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MZ세대에게 세계관이란…

“친숙하고 원형적인 설정을 통해 쉽게 이해되고 널리 어필하는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한 것”... 지나친 상업성은 고객이 외면

안용호 기자 2022.05.06 14:44:42

러시아의 작가 니콜라이 알렉산드로비치 베르자예프는 자신의 저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에서 세계적 문호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세계관은 결국 기독교라고 적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소우주, 존재의 중심인 인간과 그 운명에 광적으로 집착했고 신과의 항쟁에까지 이르렀던 도스토예프스키는 결국 이 인간의 운명을 그리스도에게 넘겨 버림으로써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죠.

서양 문학 작품과 작가 다수가 도스토예프스키처럼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독교 이전에는 제우스, 포세이돈, 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세계관이 문학 작품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최근 마블 영화 속 토르를 통해 유명해진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은 남유럽에 해당하는 그리스 신화와는 다릅니다. 북유럽의 신들은 불멸의 존재가 아닌 결국 죽을 존재이지만 그것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입니다.

세계관은 문학·영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업계와 유통업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또 다른 자아인 ‘ae(아이)’, 인간과 아이의 연결인 ‘SYNK(싱크)’, 디지털 세계 너머 미지의 세계인 ‘KWANGYA(광야)’ 등 이들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합니다.

aespa 에스파 'Black Mamba' MV. 사진=유튜브 채널 'SMTOWN' 영상 캡처

연세대 신학대학원 참마 카운다 교수는 지난해 코리아중앙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에스파와 SM의 세계관이 그리스도교 성경의 내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사탄이 뱀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처럼 에스파 세계관에서도 유혹자가 블랙맘바 뱀으로 나타나고, 특히 ‘광야’라는 설정은 신약성서에서 예수가 40일간 광야에서 고행하며 사탄의 유혹을 받는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죠. 참마 카운다 교수는 이러한 세계관은 "종교적인 목적보다는 친숙하고 원형적인 설정을 통해 쉽게 이해되고 널리 어필하는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최근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관’을 특집으로 다룹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세계관 마케팅은 20년 전 캐릭터를 소환하고, 다양한 동물 캐릭터를 브랜드 대신 전면에 내세우기도 합니다. 신화, 민담, 전설 등을 세계관으로 하는 게임은 말할 것도 없고요.

 

흥미로운 것은 이 세계관이란 것이 절대 불변 혹은 단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객·유저의 참여와 소통, 해석을 통해 기업의 세계관은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기업이 벌이는 세계관 마케팅은 결국 이익을 창출하기 위함입니다. 가끔 황당할 정도로 웅장하고 진지한 캐릭터나 세계관을 고객이 만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욕심 때문이죠. ‘고객’과 ‘콘텐츠’가 빠지고 그 자리에 프로모션이나 매출이 과도하게 들어간다면 그 기업의 세계관은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용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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