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셋 낳으면 1억 대출 전액 탕감, 창원시 '결혼드림론'... 여성단체 반대 나온 이유는?

경남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의당 "인구 감소 해결을 결혼과 출산 만으로 해결하려는 정책... 성인지적 관점이 완전히 배제됐다"

유재기 기자 2021.12.31 10:31:44

창원시의 인구유입과 출산장려 정책이 돋보였던 '결혼드림론'이 내년 1월 전면개편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경상남도 창원시가 인구유입과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도시로의 발돋움을 위해 '결혼드림론'을 발표했다.

제도를 살피면 결혼 때 1억 원을 대출한 부부가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지원(3년 내 1자녀 출산), 대출 원금 30% 상환 지원(10년 내 2자녀 출산), 1억 원 전액 상환 지원(10년 내 3자녀 출산) 등 단계적으로 가족이 늘수록 목돈을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결혼드림론’ 출범을 앞두고 지난 3월과 4월 창원시는 결혼 드림론 도입 추진과 관련해 신혼부부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드림론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40.4%) 중 51.9%가 결혼드림론이 시행될 경우 ‘가족계획을 변경(출산 결심, 출산 시기 앞당기기, 다자녀 출산 등)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의 79.7%는 결혼드림론 시행을 희망했다. 출산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가 86%로 나타났으며, 희망 자녀 수는 2명(50.7%)이 가장 많았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원정책으로는 ‘현금 지원’(52.5%)에 이어 ‘주택 지원’(20.3%), ‘보육 인프라 확충’(20.3%), ‘육아휴직 장려’(11.9%),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예방’(11.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 한 여름 밤의 꿈이 된 결혼드림론

그런데 신혼부부 유입과 출산 장려 정책으로 계획된 이 제도는 불과 반년 만에 난관을 맞이했다. 여성의당과 일부 시민들이 반발에 나선 것. 결국 창원시는 정책 보완에 나섰다. 

 

지난 1월 7일, 경남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의당 경남도당은 성명을 내고 "인구 감소 해결을 결혼과 출산만으로 해결하려는 결혼 드림론 정책은 성인지적 관점이 완전히 배제됐다"면서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관련해 창원시 인구정책담당 임정택 계장은 "현재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며 2022년 1월 중순이 되면 개편된 '창원드림론(가제, 결혼드림론)'이 발표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신혼부부를 위한 연 1.2%의 주택전세자금 대출 잔액 혜택을 진행하고 있다. 최대 100만 원에서 50~60만 원 정도 혜택을 받는 시민이 많다.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보육과 주거환경을 강조한 부분이 늘어날 것"이라고 제동 걸린 '결혼 드림론'의 진행 상황을 밝혔다.


이 제도를 반대하는 여성단체와 시민들의 공통된 입장에 관해서는 "모든 이의 의견은 소중하다. 결혼과 출산은 강제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주요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주변 단체의 반발로 무산됐기 보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구분한 더 나은 과정"이라는 개선의 핵심을 강조했다. 

덧붙여 임정택 계장은 "자녀 출산 시 큰 혜택을 주는 도시로 전입해 자녀를 낳으면 다시 다른 도시로 이탈하는 부부가 많다. 예를 들면 갈수록 발전 중인 김해시와 창원시를 연결하는 터널이 생긴 후, 살림은 김해시에서 일은 창원시에서 하는 이가 늘었다. 주변 도시로의 이탈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인구 유입과 이탈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창원시의 최종 입장은 '지방자치단체는 보육과 주거환경에 힘 쓰고 금전적인 큰 틀은 국가가 나서야 지방의 인구유입과 이탈 사이의 바른 균형이 생긴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시민 여론과는 다른 전제의 '결혼드림론' 개편에 대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육과 주거환경에 더 힘을 쓰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이 혜택이 결혼과 출산을 결심한 신혼부부에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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