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물 건너간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의료계·가입자 입장 엇갈리는 이유

국회의원들은 의료계 눈치 보기...가입자 사이에서도 "국민 편의 무시"vs"가입자 의료 기록 다 털린다"

양창훈 기자 2021.11.25 15:18:48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12년간 논의됐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4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소위원회가 열렸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은 해당 법안에 반발하는 의료계 눈치를 보며 논의를 미뤘다.

관련 법안들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라고 권고한 뒤 무려 12년간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고용진·전재수·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실손보험 의료보험 청구 간소화에 힘을 실어준 덕분에 올해 법안 국회 통과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컸지만, 결과는 제자리였다.

 

네티즌들은 실망하는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3만 원 받자고 대학병원 담당의한테 서류 띠면 비용이 만원이다. 누구 좋은 짓 하라고 법이 이따위냐”, “국회의원들은 절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병원 진단서 발급 장사에 일조한다” 등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보험사가 의료기록을 털어서 장사하려는 속셈이다”, “보험사가 우리 진료기록 프리패스로 보려는 것이다”, “말이 좋아 간소화다. 편리함 대신 손해를 볼 수 있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쟁점이 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병원 진료 후에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관련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고, 의료기관은 환자의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보험가입자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서류를 떼고, 보험사에 팩스·스캔 파일 전송·직접 방문 등의 방법으로 신청해야 한다. 만약 서류가 누락되면 이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기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금융소비자연맹 외 6개의 소비자단체가 실손보험 가입자 실손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 청구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2년 이내 보험금 청구가 가능했지만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47.2%로 나타났다. 그중 30만 원 이하의 소액청구 건이 95.2%를 차지했다.

소비자가 청구를 포기한 사유는 ①진료금액이 적어서(51.3%) ②진료 당일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를 미처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③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였다. 응답자 중에서 70%가량이 실손보험 청구과정이 복잡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셈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실손 의료청구 법안이 절차적·비용적 측면에서 보험소비자의 편리성이 높아지는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힘을 실어줬다. 보험계 측은 실손 청구 전산화가 구현되면 의료기관은 행정업무가 효율화되고 비용이 절감되며, 보험사도 (보험금) 지급속도가 빨라져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보호되어야 하는 환자의 개인 진료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메디컬 옵저버(MEDICAL Observer)와 인터뷰에서 “개정안은 겉으로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리성을 내세운다. 실상은 의료기관의 보험 청구업무 대행으로 민간 보험사가 환자 정보 취득을 쉽게 하려는 의도가 담긴 기만적 악법”이라고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최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 문제는 민간보험 가입자와 보험회사 간 민간계약의 문제로 의료계 동의 없이 청구대행 의무화를 추진하는 것은 절대 수용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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