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탄소중립 성적표 ②] 건설사가 탄소중립 신사업에 집중하는 이유

SK에코플랜트,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제로 시티부터 암모니아 활용한 수소 사업까지… 건설업계 탄소 저감 위한 사업 다각화 전략과 현황

김민주 기자 2022.05.20 12:40:48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2년 1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건설 산업의 도전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설 업계에서 '탄소중립'은 이제 핵심 과제이다(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사진 = Unsplash, Scott Blake


탄소중립은 인류 생존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글로벌 과제다.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위해 매일같이 각종 선언을 뿌려댄다. ESG경영의 기치를 걸고,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RE100에 가입하고… 그러나 이 선언들이 왠지 공허한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 기업들의 세부 실천 목표와 그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목표와는 반대되는 수치가 나오곤 해서다. 이에 우리 기업들의 탄소중립 현주소를 짚어 본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건설 현장의 패러다임 변화 또한 필수 사항이 됐다. 이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건설 산업의 도전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건설 기업의 대응책 등을 공개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건산연은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주요 부문별 내용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산업, 건물, 폐기물 부문 내용이 건설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 밸류 체인(Value Chain)상 건설 자재 ‘제조’ 단계에서 탄소 배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가장 높으며, 시공 단계에서는 다소 낮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건설 산업은 건설 자재 생산 과정을 포함한 전체 밸류 체인 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0%를 배출하고, 준공 이후 건물 운영 단계에서는 27%의 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개별 건설 기업 단위를 넘어선 전체 밸류 체인, 건설 상품 총생애주기 관점에서 건설 기업들에게는 ‘탈탄소화’가 탄소중립 시대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이에 건산연은 국내 건설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개별 건설 기업 단위의 탄소 배출 감축 ▲건설 상품 총생애주기 단위의 탄소 배출 감축 ▲탄소중립에 따른 건설 시장 변화 대응 등 3가지 분야의 총 6대 전략을 도출했다.

건산연 이홍일 연구위원은 “탈탄소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에 성공한 기업이 탄소중립에 핵심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산연은 탄소 배출 저감 건설 상품으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플랜트와 제로 에너지 빌딩, 패시브 주택, 온실가스 감축 도시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로 에너지 빌딩은 확장세가 빨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국내 건설 기업들은 현재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실질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을까.



SK에코플랜트 탄소중립 마스터 플랜

앞서 SK에코플랜트(SK Ecoplant)는 지난해 5월, SK건설이었던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했다.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에 심는다는 뜻의 ‘플랜트(Plant)’를 합성한 용어로,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을 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사명이 바뀌었는데, (이는) 기존 건설업보다 친환경에 힘 쏟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환경 기업으로 거듭난 SK에코플랜트는 탄소중립을 위해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심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ESG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2040 Net Zero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도 수립했다. 이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에너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5~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2’에서 순환 경제 모델 ‘넷제로 시티(Net Zero City)’를 선보였다. 사진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왼쪽 두번째)이 ‘CES 2022’ 현장을 방문해 ‘넷제로 시티’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했다. 이때 폐기물과 대기 오염 물질을 에너지화·자원화해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순환 경제 청사진 ‘넷제로 시티(Net Zero City)’를 소개했다. 넷제로 시티는 미래 선순환 환경 도시를 가로 100cm, 세로 60cm 크기 축소 모형으로 구현한 환경·신재생에너지 해법이다.

과정을 설명하자면,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남는 전기는 그린 수소로 전환한 다음 필요한 시간대, 수요처에 수소 연료 전지를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한다. 또 각종 폐기물의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가스(Syngas)와 하수 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Biogas) 등 대기 오염 물질도 연료 전지 발전을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을 거침으로써 넷제로 시티를 완성한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이 청사진은 먼 미래 일이 아니라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중립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실증에 도입할 예정이며 향후 수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밸류 체인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 연료 전지 기업 ‘블룸에너지’와 SK에코플랜트 합작사인 '블룸SK퓨얼셀' 제조 공장 전경. 사진 = SK에코플랜트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수소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9일 동서발전과 ‘해외 그린 수소 연계 태양광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고,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월엔 블룸SK퓨어셀(미국 연료 전지 기업 ‘블룸에너지’와 SK에코플랜트 합작사)과 고체산화물 수전해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폐기물 배출 관리 부문에서도 성과를 보인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폐기물 처리를 시행하는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2023년까지 3조 원을 투입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건설 현장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를 연계한 전력 공급 시설을 구축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또한 순환 경제의 대표적 사례다.

