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만 있어도 가능한 시계-미술품 조각투자 … 업체가 밝힌 수익률 얼마?

MZ세대 인기 끌며 다양화 … “규제 제도 없으니 사전학습 필수”

유재기 기자 2022.01.28 09:54:05

수집품, 예술품, 한우 등에 투자하는 조각플랫폼이 갈수록 MZ세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 = pexels

"이 시계가 중고로 팔아도 1000만 원이 넘는다고?" 지난해 여름, 5년 전 구입한 기자의 시계를 중고로 판매해도 1000만 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기자의 지인이 말했다. 해당 시계는 롤렉스사의 익스플로러(214270)라는 모델로 6개월의 대기 과정을 거쳐 구입했다. 당시 매장 직원은 "2년 가까이 대기해야 받는 모델도 많다"면서 반년은 짧은 축에 속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전해줬다.

제품 구입가는 760만 원. 롤렉스의 시계 가격은 물론 매해 인상도 되지만, 예약제가 폐지되면서 매일 새벽부터 움직이는 리셀러와 부지런한 고객들로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온라인에서 '1000원으로 롤렉스에 투자한다'는 군침도는 문구를 봤다. 

바로 조각투자였다. 공동투자로도 불리는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미술품, 시계, 와인, 한우, 스니커즈 등을 내세우며 MZ세대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이처럼 독특한 콘텐츠로 운영하고 있는 조각투자 플랫폼의 실제 수익율과 투자 프로세스를 알아봤다.

트레져러(수집품 조각투자 플랫폼, 최소 투자금 1000원, 2021년 5월 오픈): “수익율 10~15%”

트레져러는 롤렉스나 에르메스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찾는 상품을 주로 선보인다. 사진 = 트레져러 홈페이지 캡쳐

트레져러는 시계나 와인, 핸드백 등 ‘수집품’ 위주로 투자자를 모은다. 이곳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인상 가치가 예상되는 상품을 선보인다. 투자자는 1000원 단위(조각)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모금이 완료되면 회사는 상품의 가치가 최고조에 오를 때 판매한다.

트레져러 측은 투자 수익율에 관해 "현재까지 10~15% 사이로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희소성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조각 소유권'을 판매한다. 예로 시계가 5000만 원이면 1인당 최대 구입 가능한 조각 금액은 1000만 원이다. 1000원부터 투자할 수 있지만 공평하게 투자해 다수가 수익을 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라며 “조각투자가 완료된 뒤 투자자가 수익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0~45일 수준”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는 수익금의 10%를 수수료로 부담한다. 

수익 창출 구조는 이렇다. 시계 조각투자가 마감되면 회사는 온라인 시계 플랫폼을 통해 해외로 해당 상품을 판매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 시계를 매도한다. 해외 측에서 매수 의사를 밝히면 판매 가능금액(수익률)을 투자자에게 공지한다. 예컨대 15%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공지한 뒤 과반수 이상의 투자자가 찬성하면 판매가 진행된다.

트레져러는 초창기 롤렉스 시계를 상품으로 올렸을 때 ‘약 1년의 매각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공지했었지만 롤렉스의 세계적인 인기로 제품이 빠르게 판매되어 수익률 전환 기간도 짧아졌다고 한다. 이곳은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과 달리 회원 간의 거래가 가능한 '마켓플레이스'도 운영하고 있다. 트레져러 측은 “예컨대 A 상품의 1조각(1000원)을 보유 중인 회원이 이걸 다른 회원에게 주식처럼 파는 형태다. 이때는 매수-매도 수수료 1%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조각투자자의 메인 고객은 30대이며 그 뒤를 20대가 잇는다고 한다. 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들이 이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실이 놀랍다. 투자자 연령이 젊기에 '투자 원금 보장 규제 등은 없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소투(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최소 투자금 1000원, 2021년 4월 오픈): “수익율 약 18%”

