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헬시플레저①> 헬시플레저, 건강에 행복 입혀 일상 업그레이드

중년이 KPOP 댄스, 점심엔 샐러드, 영양제 카페까지...일상 파고든 헬시플레저

유재기 기자 2022.01.21 16:35:04

코로나19 팬더믹이 가져온 건강과 질병에 대한 ‘공포’가 좀처럼 세상을 놓아주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올해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선정했다. ‘재미있고 실천 가능한 건강관리’라는 의미의 새 트렌드는 코로나19 시대의 역설일까. 헬시플레저의 확산은 우리의 생활, 기업, 의료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는 올해의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를 선정했다. 사진=pexels

"3개월 기준, 약 140만 원의 수업료가 나간다.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개인 안무 영상을 보며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K-POP 댄스를 배우면서 배의 둘레도 줄었고 체력 또한 좋아졌다. 무엇보다 20대와 호흡하는 기회도 생겨 정체된 삶의 루틴에 활력이 돌고 있다. 수강생 중 40대는 10명 중 1명 수준이지만 최근 장년층 회원도 증가하는 게 눈에 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L(39)씨는 달라진 신체와 멋진 아이돌 안무를 소화하는 자신의 동작을 보며 기쁨을 얻고 있다. 그가 지불한 수업료는 약 140만 원(주 5일 단체레슨 약 57만 원, 주 1일 개인레슨 7만 원)으로 적은 비용이 아니다.

유행하는 운동을 하는 것 보다 취향에 맞는 운동을 즐기는 것도 헬시플레저의 특징 중 하나다. 사진 = 펙셀스

지난해 화제를 모은 댄스배틀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영향도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웨이트트레이닝 대신 기호에 맞는 운동으로 자기관리에 재미를 붙인 케이스이다.

‘헬시플레저(Healthy+Pleasure)’는 MZ세대의 건강관리법으로 떠오르는 임인년의 키워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즐겁게 자신의 건강을 가꾼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아파서 치료하는 게 아니라 좋은 먹거리와 운동 등을 통한 ‘예방의 관점’야말로 과거와 차별화된 양상이다. 이처럼 헬시플레저는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들여서라도 건강과 식단, 외모, 피로, 멘탈 관리에 투자하며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는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직장인 점심 인기 메뉴, 순대국에서 샐러드로

균형잡힌 영양 섭취와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먹는 샐러드 식단이 직장인 사이에서 화제다. 사진=샐러디

코로나19는 대중의 삶을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회인의 점심시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1년 차 직장인 Y(29세) 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회사 근처의 샐러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긴다. "양껏 먹어도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오후가 찾아와도 출근할 때의 가벼운 기분이 이어진다. 물론 저녁에 과식할 때도 있지만 샐러드로 몸의 밸런스를 맞춰 죄책감이 덜하다. 특히 여성들이 샐러드 점심식사를 즐긴다"라며 MZ세대의 점심 트렌드를 공개했다.

그의 말처럼 평균 천 칼로리에 육박하는 직장인 인기 점심 메뉴인 순대나 돼지국밥에 비해 샐러드는 200~300Kcal 수준이다. 메뉴에 따라 7000~9000원 대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채식 도시락 사업의 증가세를 보면 놀랍다.

정기 회원만 10만 명이 넘는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샐러드 전문기업 '스윗밸런스'와 전국에 매장만 100곳이 넘는 프랜차이즈기업 '샐러디'가 각광 받는 이유다. 지난 해 국내 샐러드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케어도 ‘MZ표’ 헬시플레저다. 특히 탈모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H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탈모약을 복용 중이다. 당시 그는 병원에서 모발이식 상담을 받으며 20대 환자의 방문율이 30대보다 높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는 “취업과 이성교제에 대한 고민으로 모발이식이 시급한 경우는 아니지만 관리 차원에서 병원을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탈모샴푸’를 검색하면 수많은 뷰티 업체에서 내놓은 탈모 완화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TS샴푸를 출시하는 TS트릴리온은 지난해 12월, 국방부 국군복지단과 자사제품 올뉴TS샴푸를 국방부 내 마트(PX)에 판매하는 군납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사용에 이어 탈모 완화 샴푸까지 군대에서 허용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방부 국군복지단과 군납계약을 체결한 올뉴TS샴푸. 사진 = TS트릴리온

‘제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중 한 명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탈모 연구개발 지원폭 확대와 탈모약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대선공약을 내세우며 2030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얼마나 탈모에 민감한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양제 섭취 전용 카페 생기고, 숙면 관련 시장 규모는 2조원

질 높은 숙면을 도모하고 심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명상 관련 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 캄(Calm)

지난해 12월 22일, 마시는 영양제 브랜드인 비타카페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헬시플레저’라는 플래그샵을 오픈했다.

점포명에서 알 수 있듯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은 헬시플레저에 대한 기업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 브랜드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다양한 영양소(비타민, 콜라겐, 유산균, 커큐민 등)를 함유한 음료 메뉴를 갖췄다. 간단하게 영양소를 커피 마시듯 섭취할 수 있어 바쁜 사회인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헬시플레저의 마무리는 '숙면'이다. 건강한 음식과 영양제, 운동을 겸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육체의 리빌딩은 편안함 잠이 필수이다. 2020년, 한국수면산업협회가 집계한 시장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또한 좋은 잠이 좋은 하루를 연다는 말처럼 침구류 산업이 성장하며 ‘슬로포노믹스(Sleep + Eco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면용품 브랜드 ‘윔블리’는 지난 연말 친환경 소재인 대두섬유가 함유된 소이빈 이불을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콩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대두 섬유 함유로 땀이 차지 않는 통기성, 몸에서 뜨지 않는 밀착력으로 인한 보온성 외에도 항알러지 효과로 세균 증식까지 억제해 피부 자극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숙면을 돕는 명상 앱도 눈여겨볼만하다. 코로나 블루로 대두된 불면증과 심신 정화에 효과적인 ‘캄(Calm)’과 ‘헤드스페이스(Headspace)’가 바로 그것. 우선 캄은 ‘산속, 호수, 나뭇잎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등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재현한 음악을 제공해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기에 제격이다. 꾸준히 듣다 보면 자연 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

또한 ‘불안 다스리기, 행복, 수면 스트레스’ 등 취향을 고려한 프로그램 선택도 가능하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이미 1000만 이상 다운로드 된 앱으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헤드스페이스는 무료 버전에서 10분짜리 명상 10개가 공개된다. 1년 구독료는 약 8.7달러다. 앱의 모든 표기가 영어로 돼 있어 다소 불편하지만, 남성 진행자의 목소리 톤이 안정적인 명상을 이끈다. 또한 명상 시간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하면서도 맛있고, 효율적이고, 재미있는 건강관리.’ 헬시플레저의 정의처럼 과정과 결과가 모두 즐거운 건강관리법이 대세가 될 임인년은 개인과 기업 모두 ‘즐거운’ 변화를 겪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문화경제 유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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