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Z세대 300명 스마트폰을 열었더니… ‘Z의 스마트폰’ 저자,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

“Z를 모르고 마케팅한다고?” 기업도, 사회도, 부모도 모르는 Z의 비밀 공개

안용호 기자 2022.06.24 14:44:22

국내 최고의 브랜드 기획자이자 마케터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는 2년 반에 걸쳐 300명 Z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그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사진=문화경제

우리나라 2030은 전체 인구의 26%, 1327만 명이다. 소비와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을 ‘MZ세대’로 묶어 부르지만, 실상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치는 M과 Z는 다르다. 특히 이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에 목매는 기업들은 이 ‘다름’에 종종 당혹감을 느낀다.

메타버스, NFT 등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만들고 즐기고 이끌어가는 Z세대(1995~2010년 출생자)는 이미 슈퍼 컨슈머로 부상하며 전 세계 기술과 비즈니스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미지의 우주라고 할 수 있는, Z는 무엇에 열광하고, 어디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쓸까? ‘스마트폰’이라는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그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그들은 어떻게 소비하고, 소통하고, 학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까?

미지의 우주, Z세대는 어떤 사람일까

국내 최고의 브랜드 기획자이자 마케터인 박준영 크로스IMC 대표는 2년 반에 걸쳐 300명 Z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그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80개 앱을 11개 카테고리로 나눠, 대표적인 10개 앱을 분석해 Z의 리얼 라이프를 파헤쳤다. 또한 대면·비대면 인터뷰로 청취한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전무후무한 기획과 방대한 자료조사의 결과물인 ‘Z의 스마트폰’(쌤앤파커스)은 Z세대 신체의 일부이자 일상의 전부인 스마트폰을 열어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박준영 대표를 만나 Z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풀었다.

-Z세대 300명의 스마트폰을 열어 그들의 앱을 살피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왜 힘든 프로젝트를 시작했나?

“저는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소통하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고객이 가지고 있는 삶과 문화를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Z를 보니 기존에 우리가 접했던 다른 세대와는 정말 달랐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디지털, 특히 앱을 많이 사용하는데 Z는 사용하는 앱도 남다르고 사용 행태도 다른 거예요. 이런 것이 소비문화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가정하고 Z의 앱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2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300명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직접 소통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했으면 더 쉽지 않았을까?

“물론 그렇죠. 그런데 저는 빅데이터만으로는 Z라는 세대를 사람으로 온전히 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하는 행태를 관찰하고, 심층 인터뷰를 통해 Z가 실제로 어떻게 느끼고 있고 스마트폰 안에서 삶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Z가 가장 자주 이용하는 앱지도. 이미지=크로스IMC 제공  

- Z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직접 그들을 만나 보니 어땠나?

“예상 못했던 Z의 우주를 발견했어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 배경 화면에 텍스트가 없는 거예요. 이모지나, 컬러로 폴더의 용도를 구분하고 있더라고요. 이들의 스마트폰을 직접 열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이고 빅데이터로도 파악할 수 없어요. 직접 만나 소통해보니 왜 이런 행태로 사용하는지 그들에게 이 사용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다이어리와 같은 삶의 기록이면서 또 소통의 도구이기도 했어요. 소비도 여기서 일어나고요.”

- MZ에서 Z만 따로 떼어내 살핀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M)는 1980년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로 20대부터 40대 사이에요. 저는 Z세대를 1995년~2010년 사이에 태어난 연령층으로 보는데요. 여기에는 10대도 포함됩니다. 10대부터 40대까지를 하나의 세대로 묶어 통칭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인데 우리는 그냥 습관적으로 MZ라고 부르고 있어요.

M이 디지털 이민자라면 Z는 디지털 원주민입니다. 디지털 라이프를 영어에 비유하자면 M은 일부러 영어를 배워서 말하고 Z는 영어가 자연스러운 삶인 네이티브입니다. 언어가 통하는 사람들끼리 세계와 문화권이 형성되는데 이민자와 네이티브인 M과 Z가 같을 수 없는 거죠.”

서로 만나지 않고도 협업하는 능력

- 눈에 띄는 Z의 특징은 무엇이었나?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삼성 갤럭시폰이 도입된 2010년부터입니다. 이 무렵 태어난 연령층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협업 능력입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교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10만 년 전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최소 6종의 인간 종이 살아 있었는데 그중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게 된 이유를 바로 협업 능력에서 찾았습니다.

2010년 전후 출생한 Z에 이런 능력이 보입니다. 이 친구들은 서로 만나지 않고서도 디지털에서 협업해요. 전혀 불변함 없이 말이죠. 예를 들어 소설 한 편을 여러 명이 협업해서 쓰는데 함께 만나지 않고서도 소설이 나와요. 앱을 통해 여러 명이 함께 소설을 쓰는 한 친구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 얘기를 너무 재밌게 써서 20대 사회인이겠지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여중생이더라고요. 이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앱에서 만난 직장인 언니들과 나눈 얘기를 소재로 상상해 소설을 썼다고 해요.

Z는 이렇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 디지털 세상에서 아주 잘 소통하고 협업해요. 협업하는 방법을 누구한테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체득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하면 더 소통이 잘 되는구나! 디지털 세상에서 배우고 스스로 깨달으며 성장합니다.”
 

박준영 대표는 300명 Z의 스트폰을 일일이 열어, 리얼 Z의 리얼 라이프를 찾아냈다. 사진=문화경제

- 본캐·부캐… Z의 정체가 다중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Z를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미 사회에 진출한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Z는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어릴 적 그랬듯 내가 뭘 잘 하는지 내 잠재력이 뭔지 사실 잘 몰라요. 자아 탐색 과정인 거죠. 그러니 자신 안에서 뭔가를 자꾸 끌어내 시도해 보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Z세대 사이에서 ‘부캐’가 유행하는 건 긍정적인 모습이죠.

