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합병 마무리로 불확실성 지우고 내년 톱3 복귀할까?

중흥그룹 상세실사 만족 “최고 대우·독립 경영 약속”…도시정비사업 누적수주 3조 원 넘어

윤지원 기자 2021.11.19 17:51:02

대우건설 사옥. (사진 = 대우건설)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합병(M&A) 절차가 곧 마무리될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이 지난달 제시한 대우건설 가격 제안 요청을 KDB인베스트먼트가 큰 이견 없이 수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된다. 대우건설이 오랜 방황을 마치고 중흥그룹에 안착하면 국내외 건설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0세기 대한민국 건설업계 대표기업으로 산업화, 세계화를 이끌었던 명가(名家) 재건의 꿈도 불가능이 아니다.

중흥그룹은 지난 9월부터 8주 동안 진행한 대우건설 상세실사를 지난달 종료하고 미래에셋증권 자문사를 통해 가격제안요청서를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겼다. 중흥그룹이 요구한 가격조정 범위는 초기 입찰가(2조 1000억 원) 대비 2% 미만의 할인에 불과했다. 대형 악재도 없고, 의심스러운 문제도 없이 깔끔했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해외 사업장에서는 큰 이슈가 제기되지 않았다. 대손 인식 문제가 있는 사업장이 소수 있고, 소소한 회계이슈가 있는 정도였다. 과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했다가 해외채권 부실 문제 때문에 손을 뗀 전례가 있어 시장의 우려가 나왔지만, 이번엔 문제가 모두 극복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업에서는 토목현장과 일부 민자사업에 대한 가격조정 요청이 있었다. 민자사업 초창기인 2005년 전후 추진됐던 서울북부고속도로, 신분당선, 소사원시철도 등의 사업장에서 출자지분 손상 이슈가 있는데 회계상 반영을 하지 않은 부분들이 지적됐다. 대우건설은 서울북부고속도로에 지분 14%를, 신분당선에 9.1%를 출자했다.

 

10월 2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외벽에 분양 완료 홍보물이 걸려 있다. 경서3 도시개발지구에 들어서는 이 오피스텔은 전체 규모가 1522실에 달하는 대형 단지인데 청약 당시 4만 3229건이 접수돼 평균 경쟁률이 28대 1을 넘었다. (사진 = 연합뉴스)

 

대우건설이 뚜렷한 강점을 가진 국내 주택사업 부문에 대한 이슈는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KDB인베스트먼트는 가격 제안 요청서를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조정 요청이 집중된 민자사업의 경우 민자고속도로 대부분이 초기 예측에 비해 실제 통행량이 감소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고, 대우건설 외에 공동 출자에 나섰던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이미 지분에 대한 손상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KDB인베스트먼트 측이 굳이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

KDB이베스트먼트 측에서는 초기 입찰가를 고수할 수도 있지만, 가격 협상이 길어지면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9년 KDB인베스트먼트제1호 유한회사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가져왔다. 당시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 원을 차입하고 나머지 8606억 원을 출자금으로 마련해 차입에 대한 이자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중흥-대우, 독립 경영 체제 예고
시너지 속 ‘세계적 기업’ 부상 기대


SPA 이후에도 기업결합심사 등 절차가 더 있지만, 가격 협상이라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M&A는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이 한 배를 타고 만들어낼 시너지에 더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흥그룹은 M&A 이후 중흥건설·대우건설 간 통합이나 조정 없이 대우건설의 현재와 같은 독립된 경영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자 독립 경영을 통해 발전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며, 업계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브랜드 통합이나 양사 합병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왼쪽부터)한국해비타트 윤형주 이사장, 대우건설 김형 사장, 주한베트남대사관 응 웬 부 뚱 대사, 원오사 팃 드엉 탄 주지스님이 내년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협력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대우건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인수 목적”이라고 밝히고, 2020년 말 기준 284%연결재무제표 기준)에 달하는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을 중흥그룹과 비슷한 수준(105.1%)으로 낮춰 자산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우건설은 지난 1973년 대우실업이 영진토건을 인수해 설립한 뒤 90년대 말까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다. 시공능력 면에서 대한민국 건설업계 최정상의 업체로 꼽히며 해외 수주도 활발했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 및 해체로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대상이 되고부터 20여 년 고난의 역사가 시작됐다.

대우건설은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6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에 이어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을 추진한 결과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를 견뎌내지 못했고, 대우건설은 3년 만에 다시 M&A 시장에 나왔다.

2010년 6월부터 한국산업은행의 소유가 됐고, 2017년 10월 다시 매각이 추진됐다. 당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이 새롭게 회계에 반영되면서 호반건설은 8일만에 인수철회를 선언했다.

이후 산업은행 산하 사모펀드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지난 6월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재추진,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이라크 알 포(Al Faw) 방파제(사진)가 대학토목학회 주최한’올해의 토목구조물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 대우건설)

 

20년 업계 톱5 유지한 저력

고난의 20년을 보냈지만, 건설업계에서 대우건설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대우건설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5위를 벗어난 적이 없다. 특히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전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순위 5대 건설사 중 오너십이 없는 기업은 대우건설이 유일하고, 국책은행 산하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대우건설의 독자적인 역량만으로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온 저력이 있다.

올해 초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는 총액 기준 5위에 올랐다. 부문별로 보면 공사실적 3위, 기술능력 2위, 신인도 2위를 기록했지만 재무구조와 M&A에 따른 불확실성 등이 감점요인으로 꼽혔다. 따라서 이번 중흥그룹과의 M&A가 이대로 마무리되면 그것만으로도 톱3 재진입이 보장되는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적 역시 톱3에 어울리는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2조 100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23억 원으로 9.1%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성 현장 위주의 수주와 리스크 관리 등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이익잉여금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8064억 원)보다 12.9% 증가한 9106억 원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5078억 원) 대비 73.9%나 상승한 8830억 원이다. 그만큼 수익성과 부채비율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4분기에도 국내에서 주택 1만 5000가구를 분양하고, 베트남 THT버인과 이라크 현장 등에서 고수익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이 제시한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이후 조감도. (사진 = 대우건설)

 

도시정비 3조 첫 달성
내년엔 1기 신도시가 시장에 나온다


신규 수주는 3분기까지 총 7조 6316억 원을 기록했다. 연초 목표치 11조 2000억 원의 68.1%을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6.4% 증가한 40조 5340억 원이다. 연간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4.9년치 일감이다.

특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연간 수주실적 총 3조 원을 돌파하며 건설사들 가운데 관련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노량진5구역, 과천 주공5단지, 대구 동구43구역, 원주 원동주공 등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연이어 따내면서 달성한 성과다. 흑석1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올해 총 14개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11월 19일 기준 수주고는 총 3조 7774억 원이다.

내년에도 정비수주 물량이 풍부할 전망이라는 점에서 주택 부문에서 점점 뚜렷한 강점을 보이는 대우건설의 내년 실적이 더욱 기대된다. 2022년은 평촌,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연한인 경과 연한 30년을 채우는 해이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경과 연한 조건을 채운 단지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급증해 2026년에는 28만 호로 추정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M&A의 순탄한 마무리나 오너리스크, 불확실성 해소와 같은 평가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년에도 최소한 올해만큼의 결과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성실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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