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재 탈모 칼럼] 스트레스가 탈모를 일으키는 과정

홍성재 의학박사 기자 2022.04.29 10:29:23

(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만병의 근원이라 부르는 스트레스(stress)는 정신적인 문제는 물론 신체에 여러 질환과 다양한 문제들을 야기한다.

우리나라 탈모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탈모 인구의 증가 역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탈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코티솔 분비가 반복되면 두피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모발에 공급되는 영양분과 산소를 줄어들게 만든다. 이는 휴지기의 모발 탈락을 가속화시킨다.

휴지기 모발은 성장이 멈추는 퇴행기를 지나 탈락을 준비하는 모발들이다. 전체 모발의 약 14%가 휴지기 모발로 정상적인 경우 하루 70~80개 정도가 빠지지만, 휴지기 탈모로 이어질 경우 하루 100개 이상, 심할 경우 200~300개가 빠지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안드로겐형 탈모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낭 주위의 자율신경 말단부위에서 P물질(substance P)이 분비된다. P물질은 비만세포(mast cell)를 자극하여 히스타민을 유리시키고, 이로 인해 염증 유발인자(TNF-α, IL-1)들이 분비된다. 이는 모낭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자살을 유도하여 성장기 모낭을 퇴행기로 전환시킴으로써 안드로겐형 탈모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는 두피 모낭 주위에 활성산소를 과잉 생성하게 만든다. 과잉 활성산소는 모낭 및 모근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켜 안드로겐형 탈모를 유발한다.

 

안드로겐형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DHT로 전환되고, DHT가 모유두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면 모근세포 파괴물질이 분비되어 발생한다. 따라서 탈모 유전자가 발현되었다는 것은 5알파 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성이 증가됨을 의미한다.

모발의 성장과 퇴행은 5알파 환원효소와 안드로겐수용체를 조절하는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모발 성장이 필요하면 모발 성장인자를 증가시키는 유전자가 작동한다. 또는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시키거나 안드로겐 수용체를 감소시키는 안드로겐 억제유전자가 작동한다. 반대로 모발 성장을 억제해야 할 경우에는 5알파환원효소를 활성화시키거나 안드로겐 수용체를 증가시키는 탈모 유전자가 작동한다.

즉,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5알파 환원효소를 활성화시키거나 안드로겐 수용체를 증가시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하지만 탈모 유전자를 보유했어도 탈모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강력하게 작동하면 모발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 중에 한 명이 대머리라면 다른 한 명도 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일란성 쌍둥이 모두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라도 자라면서 다른 환경에 노출된다. 외부의 자극, 식생활, 습관에 따라 몸이 다르게 적응하고 성격도 다를 수 있다. 탈모 DNA는 유전되지만, 머리카락이 무조건 빠지는 것은 아니다. 탈모 성향이 유전될 뿐이다.

탈모는 탈모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있어야 진행된다. 유전자 발현이란 탈모 억제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환경 요인은 스트레스 외에 두피염증, 음주, 흡연, 나이, 공해, 자외선 등 매우 다양하다. 결론적으로 탈모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다인자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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