소투는 국내에도 친숙한 쿠사마 야요이, 아모아코 보아포 등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동구매 콘텐츠로 올려 화제가 됐다. 사진 = 소투 홈페이지 캡쳐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소투에도 1000원 투자가 가능하다. 1000원에 한 조각이니 100 조각을 사면 10만 원이다. 작품의 금액을 높여가며 수익을 올리는 투자다. 또한 예치금을 준비해야 공동구매 진행 시 참여할 수 있다. 투자를 하면 소유권을 증명하는 보유 카드가 발행된다(모집 기간 내 참여율 100%가 성사되지 않으면 공동구매는 '실패'로 처리되며 100% 즉시 환불된다). 이후 모집 완료 상품에 대한 재판매가 진행되며 발생한 차익은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지난해 4월 오픈 뒤 현재까지 약 210 작품을 판매 완료했다는 소투 관계자는 "작품마다 매각을 거쳐 수익금을 돌려주는 기간의 차이가 발생하지만 짧으면 30일, 길면 6개월 이상"이라며 "작품의 평균 보유 기간은 60일이고 투자 이후 원금 및 수익금을 받는 평균적인 기간은 약 2달“이라고 말했다. 평균 수익율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약 18%지만 양도세가 발생하는 작품도 있기에 수익률이 조금씩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공동구매가 완료된 작품이 모두 수익으로 이어질까? 소투 측은 "작품 자체의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 투자자는 수치적으로 ‘얼마의 수익을 벌까?’라기보단 투자 작품에 대한 정보를 공부하고 신중하게 투자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소투 측은 현재까지 판매된 작품 중 작품 값이 하락한 경우는 없었다고 전했다.

뱅카우(축산 투자 플랫폼, 최소 투자금 4만 원, 2021년 5월 오픈): 수익율 비공개

뱅카우는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과 달리 MZ세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투자층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진 = 뱅카우 홈페이지 캡쳐 

대한민국 소 시장 규모는 약 22조 원이고 이 중 한우 시장만 7조 원을 차지한다. 뱅카우는 투자자가 농가의 송아지 지분을 구입, 2년 뒤 경매로 한우를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을 생산자와 나눠갖는다. 지난해 5월, 첫 펀딩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343마리가 펀딩됐다. 뱅카우에선 투자자가 1%부터 100%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중도해지도 가능하다.

수익 발생 과정은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과 다르다. 예로 약 400만 원 상당의 송아지가 펀딩에 오르고 모집이 완료되면 농가는 송아지를 한우로 기른다. 이때 발생하는 부대 비용은 통상적으로 송아지 한 마리 값 정도다. 2년 뒤 경매에 올려 1000만 원에 판매되면 2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오고 이를 사육 농가와 펀딩 참여자가 나누는 구조다. 2년이란 시간은 길다. 이를 해소할 장치는 없을까?

뱅카우 측은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한우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송아지가 사육 기간에 광우병 혹은 1급 재해로 폐사한다면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보상한다. 농가 역시 손해보험을 들어 약 80% 이상 보상을 받으므로 모두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가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로 성장하는 송아지를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이에 뱅카우 측은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내외부 온도가 달라 방문이 어렵다. 회사에 찾아와 송아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는 투자자도 종종 있다”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모든 투자엔 책임이 따른다

이외에도 조각투자 플랫폼은 뮤직카우(음악 저작권), 펀블(부동산)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엔 유니콘 기업 등극을 앞둔 회사도 있을 정도다. 조각투자 플랫폼은 개인이 아닌 공동소유 형태의 자산이지만, 자본시장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에 원금을 보장해주는 규제는 없다.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이런 유의사항을 투자 전 투자자에게 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한 지 갓 1년을 넘긴 곳이 많기에 투자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또한 급변하는 최근 경제 상황에 따라 투자 대상 종목의 미래 가치를 예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품군보다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지녀 가격 산정이 명확한 상품을 주목하는 게 좋다”면서 ”다수가 아닌 개인의 선호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상품은 주관적 해석이 들어갈 수 있어 가격 변동(인하)이 발생할지 모른다. 그 분야에 투자하고 싶다면 반드시 공부를 통해 전문성을 기른 뒤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며 주식처럼 종목과 분야에 대한 학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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