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양계協, ‘황교익 비방’ 성명서에 소비자 빈축…네티즌 “큰 닭이 좋아”

성명서에 “토 나올 것 같은 화상…처절하게 복수할 것” 악담만 가득…정작 맛에 대한 논리적 주장은 없어

윤지원 기자 2021.11.24 16:09:23

캐나다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요리 전의 생닭. (사진 = unsplash, JK Sloan)

‘국내산 닭이 너무 작게 유통돼 한국 치킨은 비싸고 맛없다’는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주장에 대해 (사)대한양계협회가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내용이 논리적 반박이 아닌 황 씨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비방으로 가득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4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대한양계협회의 성명서가 화제가 됐다. 이는 협회가 지난 22일 날짜로 작성해 23일 공개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치킨 폄훼 내용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다.

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황 씨에게 “치킨 소비를 저해하는 행위를 지속하면 실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처절하게 복수할 것을 천명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협회는 황 씨가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얘기한 데 대해 “당신은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비아냥 거리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는 것은 왜 그 잘난 입으로 말하지 않는 건지 변명하기 바란다”라며 “또한 삼계탕을 선호하는 국민 식성이 닭의 크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도 같이 지껄이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한 1.5kg 닭은 영원히 이어진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마라”라고 강조했다.

 

(사)대한양계협회가 황교익 씨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내놓은 성명서 전문. (사진 = 대한양계협회 홈페이지)

 

하지만 2페이지로 작성된 협회의 성명서 내용에서 황 씨의 주장에 대한 반박은 이 부분이 다였다. 논리적으로는 ‘소비자가 1.5kg 닭을 선호한다’는 점과 ‘삼계탕을 선호하는 국민 식성은 닭의 크기와 상관없다’는 것이 반박의 근거다.

황 씨는 자신의 주장에 농촌진흥청이 발행한 ‘육계경영관리’의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닭이 유통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점도 덧붙였다.

반면 협회의 성명서는 황 씨의 외모에 대한 인신공격을 포함해 지극히 감정적인 비방으로 가득 차 있어, 산업 종사자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이 공적으로 내놓은 글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황 씨에 대해 “딱 봐도 능글맞고 토 나올 것 같은 썩소(썩은 미소)의 화상”이라고 비방했다. 또 “일이 잘 안 풀리면 애꿎은 데 화풀이”, “헛소리”, “오만방자함”, “지독한 주관적 무지 덩어리”, “이유 없이 건드리고 반응 없으면 물어뜯는 추악함이 당신의 천성인지” 등 원색적인 표현들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황 씨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응했다. 그는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은 없고 저에 대한 인신공격과 협박의 말만 쏟아내고 있다”라며 “북한의 대남 비방 성명인 줄 알겠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한국의 육계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다는 사실이 숨겨지지 않는다. 또 그 작은 닭이 맛없고 비경제적이라는 과학적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크고 싼 치킨을 달라는 것이 이처럼 비난을 받을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여 “맛은 개취(개인의 취향)가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맛에 대해 토론할 때에는 과학적 근거를 내놓고 해야 한다”라면서 “제가 제시하는 아래의 자료는 농촌진흥청 발행 ‘육계경영관리’이다. 작은 닭은 30일령 1.5kg, 대형 육계는 40일령 2.8kg이다. 큰 닭이 맛있고 경제적임을 설명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먼저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이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내놓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음식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사진 = 황교익 페이스북)

 

한편 관련 뉴스의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관련 게시글 및 댓글을 보면 네티즌들도 대한양계협회보다 황 씨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포털에 올라온 한 관련 뉴스에는 16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 대부분이 협회 측을 향한 비판이다.

특히 그 중 “소비자도 큰 게 좋아. 솔직히 1.5kg은 중병아리잖아. 좀 더 큰 게 더 맛도 있고 크기도 크고. 뭔 소비자가 작은 걸 원한다는 거냐”라고 협회의 주장에 반박하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밖에도 “나도 큰 게 좋다. 지들(협회) 이익 되니까 작은 병아리 팔면서 뭔 소비자 선호래?”, “다른 건 몰라도 소비자들이 1.5kg짜리 작은 닭을 원한다고 언제 그랬나?”라며 양계협회가 주장한 ‘소비자가 1.5kg 닭을 선호한다’라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댓글이 다수다.

심지어 많은 네티즌이 자신들은 평소 황교익 씨를 싫어하는데도 이번 논란은 황 씨가 옳고 양계협회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양계협회를 향해 “(황 씨는) 맛 칼럼니스트이자 일반 소비자이다. 왜 그의 의견을 듣고 오만방자하다는 거지?”라고 지적하며 “내가 봤을 땐 양계협회가 오만방자하고, 귀를 열고 그 무엇하나 듣지 못하는 거 같은데? 자기가 듣기 싫다고 귀를 닫는 건 독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건강한 비판에 발끈하는 협회의 태도를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무엇이 오만방자함 이라는 거야”라고 협회를 향해 반문하며 “소비자 우롱하는 너희들이 오만방자한 거지. 더 나대지 말고 2.8kg 닭이나 생산해. 안 그럼 소비자가 복수 할 거야”라고 성명서에 드러난 협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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