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으로 타인 금융비법 엿보게 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 "이 기능 쓸 만한데?"

KB국민은행 '마이머니' 사용해 보니 … 수많은 콘텐츠 중 쓸 만한 건 무엇일까

유재기 기자 2022.01.14 11:46:10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의 금융 정보를 한 데 모아 다양한 금융 플랜을 계획해보도록 하는 장점을 갖췄다. 사진 =KB마이머니

새로 도입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리뷰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마이머니'를 설치했다. 시중은행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

 

개인 자산관리에 효율적인 서비스를 강조한 은행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특징들.

 

앱 설치 및 가입 과정은 간소했지만 KB마이머니의 금융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은행에서 서류로 접해본 A4 용지 사이즈의 개인정보 및 금융 정보에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물론 작은 화면으로.

KB마이머니가 전면에 내세우는 서비스는 크게 ‘자산관리’, ‘목표챌린지’, ‘부동산’, ‘자동차’, ‘MY금고’, ‘신용’, ‘머니크루’, ‘D플랜’으로 나눠진다. 실질적으로 손이 갈만한 섹션을 중심으로 리뷰를 진행했다.

머니크루: 제공된 개인 금융데이터 쓰임의 올바른 예

 

KB마이머니에 가입한 회원들의 자산현황과 급감율, 그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강점은 큰 도움이 된다. 사진 = 기자의 KB마이머니 화면 캡처

앱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엿볼 수 있는 머니크루는 KB마이머니에서 가장 유용한 서비스로 꼽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등록 시 체크한 자신의 자산(예적금 및 투자, 연금 및 보험)의 비중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면, 이곳에서 다른 회원의 포트폴리오를 교과서 삼아 리모델링 하는 것도 추천한다. 3000~4000% 이상 자산이 증가한 회원(연령대, 지역, 직업, 라이프스타일 정보가 대부분 공개됨)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어떤 식으로 그의 자산 배분이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산 증감율’, ‘조회수’, ‘좋아요’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나눠 상황이 비슷한 다른 회원과 비교해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비밀)로 소통도 가능하다.

마이데이터 가입 시 고민되는 금융정보 오픈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지만, 자산 고수들의 정보가 녹아든 머니크루 서비스는 반대로 생각하면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

 

친구끼리도 공개하기 어려운 예적금 비율, 그것도 어느 은행과 보험사에 얼마나 금액이 들어갔는지 볼 수 있는 점은 호기심을 유발한다(예: OO은행에 예금 1000만 원, 00투자증권에 국내 주식 200만 원, OO개인연금에 5200만 원 등). 회원이 보유하고 있는 펀드와 주식의 증감율까지 볼 수 있어 마치 금융 생활기록표를 감상하는 기분마저 든다. 

 

기자 역시 가입 시 금융 데이터를 오픈했기 때문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정보 교류의 장으로 볼 수 있다. '혹시 누군가 알아볼까?'라는 고민은 접어도 좋다. 자신이 고른 캐릭터와 닉네님으로 활동하므로 신상이 드러날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포트폴리오 필터로 원하는 연령층과 직업, 지역, 자산규모, 추가 정보(쇼핑러버, 욜로, OTT매니아, 배달외식러 등)를 선택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흡사한 이들의 금융 이력을 관찰하게 만든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동산, MY금고: 미래에 대한 판타지와 냉철한 현실 사이

미래에 사고 싶은 차량을 등록해 아쉬운 현실을 잠시 잊고 행복의 나래에 잠시 젖을 수 있다. 사진 = 기자의 KB마이머니 화면 캡처

자동차는 본인 명의로 된 자동차가 없다면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있다면 자동차의 차량번호와 주행거리만 입력하면 시가로 가격이 책정돼 ‘내 자산’에 합류된다. 재미있는 기능인 ‘Wish Car’는 뚜벅이족이라면 꼭 한 번 해보자. 예컨대 사고 싶은 차(아우디 A6)를 등록하면 '총 1대의 Wish Car가 OOO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차의 금액이 기재된 근사한 사진이 등록된다.

 

목표를 갖고 살라는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굳이 해보겠다면 페라리나 마세라티와 같은 자동차를 등록해 포부를 크게 삼는 게 나을 수 있다.

'MY금고'는 거실 액자 뒤에 숨겨진 금고 안에 담긴 상품권, 현금(외화/원화), 금을 수치로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시세에 따른 금액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기자의 아이폰XS 256G를 등록하니 자산 43만 원이 책정됐다. 이에 따라 전일대비 자산이 43만 원 증가했음을 알리는 문구에 살짝 화색이 돌았지만, 문득 "이 정도로 일일이 입력할 사용자가 많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금의 경우, '골드바, 돌반지, 액세서리' 등으로 구분해 등록할 수 있다. 돌 잔치 때 받은 금붙이나 국가를 믿지 못해 장롱에 골드바를 모았다면 이 기회에 자산을 측정해보는 기회로 사용해도 좋아 보이지만 이 서비스 역시 자주 손이 갈 매력은 없어 보인다.

부동산 섹션 역시 인터넷만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서비스와 비교해 드라마틱한 차이는 없다. 거주하고 싶은 아파트를 검색, 등록하면 현재 자산과 시세를 비교해 차이를 알려주는 ‘Wish House’ 기능도 있다. 다만 사회초년생이나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하루하루가 고민인 2030세대에겐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 수많은 금융권에 흩어진 자산을 한데 모은 '자산관리 서비스'가 있다. 홈 화면에 비친 나의 순자산 총액과 1월 지출 금액을 보면 웃음기가 사라진다. 자산이 많다면 볼 때마다 미소 짓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화면 속 숫자에 만감이 교차된다.

개인의 순자산과 지출액, 그리고 MY금고를 이용해 사용 중인 스마트폰을 입력 후 늘어난 개인자산. 사진 = 기자의 KB마이머니 화면 캡처

지출 금액 정리는 디테일하게 구분된다. 기자는 새해부터 몇 번 병원을 방문했는데 다이아그램으로 이뤄진 소비 패턴 중 '의료/건강'란이 도드라지게 표시됐다. 또한 카페/간식, 생활, 기타 등에서 얼만큼이 지출됐는지 깔끔하게 표시된다. 매월 가장 큰 지출이 무엇인지 캡처하고 1년 뒤 돈의 흐름이 어디로 흘렀는지 엿보는 가계부로 계획하면 유용할 것 같다.

이외에도 목표 챌린지는 ‘외식비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등 지출 관리를 스스로 규제하고 이를 달성하며 자산을 늘리게 돕는 서비스지만, 기자가 기입한 데이터(은행)와 이 부분이 연동되지 않았다. 과소비를 줄이고 싶은 이용자라면 사용할만한 기능임은 확실하다.

 

신용 서비스는 말 그대로 신용평점을 올리거나 신용 관리에 대한 팁을 주는 평이함이 전해진다. 은퇴 자금 기록장은 은퇴 후 예상 수명까지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월 수령액으로 계산해 확인해보는 기능이다. 순서에 따라 한 번 정도는 따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론. 지속 가능한 콘텐츠보단 단발적인 콘텐츠가 많아 보이는 마이데이터에 소중한 개인 금융 데이터를 투여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제법 크다. 각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휴대폰 본인인증이 필요한 서비스도 절반을 차지한다. 물론 재테크에 유용한 서비스도 있으며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만족도는 차이가 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쯤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어떻게 개인자산을 늘리고 국민 행복을 늘릴지 지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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