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강국' 일본에서 대박 터트린 카카오 "이번엔 유럽이다"

프랑스 진출 예정인 카카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양창훈 기자 2021.11.23 16:51:14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있는 카카오 스토어. 사진=연합뉴스

 

유럽진출을 알린 카카오가 2021년 3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4일 카카오가 공개한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3분기 콘텐츠 부문(스토리매출·게임매출)에서 전 분기 대비 63%, 전년 동기 84% 증가한 9621억 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의 세부항목인 스토리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한 2187억 원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스토리 매출은 2020년 3분기 이후로 점진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카카오의 콘텐츠 부문이 카카오 매출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카카오는 어떻게 몸집을 키웠을까?

 

상파울루 엑스포에서 5~8일 열린 '2019 코믹 콘 익스피어리언스(CCXP)'의 웹툰 홍보관.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큰 폭의 성장을 보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3년 ‘카카오페이지’라는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을 출시,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지가 크게 성장한 이유에는 ‘기다리면 무료’라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독자가 24시간을 기다리면 카카오 웹툰 1회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줬다. 당시 웹툰은 권당 결제하는 방식이었는데, 카카오페이지는 한 작품을 여러 회차로 쪼개어 이용권 개념을 도입했다. 이 방식은 10대들의 콘텐츠 소비 비용 부담을 낮춘 게 큰 장점이다.

한국경제가 지난 2018년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 매출은 2013년에 21억 원에 그쳤다. 이후 2014년에는 86억, 2015년에는 301억 원 등 매출이 상승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시장에 효과를 보였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은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5년 노블코믹스라는 브랜드를 서비스하면서 콘텐츠의 지평을 확장했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페이지가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제작하여 서비스하는 미디어 믹스 콘텐츠다.

노블코믹스의 주요 작품은 웹소설 ‘황제의 외동딸, 윤슬作’, 인타임은 ‘달빛조각사, 남희성作’, 와이제이코믹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정경윤作’등이 있다. 유명 작품들을 믹스한 카카오 페이지의 전략은 웹툰과 웹소설 매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카카오페이지라는 이름을 해외로까지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지난 2018년에 드라마로 방영되며 OMSU(One Source Mulit-Use)의 좋은 예가 되었다.

 

자체 캐릭터가 전시된 카카오 사옥의 복도. 사진=연합뉴스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카카오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카카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4월 카카오재팬을 설립, 일본 시장에 진출하여 1년 만에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 100만 명을 달성했다. 2016년 출시된 픽코마 앱의 누적 다운로드는 2021년 11월 기준으로 3000만 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일본 진출은 처음부터 성공적이진 못했다. 픽코마는 일 매출이 200엔을 기록하기도 하며 초반에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관련해,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지난 2017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픽코마의 시작은 지난해(2016년) 4월 20일이었고, 5월 14일에는 하루 방문자 수가 수십 명, 매출은 200엔(약 2천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저조한 실적에 좌절하지 않고 “이날 직원들을 모아놓고 하루 열람자 수 1만 명을 넘겨보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바람대로 카카오재팬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6년 12월에 픽코마 하루 평균 열람자 수가 25만 명을 돌파, 연간 매출도 2억 1300만 엔에 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한국카카오페이지 수익 모델을 답습한 “‘기다리면 무료’라는 유료화 모델이 먹혔다”고 밝혔다. 앞서 1편을 본 후에 하루를 기다리면 2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카카오페이지의 마케팅 전략이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일본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픽코마는 여러 개의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픽코마는 지난 2019년 3월에 ‘나 혼자만 레벨업’을 론칭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누적 독자 100만 명, 누적 조회 수 100만 회를 돌파했고, 2019년 말에는 ‘픽코마 2019 베스트 웹툰 1위’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만화백서’에 따르면, 픽코마의 월간 거래액은 2020년 3월 기준으로 약 9886만 엔이다. 1회당 결제액이 61엔이므로 월간 162만여 건의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한 작품 거래액이 10억 엔에 이르는 큰 매출을 기록했다.


이 결과, 카카오는 한국 만화의 위상을 일본에 떨쳤다. 2020년 6월 기준으로 픽코마의 ‘나 혼자만의 레벨업’이 1위를 기록했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괴물들의 출현과 그들을 사냥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초인 ‘헌터’들이 나타났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능력의 한계가 고정된 헌터들과 달리 혼자서만 성장(레벨업)을 하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가 메인 플롯이다. 이외에 ‘도굴왕’, ‘보스인 스쿨’, ‘외과의사 엘리제’ 등 상위 10개 작품 중에서 7개 작품이 한국 작가의 창작물이었다.

 

11월 카카오재팬의 사명이 카카오픽코마로 변경되었다. 사진=카카오재팬 제공

 

카카오, 유럽에서도 성공할까

카카오재팬은 지난 9월에 프랑스 픽코마 유럽(Piccoma Europe) 법인 설립을 완료, 올해 내로 프랑스에서 픽코마를 론칭할 계획이다

카카오재팬이 유럽 시장 진출의 첫걸음으로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는 만화 산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며, 이는 프랑스가 세계 만화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 조사기관 GFK는 지난 2020년 만화책 총 5310만 부가 프랑스에서 팔렸다고 밝혔다. 이는 4000만 부가 판매되었던 2016년에 비해 9%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프랑스 만화 시장에서 일본 만화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2020년에 일본 만화는 전년 대비 18%이상 판매가 늘었고, 프랑스 만화 시장 매출의 거의 절반인 42%가 일본 만화 판매였다. 2020년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일본 만화는 나루토(Naruto) 시리즈였다.

카카오가 프랑스를 선택한 이유는 프랑스가 일본 문화에 우호적이고, 만화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프랑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일본 원산'인 픽코마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카오가 프랑스에서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 프랑스에선 여전히 종이 만화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곽미성 파리무역관은 "(프랑스는) 종이 만화책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기에 만화 시장이 웹툰으로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관련해 프랑스 출판사 델쿠르 관계자 역시 “프랑스 문화는 (한국과) 다른 부분이 있다. 프랑스에서 만화는 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웹툰 시장을 위해서도 종이책 독자층에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로는 네이버 웹툰과의 경쟁이다. 지난 2019년 네이버 웹툰은 프랑스어 서비스를 론칭하며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2021년 기준으로 네이버 웹툰은 프랑스 애플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12위를 기록했다.

 

네이버가 론칭한 한국 웹툰은 프랑스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웹툰 여신강림’과 ‘재혼 황후’가 있다. '여신강림'은 프랑스 구독자 62만 명를 기록했고, '재혼황후'는 구독자 34만 명을 보유했다.


카카오가 프랑스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종이 만화책을 소비하는 독자를 끌어들이면서 네이버를 이겨야 한다는 결론이다. 과연 카카오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업계는 카카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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