현대엔지니어링, CO2 자원화에 수소 뽑아내기 사업까지
 

글로벌 종합 건설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신사업을 전담하는 G2E(Green Environment & Energy) 사업부를 출범시켰다. 특히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자원화, 폐플라스틱 자원화 그리고 암모니아를 활용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이산화탄소 자원화 실증 설비. 사진 =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은 GT사와 협력해 현대제철 인천공장 부지에 ‘이산화탄소 포집 자원화 설비’를 완공하고, 실증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탄소 포집 및 자원화(CCU, Carbon Capture·Utilization)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도 부가적으로 수소, 탄산염 등을 생산함으로써 자원화 가능한 친환경 플랜트를 구축하고자 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GT사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이산화탄소(CO2)를 공급받아 GT사의 10kW급 ‘메탈 CO2 시스템(Metal-CO2 System)’을 통해 수소, 전기, 탄산염을 생산한다. 이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수소가 생산되는 자원화 처리 과정에서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어 이산화탄소가 저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과 AAR사가 암모니아 활용 청정 수소 생산 사업 추진 협약식을 가졌다. 사진은 협약식 현장. 사진 =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지난 1월에는 차세대 친환경 원료로 꼽히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기술’에 주목하고, 사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국내 벤처기업 AAR사와 투자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암모니아를 자발적 전기 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고순도(99.99%)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면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 가능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특히 1개 컨테이너 규모의 암모니아를 분해하면 수소차 넥쏘 약 5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인 수소 300kg를 생산할 수 있어 기존 수소 생산 방식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사는 이산화탄소 저감 및 자원화,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통한 청정 수소 생산 사업에 이어 이번 암모니아 활용 청정 수소 생산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 중인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고순도 수소 생산을 통한 현대자동차그룹 수소밸류 체인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 ‘CCUS’ 기술의 선구자

DL이앤씨는 지난해 건설업 온실가스 감축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또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과 ‘2030년까지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저탄소 장비 사용 비중 증가 ▲신재생 발전·에너지 저소비 냉난방 시설 설치 확대 ▲전력 Loss 방지 시설 설치 운영 등의 감축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CCUS 사업 개념도를 공개하며 포집, 활용, 저장 단계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 = DL이앤씨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선 단연 탄소를 ‘제로’로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다. DL이앤씨는 탄소 저감에 가장 효과적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전환·활용)’ 기술에 앞장서고 있다. 2002년부터 CCUS 사업에 몰두해 국책 사업과 다수 프로젝트를 성료했고, 현재는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의 모든 개념 설계, 기본 설계, 상세 설계부터 시공 운전 및 성능 보증을 담당한다.

DL이앤씨는 지난해부터 서해그린에너지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연간 14만 6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탄소 네거티브 공장 건설 프로젝트(2023년 상반기 준공)를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3월 호주 친환경 비료 제조 기업인 뉴라이저(NeuRizer)사와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시설 건설을 위한 개념 설계와 기본 설계를 수행하는 우선 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

최근 DL이앤씨는 현대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수소 생산 사업에 주목했다. 사우디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암모니아 플랜트 건설 공사 등 수소 생산 사업에 좀 더 집중할 예정이다.

폐기물 관리 부문에서는 배출량 저감을 위해 2020년부터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정보모델) 기반 ‘도면 검토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주택 사업 현장에 건축 도면과 구조 도면의 불일치 문제로 인한 재시공을 방지하고, 재시공 시 발생하는 폐기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건설사 탄소중립 신사업, 효과 살펴보니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 정책을 발표한 만큼 탄소를 배출하는 건설 회사들도 탄소중립 사업에 대한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산연은 탈탄소화 이행에 성공한 기업이 탄소중립에 핵심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사진 =  Unsplash_ Ivan Bandura


최근 한국환경공단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실제 SK에코플랜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4만 2457에서 2020년 3만 1211로 26.4% 정도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3년간 배출 폐기물의 90% 이상을 재활용해 높은 순환율을 기록했다. 2018년(총 폐기물 배출량 91만 4887톤, 재활용률 92.6%)·2019년(50만 8459톤, 97.1%)·2020년(37만 4781, 97.4%)등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환경시설관리 인수를 비롯해 환경 기업 6곳을 인수해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등을 차지했다.

DL이앤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25만 663부터 2019년 20만 1848, 2020년 19만 8864로 꾸준한 감소세를 자랑하고 있다.

또 앞서 살펴본 현대엔지니어링의 10kW 급 ‘메탈 CO2 시스템’은 하루에 3.2톤의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수소 72kg과 탄산염 7.2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을 완료한 후 2023년부터는 300kW급 이상의 상용화 플랜트에 대한 투자·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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