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실이자 환상인 금강산을 수묵과 금분으로

임진성 작가의 ‘부유하는 몽유금강도’ 연작 전시회

이상면 편집위원 기자 2022.01.15 12:17:25

(문화경제 = 이상면 편집위원) 최근 수 년간 독특한 금강산도를 제시하고 있는 작가 임진성의 초대전 “夢 2022”가 1월 6일부터 2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서울 서초동 법원 인근의 나우리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15년 이상 탐구하며 그려온 ‘부유하는 몽유금강’ 연작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빛나는 금분으로 그려진 금강산 작품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남북분단 이래 우리가 갈 수 없는 민족의 영산(靈山) 금강산의 여러 산 풍경을 동양화가가 수묵담채가 아니라 화려한 금분으로 그린 이유는 무엇이고, 그 결과는 어떨까? 이런 점이 매우 궁금하여 필자는 작가의 작업실까지 찾아가봤다.

임 작가의 ‘몽유금강(夢遊金剛)’ 연작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그려졌다. 동서양화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한지에 수묵 작업에 아크릴 물감이 곁들여져서 미묘한 바탕색을 만들어낸다. 그 후 구도를 잡고, 금분 세필로 산봉우리들을 중첩적이고 수직적으로 그려간다. 선묘화(線描畵) 같은 작업으로 세밀하고도 지구력을 요하는 과정이다.

 

‘부유하는 몽유금강’, 35 x 122cm, 한지에 수묵채색과 니금, 2021.
작가의 금강산 비봉폭포 스케치. 

금분(니금)은 조선 시대에 사용되기는 했지만, 금 안료가 고가인 까닭에 주로 궁중 공예품이나 불화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되었었다. 금분 사용을 임 작가가 오늘날 산수풍경화에서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체 그림은 검은 묵색과 청색 물감이 발산하는 대자연의 광활한 공간적 바탕에서부터 산봉우리들이 금빛 선들로 매우 강렬하면서도 화려하게 등장해 심연의 깊이감을 준다. 금빛 산봉우리들에 침투하는 밝은 청색 기운은 오묘함을 더해준다. 이것들은 산속 호수이거나 좁다란 산길이고, 산에 가득 찬 공기일 수도 있다. 이렇게 임 작가의 ‘몽유금강’은 현대적 동양화이자, 범접하기 어려운 비경(祕境)에 대한 몽환적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금강산 천선대 앞에서 스케치하는 작가(2007년). 사진 = 임진성 작가

 

착잡하게 방문했던 금강산의 비현실성

작가는 금강산 그림을 위해 많은 탐구를 했다. 그는 여행이 허락되었던 2007~08년 동안 두 번이나 금강산을 방문했다. 그는 산을 오르며 일만이천봉과 비봉폭포 등을 직접 보면서 여러 장 스케치를 해두었다. 이것들이 최근 작품의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남북 분단과 대립의 현실에서 작가는 금강산에서 예전 화가들이 그렸던 진경산수화의 대상 또는 민족 영산으로서의 모습만을 볼 수는 없었다. 복잡한 현실 상황 탓에 “매우 착잡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에서 산 풍경들을 바라보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함께 선 임진성 작가.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교류와 만남에 대해 남과 북은 말하지만, 실제로 협력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종종 이해할 수 없는 걸림돌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작가에게 금강산은 단순히 이상적 산수풍경의 대상이 아니고, 아름다움만을 간직한 절경만도 아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있고, 존재와 부존재 사이에 있는 것 같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런 연유에서 그의 금강산들은 지상의 지평선에 맞닿아있지 않고, 약간씩 떠 있는 형상이다. 제목 ‘부유하는 금강산’이 의미하는 바다.

이렇게 임 작가의 ‘몽유금강’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불특정한 공간에 있으며,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형상이다. 조선 시대 금분 기법을 다시 부활시켜 표현된 산봉우리들은 하늘을 향해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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