저는 Z 안의 ‘본캐’와 ‘부캐’가 결국 한 팀이라고 보는데요. 각각의 자아들이 진정한 자아인 나를 도와주고 한 팀으로 서로 협력해 나가는 거죠. ‘별난 애들이다’,‘외계인 같다’라는 시선이 아니라 기업이든 어른 세대든 좀 더 Z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와 열망이 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상의 끝단만 보고 ‘그들은 이래’ 라고 얘기하면 너무 위험해요. Z는 웹소설이나 웹툰의 힐링 유아물에 빠져들기도 하고, 심지어 메타버스에서는 남성이 여성 캐릭터를 갖기도 해요. 메타버스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를 가지면 생존력이 훨씬 떨어지는데도 왜 굳이 남자아이들이 여성 캐릭터로 게임을 할까요? 현실에서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들을 가상 세계에서 시도해 보는 거죠. 게임이라는 놀이를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억눌렀던 숨을 가상 세계에서 편히 내쉰다고 볼 수도 있고요. Z를 관찰하고 직접 만나보지 않았다면 저도 그들을 제대로 알 수 없었을 겁니다.”

- Z는 인증이나 인정받는 것을 중요시하고 연결 욕구도 커 보인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라기 보다는 ‘타인과 함께 힘을 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코로나가 닥치면서 고립된 친구들도 있었을 거예요. 1인 가구인 경우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고 주체적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건 참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 인증’ 같은 것을 통해 타인과 함께 힘을 냅니다. 혼자 하면 지키기 힘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을 디지털 세상의 친구들과 함께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지켜나가는 거죠. ‘에너지 요정 보내드려요’ 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독려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나누면서….

SNS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나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것과 같아요. 내가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것을 소유했는지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와 아이덴티티를 표현합니다. 이는 Z가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인증하는 과정이죠. SNS를 통한 이런 연결이 가능했기에 코로나 시기에도 이들이 더욱 따듯한 소통을 할 수 있었고요.”

 

'Z의 스마트폰'은 Z의 신체의 일부이자 일상의 전부인 스마트폰을 열어 보여주는 책이다. 사진= 쌤앤파커스, 크로스IMC 제공

- 공정성에 대한 Z의 관심이 책에서 눈에 띄었다.

“디지털 세상에서 Z는 본능적으로 상대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로부터 감사할 만한 무언가를 선물 받았다면 Z는 그에 대한 가치를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스푼라디오(Z가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 기반 플랫폼)를 들으며 DJ로부터 자신이 치유 받고 따듯한 연결·소통을 경험했다면 Z는 그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스(핸드메이드 아이템을 판매하는 플랫폼 앱)’의 작가로부터 주문한 제품과 함께 정성이 담긴 손 편지를 받았다면 Z는 이 경험을 제품 구매가 아니라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아이디어스에서는 제품값 외에 웃돈을 주는 친구들이 많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카톡형소설 앱 ‘채티’의 경우에는 작가의 팬들이 작가의 작품을 카피한 작품을 발견하면 작가에게 알려줍니다. Z는 작가가 투입한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겁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을 봐요.

근래에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높은 수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고 이런 무브먼트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에필로그에도 남겼듯 이제 ‘개인의 시대’가 열렸어요. 기업보다 개인이 더 앞서가는 거예요. 웹2.0과 웹3.0의 차이는 개인이 스마트폰을 도구로 갖게 되면서 그 도구를 활용한 발언권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Z는 스마트폰을 통해 내가 사는 사회, 더 나아가 지구를 위한 실천을 생각하고 이를 기업에 요구해요. 

저는 이 Z의 요구로 인해 기업이 변화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개인이 스마트폰을 도구로 갖게 되면서 미디어를 활용한 발언권이 생겼고, 커뮤니티 내에서 또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간 확산을 통해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기업의 프레임 vs Z의 진심, 뭐가 다를까

- Z세대를 향해 마케팅과 브랜딩 하는 기업은 어떤 시선이 필요할까?

“마케터로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 하나가 Z세대를 대상으로 어떻게 마케팅해야 할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는데요. 그런데 책이 나온 후 기업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Z세대 고객도 중요하지만, 기업 내부의 Z 직원들과 소통하기가 너무 어렵다. 그동안 소통의 단절이 컸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기업이 조직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책을 통해 우리 회사 Z가 왜 그러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기업 관계자분들도 많고요.

고객으로서 Z에 대한 기업의 고민은 그들의 플레이그라운드에 도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광고로 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분들은 더욱 더 기업 외부의 새로운 소비자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고요. Z세대와 연결되기 위해 캐릭터마케팅을 하고 고객 경험을 위해 메타버스에 새로운 세계를 열기도 합니다. 그런데 캐릭터만 만들어 놓고 고객과 소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을 얻어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는 거죠. 핵심은 진정성 있는 소통, 진짜 대화입니다.”

박준영 대표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광고홍보학 석사)에서 공부했으며, 2006년 국내 최초로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사진=문화경제

저자 박준영 대표는 애플코리아 국내 시장 런칭부터 헤지스, SK텔레콤, 한화그룹, GS SHOP, HP 등 다양한 브랜드를 컨설팅하고 마케팅했다.

박 대표는 책에서 “Z가 주로 앱을 사용하는 피크타임은 잠들기 직전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이다. 9시부터 6시, 근무 시간에만 열려 있는 기업의 소통방식으로는 이들과 관계 형성이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개인이 미디어이자 크리에이터인 ‘개인의 시대’를 주도하는 Z를 ‘소비자’로 보지 말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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