이다. 보통 DNA를 유전자라고 말하며 아미노산을 조합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이다. 유전자가 지속적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내야 생명현상이 유지된다.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그대로 유지한 채 RNA의 형태로 복사해내는데, 이를 전사(transcription)라고 한다. DNA 중 유전자로 기능하는 일부 지역에서 RNA를 필요한 만큼 복사하여 RNA 자체로 기능을 하거나, 번역(translation)을 통해 단백질을 생성하여 특징적인 생물학적 활성을 보인다. 이런 과정은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을 통해 조절된다.

세포들은 종류에 따라 분열 시기와 속도가 정확하게 조절되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분열한다. 이를 조절하는 것이 유전자로, 세포증식 유전자와 세포증식억제 유전자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정상적인 세포증식 유전자는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으며, 정상적인 세포증식억제 유전자는 세포분열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두 가지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을 통해서 스위치처럼 ON/OFF 되며 조절된다.

유전자 발현은 DNA메틸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DNA 메틸화란 개별 DNA의 염기에 ‘메틸기’가 달라붙는 현상을 가리킨다. 메틸기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대사물질이다. DNA가 메틸화되면 유전자의 특정 기능이 나타나는 것이 막힌다.

모발의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는 5알파-환원효소 및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동성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모발의 성장이 필요하면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동성을 억제하고,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려면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동성을 증가시킨다.
 

 

유전자 있다고 꼭 작동하는 게 아니므로

탈모의 발생에는 탈모 유전자와 탈모억제 유전자가 관여한다. 탈모 유전자가 있어도 탈모억제 유전자가 이를 막아 탈모가 발생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탈모억제 유전자가 DNA메틸화 되지 않았다면 탈모억제 기능이 잘 작동되어 탈모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탈모억제 유전자가 DNA메틸화 되면 탈모억제 기능이 상실되어 그동안 제압당했던 탈모 유전자가 작동하여 탈모가 진행된다.

똑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이라 하더라도 탈모억제 유전자의 DNA메틸화 여부에 따라 탈모 발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DNA메틸화는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지라도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에 따라 탈모 발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탈모는 조상 탓도 있지만 내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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