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엇갈리는 P2E 게임, 한국에서 달리나 못 달리나

이재명 “긍정” 윤석열 “우려” … 게이머들 “게임산업진흥법 바꿔야”

양창훈 기자 2022.01.05 14:31:23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게임 진행 장면. 사진 = 나트리스 제공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는 이른바 P2E(paly to earn) 게임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까지 언급되며 뜨거운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개발된 P2E 게임이 법 규제에 막혀 국내에선 플레이할 수 없게 되자 관련 업체는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소송에 나서고 있다. 

 

일반 게임과 달리, P2E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 안에서 얻은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다.

 

국산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의 제작사 나트리스는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돌삼국지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로부터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분류 취소를 통보 받았다. 나트리스 측은 12월 20일 “게임위로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이어 애플 앱스토어 버전도 등급분류 취소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나트리스는 홈페이지에서 “게이머들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위 처분에 불복해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는 의미였다.

나트리스는 이어 2021년 12월 28일 “법원의 임시효력 정지 결정 처분에 따라서 2022년 1월 14일까지만 무돌삼국지 서비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돌삼국지는 2022년 1월 14일까지 구글플레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무돌삼국지는 1월 5일 기준 다운로드 횟수 1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사진 = 구글플레이 제공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1항의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은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한다'는 규정을 들어 무돌삼국지의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8조 3항은 ‘게임을 통해 경품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사행성 조장으로 정의한다'고 규정했다.

무돌삼국지의 게이머가 임무를 완료하면 게임 내 재화인 '무돌코인'을 받을 수 있다. 무돌코인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게임산업진흥법 32조 1항 7조와 28조 3항에 저촉된다고 게임위는 판단했다.

사행성 게임 막기 위해 16년 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법

2004년에 출시된 게임 ‘바다이야기’가 크게 흥행하면서 중독성과 도박성이 문제로 지적됐다.

 

형사들이 도심에 위치한 사행성 게임장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07년 대한민국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06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바다이야기’ 사태로 전년보다 크게 하락했다. 특히 아케이드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장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두 부문의 2006년 규모는 각각 7009억 원, 2조 67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4%, –29.5% 줄어들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게임 산업의 퇴보로 이어진 결과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고자, 정부는 2006년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게임산업진흥법을 제정했다. 이후 정부는 사행성 게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낡은 게임산업진흥법이 첨단 P2E 게임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두 게임은 돈과 관련된 구조부터 다르다. 바다이야기는 게이머가 본인의 돈을 넣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구조다. 반면 무돌삼국지는 게이머가 노동을 통해 무돌코인을 얻는 구조다. 게이머가 돈을 ‘잃고 얻는’ 개념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바다이야기 게임장은 전국적으로 생겨나며 흥행했다.  사진 = 연합뉴스

게임물관리위원회 홍보팀 관계자는 “법원은 현재 무돌삼국지에 관해서 14일까지 게임 운영을 허가했다. 14일 이후 무돌삼국지의 서비스 운영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며 ”게임산업진흥법 제28조 3항에 따라서 현행법상 게임은 경품 등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아야 하는데, 무돌삼국지는 블록체인 특성상 게임 외부에서도 경품을 조장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무돌삼국지는 노동을 통해 재화를 얻는다. 이를 사행성으로 규정한 게임산업진흥법이 문제다. 블록체인이 결합된 게임은 하루가 빨리 발전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못따라가고 있는 게임산업진흥법의 개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한다”는 요구다.

정치권이 생각하는 P2E 게임의 앞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게임 매체 인터뷰를 통해 P2E 게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P2E 시장은 현재로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행성 문제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를 인식하면서, 앞으로 P2E 게임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보고 사회적 합의를 찾겠다”고 밝혀 '긍정 검토' 의견에 가깝다.

앞서 이 후보는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서도 “P2E 게임이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한 산업이다.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정책 하는 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게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의견을 밝혔다. “국민 여론에서 사행성 논란이 있다면 건전한 놀이문화가 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국민 대다수가 이해한다면 P2E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에서 최소한의 고려는 해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후보는 “환전이 가능한 게임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행성 논란이 없어져야 해당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조건 반대는 하지 않겠지만 '사행성에 대한 우려'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게이머들이 2018년 11월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금지되자 P2E 업체들 해외 시장으로

게임업체들은 게임산업진흥법 탓에 P2E 게임의 국내 출시가 제한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위메이드는 2021년 8월 170여 국가에 '미르4'를 출시했다. '미르4'의 게이머들은 게임 내 재화인 흑철 10만 개를 게임 코인인 ‘드레이코’로 교환할 수 있다.

네오위즈도 P2E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계열사인 네오플라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 개발을 추진 중이다. NFT(대체불가토큰)가 접목된 △브라운 더스트 △아바 △골프 임팩트 등이 2022년 1분기 출시될 예정이다.

컴투스는 P2E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사인 애니모카 브랜즈에 투자를 결정했다. 컴투스는 미국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미씨컬게임즈’에 대한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K-드라마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는 국내 시청자를 위해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이지, 국내에선 다룰 수 없는 소재를 해외 수출용으로 다뤄 성공한 형태가 아니다. P2E 게임업체의 손발을 국내에서 묶어두는 것은 결국 국제적으로도 활약하게 만들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게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정치권의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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