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구도일’ 내년 열 돌 … 정유업계 '유일' 캐릭터 마케팅 성공 사례

친근·직관적 디자인으로 브랜드 인지도 최상 … 독자적인 문화 콘텐츠도 활발

윤지원 기자 2021.11.26 09:19:34

에쓰오일의 마스코트 캐릭터 '구도일'이 내년 열 돌을 맞이한다. (사진 = 에쓰오일)

노란색 기름방울 모양의 귀여운 캐릭터 ‘구도일’이 내년 열 돌을 맞이한다. 정유업계 최초의 브랜드 캐릭터로 시작해 이제는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의 중심이 되면서 국내 기업 캐릭터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구도일’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좋은 기름’ 실체화한 귀여운 캐릭터
직관적 디자인과 이름, 브랜드 인지도에 기여


에쓰오일(S-OIL)의 마스코트 캐릭터 ‘구도일’이 오는 2022년에 10주년을 맞이한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2년 5월 ‘세상출현 구도일’이라는 제목의 TV CF를 통해 구도일 캐릭터를 처음 소개했다.

당시 소개 문구는 이랬다. “그가 온다! 널리 인간과 자동차를 이롭게 하라. 대체 누구? 나는 좋을 ‘굿’, 기름 ‘오일’, 구도일!” 그리고 에쓰오일 홈페이지에선 구도일의 고향이 중동이며, 좋은 기름 가문의 5대 독자이자 유일한 후계자이며, 좋은 기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까지 달려왔다고 소개했다.

구도일은 에쓰오일이 캐릭터개발업체 ‘부즈 CNC’(VOOZ CNC)와 함께 제작, 개발한 캐릭터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구도일은 만지거나 볼 수 없어 차별화가 어려운 '기름'에 대한 인식을 뛰어넘어 '좋은 기름'을 실체적으로 상징화하는 소통 수단으로, 품질의 우수성과 브랜드에 대한 느낌을 좀 더 친근감 있고,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태동했다.

‘좋은 기름’이라는 의미의 영어 ‘Good Oil’의 발음을 세 음절의 한국 이름처럼 표기한 것이 ‘구도일’ 이름의 유래다. 영문 표기는 ‘GooDoil’이다.

이름의 의미인 ‘좋은 기름’은 에쓰오일이 2006년부터 기존 TV CF에서 반복해서 사용한 CM송의 후렴구 “좋은 기름이니까~”에서도 알 수 있듯 에쓰오일의 핵심 슬로건이다. 또한, ‘좋은 기름이니까~’ CM송은 우리나라 광고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CM송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지난 7월의 에쓰오일 바이럴 캠페인 '에쓰-기름집을 찾아서 : 원유편' 광고 이미지. 에쓰오일에 따르면 '구도일'은 중동 출신이다. (사진 = 유튜브 채널 '에쓰오일 GOODOIL TV' 캡처)

 

이처럼 ‘구도일’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언어 유희로 캐릭터 이름과 거기 담긴 의미까지 쉽게 각인되며, 재치와 유머가 과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아 친근하다. 게다가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과 일맥상통하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기괴한 탄생 스토리도 없다. 이름만으로도 ‘에쓰오일 캐릭터는 좋은 기름 구도일, 구도일은 좋은 기름 에쓰오일 캐릭터’ 등의 직관적인 연상이 가능하다.

‘좋은 기름’을 의인화한 방식도 이름처럼 직관적이다. 외모는 주유구 끝에서 떨어지는 기름방울 형태를 표현한 얼굴이 특징이며 그 밖엔 최대한 단순하고 귀엽게 디자인됐다. 여기에 에쓰오일 C.I.(Corporate Identity)의 고유 컬러인 노랑색과 녹색이 더해졌다. ‘좋다’는 의미는 언제나 밝게 웃는 얼굴과 캐릭터의 긍정적인 성격, 타인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 등에 반영됐다.

콘셉트부터 디자인까지 딱히 튀는 점도 없고, 비호감으로 느껴질 요소도 없다. 많은 브랜드가 마스코트 캐릭터에 너무 많은 요소들을 버무리려다가 과잉 디자인의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은데 구도일은 매우 심플하고 직관적인 것이 큰 장점이다. ‘웃고 있는 노란 기름방울-구도일-좋은 기름-에쓰오일’로 이어지는 직관적인 연상 과정에 거슬릴 요소가 없다.

