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터져라 아파트 버블” 돕는 투표를 이번에도 할 참?

최영태 이사 기자 2021.11.29 10:47:26

(문화경제 = 최영태 이사)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발언을 들으면 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이런 느낌을 과장법 보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다’고 표현한다. 이런 느낌을 주는 방송을 들었다. KBS 1라디오 ‘최경영의 이슈 오도독’이 지난 11월 17일 방송한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 출연 분이다.

그간 한국의 과도한 부동산 부채가 주는 위기감을 전하는 발언들은 많았지만 서 이사가 이날 끄집어낸 분석들은 최근 그가 펴낸 책 ‘2022 피할 수 없는 부채위기’의 제목 그대로, “아, 이대로 가다가는 (부자를 제외한) 한국인들은 또 한 번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겠구나”라고 예상케 했다.

서 이사 얘기의 골자는 한국의 모든 경제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흔히 부동산이라고 하면 아파트를 생각하지만, 서 이사는 더 큰 문제로 ‘기업 부동산’을 꼽았다. 한국 기업 중 40%는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적자 상태이지만, 즉 돈을 못 버는 ‘망할 기업’이지만,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정상 기업”으로 분류한단다. 신비한 현상이다. 이들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아 구입한 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잡고 있기에 경영은 못 믿어도 땅은 믿을 수 있으니 ‘돈 빌려줘도 되는 안전한 기업’으로 둔갑한다는 지적이다. 담보보다는 기업의 능력을 기준으로 대출해주는 영미계 은행의 시각으로 본다면 참으로 희한한 은행 대출인 셈이다.

 

11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집값 폭등 규탄 기자회견에서 집값정상화시민행동 관계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주택 구입 대출을 옥죄는 만큼 기업 대상 대출은 권장하는 게 현재 한국의 분위기다. 좁아진 대출 기회 탓에 얼굴이 일그러진 소시민들과, ‘공장 부지’라는 허울 좋은 명목 덕에 LTV(담보인정비율)를 80%까지 보장받으면서 큼지막한 땅 덩어리를 헐값에 사들여 떼돈을 이미 벌었거나 아니면 곧 벌 준비에 설레는 사장님들의 넉넉한 미소가 대비되는 게 한국이란 나라의 생얼굴인가?

더 충격적인 서 이사의 발언은 이어진다. “그런데, 이 부분을 규제하면 기업들이 다 외국으로 나갈 것 같아요.” 기업들이 “돈을 빌려주면 공장 짓고 일자리 늘릴께요”라며 땅을 사들인 뒤 사업을 않고 땅을 놀리면서 ‘신도시 건설로 대박 나기만’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정부당국이나 은행이 “그런 땅 놀이는 더 이상 용납 못해”라고 선언한다면 한국의 기업 기반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소리였다. 참말로 ‘부동산 왕국 대한민국’이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으로서 가장 이상했던 것 중 하나는 “왜 한국 신문과 포털의 중요 메뉴 중 하나는 항상 부동산 소식인데, 왜 미국 신문에는 부동산 섹션이 없을까”였다. 또 다른 하나는 “왜 한국에선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전화 한 통화에 몇 만 원만 내면 득달같은 수리 서비스를 받는데, 왜 미국에선 수리 신청 자체만으로도 수십만 원(몇 백 달러) 부담이 발생하기에 ‘가전제품이 고장나면 AS 받을 생각 말고 그냥 버리고 새 걸 사’는 게 상식인가?”였다. 서 이사의 설명을 들으면 두 나라가 그렇게 다른 이유가 납득이 된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조덕중 홍보팀장이 22일 오후 서초구 내 시세 30억 원 이상 아파트 게시판에 종합부동산세 위헌법률 심판 청구 계획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부동산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과 그렇지 않은 미국

미국에선 시스템-규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서비스 산업에 돈이 돌아가도록 한단다. 즉 가전제품 수리 기사나 상하수도 수리공(plumber)이 충분한 서비스 요금을 받도록 하는 사회 구조란다. 반면 제조업(수출 대기업) 중심인 한국에선 최대한 값싸게 생산하는 효율성을 추구하기에 서비스 요금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효율성 추구 탓에 임금-서비스 소득을 억누르면 개인들이 목돈을 벌 기회는 자산소득만 남게 된다. 그러니 신문의 중요 뉴스가 부동산 소식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거의 전원이 부동산 전문가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의 제조 대국들이 모두 이런 부동산 중심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 부자 아니면 부자 될 가능성이 없는 사회는 암담하고 억울하다. 불로소득이 판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서 이사는 이런 얘기도 했다. “용산과 여의도에 대규모 유휴지가 있어 여기에 신도시 규모의 임대주택 단지를 개발할 수 있다. 민주당 후보에게는 그런 정책이 있으나 공개적으로 말을 못한다. 주변 주민들이 싫어해 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가능한 시기가 1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집값 상승 시기 아니면 부채 구조조정을 할 수 없기에) 내년 6월까지 선거 정국이 연결되기에 정치권의 입김(이는 곧 유권자의 바람을 반영) 탓에 구조조정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염려였다.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그때부터 초저금리가 시작됐으니) 이후 미국 국민들은 사태의 원인으로 정부와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비난했지만 세 번째 책임자로 “미국 국민인 나 자신”을 꼽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부동산에 미쳐 날뛴 자신의 책임도 인정한다는 자세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로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부동산 편집증 때문에 부채 버블이 결국 폭발한다면, 두 번째 IMF 사태 같을 그 고통 속에서도 한국인은 “그래, 나도 책임자야”라고 인정할까? 아니면 항상 그래왔듯 “부동산을 사랑한 나는 잘못한 게 없어. 모두 대통령 탓이야”라고 또 한 번 남탓을 훌륭히 해낼까?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내 손가락과 내 아파트 단지가 새삼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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