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지분 거래 플랫폼 ‘ARTSTOCK’ 김진호 대표, "5천 원으로 5천만 원 미술품의 감동에 투자한다"

"주식·부동산·코인과 달리 미술품 거래는 감동의 총합에 투자하는 것, 거래를 통한 유동성이 작품의 가치를 만든다"

안용호 기자 2021.12.06 17:09:04

국내 아트페어에 10만에 가까운 관객이 몰리고 작품 판매액이 전년의 2~3배를 훌쩍 넘었다.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더 이상 기웃거릴 여력이 없는 MZ세대가 미술품 투자로 눈을 돌린 탓이다. 공모와 상장을 통해 작품을 주식처럼 조각 거래하는 플랫폼 ‘ARTSTOCK’ 김진호 대표를 만나 국내 미술품 지분 거래 시장 전망을 들었다.

롯데월드타워 30층 집무실에서 만난 ARTSTOCK 김진호 대표. 사진=ARTSTOCK

2021년 우리나라 미술계는 큰 변화의 흐름을 목도했다.

지난 10월 17일 막을 내린 ‘키아프 서울 2021’(KIAF SEOUL 2021·한국국제아트페어)는 8만8000명의 관람객이 몰려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매출 역시 역대 최대인 650억 원을 달성했다.

키아프의 열기는 식지 않고 이어졌다. 지난 11월 5일~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아트페어는 98억 원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관람객은 1만4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축소 개최됐던 작년 매출은 36억 원이었다. 인천에서 지난 18일~21일 처음 열린 인천아시아아트쇼(IAAS)는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총 4만9천여 명이 방문했고 작품 거래액은 70억 원에 달했다.

올해 우리나라 미술계가 이룬 성과는 대중의 미술품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미술품을 새로운 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젊은 세대 중심의 ‘아트테크(아트+재테크)’ 열풍은 침체되어 있던 미술 시장을 흥분시켰다.

아트테크는 화폐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적합한 안정적 자산 투자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도 감상재에서 소유재를 넘어 투자재로 변화하고 있다.

MZ세대가 뒤흔든 우리나라 미술 시장

최근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아트스탁(ARTSTOCK, exchange.artstock.co.kr)은 바로 이런 트렌드와 대중의 미술 투자 니즈 접점 사이에서 탄생했다.

ARTSTOCK은 유망한 국내 중견 작가들의 작품 가운데 투자가치가 있는 미술품을 선정해 공모(Public Offering), 상장(Listing), 거래(Trading) 등 주식 거래소 방식으로 작품의 지분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서 미술품은 거래 최소 단위인 SQ(Square, 1㎠)로 조각 거래된다. 예를 들어 50호 기준 5,000만 원짜리 그림은 1 SQ 당 약 4,700원(50,000,000÷10,647=4,696)에 거래된다. 5000만 원의 그림을 통째로 살 수는 없어도 4700원만 투자하면 작품 1 SQ를 소유할 수 있는 셈이다.

미술품 거래는 감동의 총합에 대한 투자라고 말하는 김진호 대표. 사진=ARTSTOCK

서울시 송파구 롯데타워 30층 사무실에서 만난 ARTSTOCK 김진호 대표는 주식시장 방식의 미술품 조각 거래의 의의를 ‘감동’과 ‘유동성’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감동하진 않죠. 내가 소유한 비트코인이 감동을 주진 않아요. 하지만 미술 작품의 일부를 소유한다는 것은 감동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주식상장은 기업의 가치, 수익성을 근거로 하지만 미술품 거래는 이 작품이 ‘대중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향후 얼마나 감동을 더 줄 수 있는지’의 총합을 전제로 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감동이 유동성을 만듭니다. ARTSTOCK을 통해 중견작가들의 작품 조각이 거래되고 며칠 만에 가격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동안 흐르지 않던 것이 흐르면서(거래되면서) 가치가 생겨난 거죠.” 김 대표는 그동안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어 온 우리나라 중견 작가들의 작품 가치가 이러한 유동성을 통해 제대로 평가받게 되리라 전망했다.

“미술품 유동화를 통해 가치 있는 작가와 작품을 공정한 시장에서 올바르게 평가받게 하는 것이 ARTSTOCK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대중이 예술 작품을 직접 소유하며 감동을 느끼고 그 가치를 더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거지요.” 

미술품도 주식처럼... 미술품 조각 거래 플랫폼 오픈한 ARTSTOCK

ARTSTOCK에서는 어떤 시스템을 통해 미술품 지분을 거래할까? 첫 단계인 미술품 공모는 기업의 IPO와 같다. 한정된 기간(대략 3주) 동안 공모를 통해 미술품의 소유권이 분할 판매된다. 즉 주식의 주당 가격처럼 SQ 단위별 투자 금액이 설정된다. 이 공모 단계에서는 오프라인 전시를 통한 투자자 대상 작품 가치 공유, 사전 거래 등이 이루어진다.