정유업계 최초 캐릭터 마케팅
'대한민국 브랜드대상' 수상 일조


에쓰오일의 ‘좋은기름이니까~’ CM송은 구도일 등장 무렵 이미 6년 동안 뚜렷한 메시지와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왔다. 그리고 김태희, 차승원, 최민식, 손예진, 싸이, 박찬욱 감독, 유재석, 윤아, 아이유 등등 당대의 톱스타 다수가 번갈아 등장해 친숙한 일상의 모습 속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대중과 소통했다. 노래가 친숙하니 어떤 유명인이든 광고에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하지만 무수한 유명 모델 중 에쓰오일을 대변할 단 하나의 얼굴을 꼽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마스코트 캐릭터인 구도일이 등장하면서 브랜드의 대표 얼굴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유명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에쓰오일의 보너스포인트 멤버십 '구도일패밀리'의 카드 출시를 홍보하고 있는 구도일. (사진 = 에쓰오일)

 

에쓰오일은 구도일 캐릭터를 인쇄 광고와 TV 광고 등 다양한 매체와 온·오프라인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 전반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꾸준히 인지도와 친숙도를 올렸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했다. 구도일은 오래지 않아 대표적인 기업 캐릭터로 자리 잡았으며, 단순한 마스코트 캐릭터를 넘어 고객과 소통하는 채널로 키웠다.

캐릭터로 기업 이미지를 전한다는 발상은 정유업계에서는 전례가 드문 이색적인 시도였다. 그런데 구도일은 업종과 무관하게 국내 기업의 캐릭터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에쓰오일 측에 따르면 구도일은 불과 2년 만에 에쓰오일의 차별화된 자산이자 심볼로 자리잡았다. 2014년 소비자 상대의 한 설문조사에서 구도일은 91%의 인지도와 77%의 호감도를 나타냈다. 기존 유명연예인 모델들에 비해 광고 효과 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또, 특정 제품군을 말했을 때 여러 경쟁브랜드 중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를 측정하는 ‘최초상기도’(TOM) 지수에서 에쓰오일은 구도일 광고 이전 47%를 나타냈지만, 구도일이 광고에 등장한 이후 4개월 만에 68%로 조사됐다고 에쓰오일은 밝혔다.

에쓰오일은 이 같은 구도일 마케팅의 성과를 바탕으로 2013년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정유업체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에쓰오일이 처음이다. ‘2016 한국의 경영대상’ 시상식에서도 정유사 최초로 마케팅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구도일(왼쪽)과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캐니멀'이 지난 2014년 7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캐릭터 & 라이센싱 페어 2014'에 전시됐다. (사진 = 에쓰오일)

 

‘원 소스 멀티유즈’ 다양한 장르로 파생
주유소 팝아트에도 등장, 유쾌·친근한 분위기 조성


한편, 에쓰오일은 유행에 민감하고 지속성이 짧을 수도 있는 캐릭터의 한계를 인식하고, 구도일을 활용한 여러 가지 파생 상품 및 콘텐츠를 만드는 '원 소스 멀티유즈' 마케팅에 집중해왔다고 밝혔다.

구도일의 직관적인 이름부터 쓸모가 많다. 에쓰오일 보너스카드 포인트 회원을 일컫는 호칭은 ‘구도일패밀리’이다. 지난 10월 시범운영을 시작한 차량 관련 마케팅 플랫폼은 ‘구도일Zone’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 에쓰오일은 고객의 제안과 의견을 반영해 구도일 봉제인형, 키홀더, 목 베개, 담요, 블루투스 스피커 등등 일상용품 중심의 상품 관련 굿즈도 꾸준히 출시하고,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마케팅도 진행해 캐릭터 성장을 도모했다.

매년 진행하는 불우이웃돕기, 천연기념물 지킴이, 출퇴근 및 등하굣길 프리허그 등 다양한 CSR 활동과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매년 개최하는 KLPGA 에쓰오일 챔피언십 골프대회와 같은 스포츠 행사에서도 구도일은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2014년엔 애니메이션 캐릭터 ‘캐니멀’(Canimal)과 구도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구도일과 캐니멀의 신나는 비행’을 발표하고, 아시아 최대 문화콘텐츠 라이센싱 박람회이자 대규모 캐릭터 전시회인 ‘서울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 참가해 홍보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2018년 연말 코엑스에 꾸며진 '구도일 드림 빌리지' 현장 모습. (사진 = 유튜브 채널 '에쓰오일 GOODOIL TV' 캡처)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와 울산시 울주군 공장 본관 1층에 캐릭터샵 ‘구도일랜드’ 1, 2호점을 각각 선보였다. 울산역과 대전역에는 구도일 스노우볼 트리를 설치해 고객이 캐릭터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는 구도일을 활용한 영상과 카툰 등으로 소비자 응원 소셜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구도일 캐릭터 상품을 후원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국산 캐릭터 ‘뿌까’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메시지 전달력 제고를 꾀했다.

올해 7월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전당앞주유소’를 친환경 콘셉트의 사이니지(signage)와 팝아트 구도일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강남지역의 대표 플래그십 주유소로 변신시켰다. 에쓰오일은 약 3개월에 걸친 리모델링을 거쳐 도심지역에 드문 500여 평 대형 부지라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최첨단 사양이 편의시설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주유소로 만들었다.

특히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의 구도일 패밀리를 건물 전면 대형 팝아트 디자인의 주제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광고 캐릭터가 생활 속 대중예술 작품으로 등장해 기존 주유소의 칙칙했던 이미지를 세련되고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으며 고객 및 보행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위로를 전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구도일 패밀리' 애니메이션 시즌2의 장면들. (사진 = 유튜브 캡처)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으로
잠재 고객에 브랜드 영향력 확대


마스코트, 브랜드 캐릭터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구도일 단독으로도 캐릭터로서의 상품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쓰오일은 구도일을 주인공으로 한 문화 콘텐츠와의 연계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으로 에쓰오일은 구도일 캐릭터의 본질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30초 내외의 짧은 TV 광고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브랜드 마케팅 영역을 보완하는 한편 잠재 고객인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브랜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한 것.

2015년에는 구도일 패밀리를 소개하며 캐릭터의 세계관을 확대했다. 할아버지 구렌파, 할머니 스위티, 아버지 구대디, 엄마 오드리, 애완견 구메롱 등이 함께하게 됐다.

그리고 2017년엔 구도일 패밀리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구도일 패밀리’를 선보였다. ‘몬스터카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총 10편으로 구성된 이 시즌은 공해를 일으키는 몬스터카로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악당 야누스 박사를 구도일 패밀리가 막아내는 모험과 액션을 그린 이야기로 유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35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또 올해는 ‘구도일 패밀리’ 시즌2 9개 에피소드를 1월 초부터 3월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이번 시즌은 유머, 액션, 판타지 코드가 가미된 옴니버스 시트콤 형식이다.

 

에쓰오일이 2019년 윤활유 비즈니스를 위해 새로 공개한 '구도일 세븐' 캐릭터의 모습. (사진 = 에쓰오일)

 

특히 에쓰오일 측은 온라인 중심의 미디어 환경 발달, 동영상 플랫폼 확대 등으로 신규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고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맞춰 장기 프로젝트로 구도일 애니메이션을 핵심 콘텐츠로 발전시켜 브랜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캐릭터 라이선싱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라이선싱 업체 및 글로벌 캐릭터 에이전시와 등 업계 전문가들과 접촉하며 프리세일(Pre-sale)을 진행하고,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의 구도일 애니메이션의 성공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에는 SNS 사용 빈도가 높은 MZ 세대를 타깃으로 한 코믹 영상툰도 활발히 제작, 공개하고 있다. 올해 ‘힘 좀 씁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공개된 두 편의 코믹 영상툰은 다소 황당한 상황 전개와 의도적으로 낡고 조악한 화면 톤이 더해진 키치(Kitsch)한 B급 감성으로 총 13만 8천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나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에쓰오일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2020 한국의 경영대상’ 브랜드경영 부문에서 4년 연속 1위, 산업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브랜드 명예의 전당’ 주유소 부문에서 2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또한 인터브랜드 Korea가 주관하는 ‘2020 Best Korea Brands 50’에도 4년 연속으로 선정돼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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