ARTSTOCK의 사업영역. 사진=ARTSTOCK

공모 단계인 Pre-Sale이 끝나면 미술품에 대한 개인 간 소유권 거래가 가능한 상장단계를 거친다. 이는 미술품이 거래소에 상장되는 개념으로 미술품에 대한 소유권 거래가 SQ 단위로 가능해진다. 상장 단계에서도 투자자를 위해 작품과 작가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

이후 SQ 단위로 매수와 매도 거래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는 ARTSTOCK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투자 명세와 입출금 현황, 현재 보유 금액 현황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RTSTOCK은 베타 오픈을 통해 고객들의 미술품 조각 거래 니즈를 이미 확인하고 있다.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 새로운 자산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순수미술(fine art)이 그 대상이 될 것인지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베타 오픈을 통해 투자자들의 니즈를 실제로 확인하면서 그 논란은 사라졌습니다.”

넘치는 수요에 대해 작가들의 공급(작품)이 받쳐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김진호 대표는 “ARTSTOCK은 100여 명의 중견작가를 대상으로 작품 100점 정도씩 사전 계약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대중들의 수요에 대해 작가들의 공급 역시 넘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 둘을 매칭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장, 플랫폼이 없었을 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동성이 만들어 내는 작품 가치, 추급권 도입으로 작가들의 삶 바뀐다

갤러리 중심의 미술 시장에서 판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미술계의 신뢰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ARTSTOCK은 15명의 미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상장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선정위원들. 사진=ARTSTOCK

김 대표는 “1천 명이 넘는 작가들이 공모 신청을 했는데 그중 100명의 작가가 최종 선정됐습니다. 선정위원들이 함께 고민하고 엄격하게, 객관적으로 심사한 결과입니다. 선정위원들의 이런 노력이 쌓여 자연스럽게 미술계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며 책임선정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존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상설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하는 것 외에 ARTSTOCK은 국내 미술 시장에 추급권이라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추급권이란 저작권 관련 대상물이 여러 번 옮겨져 누구에게 가 있더라도 이것을 추급하여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미술 작품의 경우 재판매될 때마다 저작권자인 작가나 사후에는 작가의 상속권자에게 판매액의 일정한 몫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추급권이 도입되면 미술 작가도 소설가나 작곡가처럼 작품 판매액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100여 개국 이상이 추급권을 도입하고 있어요. ARTSTOCK은 거래 수수료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 추급권 형태로 작가에게 지급할 계획입니다. 작가 입장에서는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정기적으로 일정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작가의 작품 활동이 훨씬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다시 투자자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자.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주식시장 불안,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미술품 지분 거래와 같은 아트테크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에 강한 순수미술의 자산 가치

김 대표는 순수미술(fine art)은 불경기 상황에서 더 강한 저항 기재가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강한 미술품 투자는 기존 금융 자산들에 비해 낮은 위험성과 높은 수익률을 가진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라는 것.

또한 미술품 투자는 각종 세금 절감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개인의 경우 현존 작가의 예술품 거래 시 소득세가 없으며 미술품 Re-sale 시 발생 수익의 최대 90%는 필요 경비로 인정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기업 내 전시 목적의 1천만 원 이하의 미술품 구매는 비용으로 계상이 가능하며 법인세, 부가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김진호 대표는 미술품 유동화를 통해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창조하고, 더 많은 대중이 예술작품을 소유하며 그 가치를 더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ARTSTOCK의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사진=ARTSTOCK 

ARTSTOCK은 향후 미술품 투자에 대한 정보 공유를 위해 작가, 팬들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작품 공모 기간 중 오프라인 전시를 열 예정이다. 관련해 김 대표는 주식시장처럼 미술 애널리스트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시장일수록 누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갖느냐가 중요합니다. 정보의 격차가 줄어들수록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고 따라서 미술품, 작가에 관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생기게 될 겁니다.”

현재 미술품 지분 거래는 실물거래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법적 인허가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 ARTSTOCK은 향후 거래 규모가 커져 정부가 관련 정책을 신설할 경우도 미리 대비하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를 시도하면 오히려 저희가 도와 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할 문제는 불평등인데 이걸 해결할 방법은 서민들도 부담 없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진호 대표는 더 많은 대중이 예술 작품을 소유하고 그 가치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작가와 작품이 공정한 시장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 ARTSTOCK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영상=유튜브 채널 'ART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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