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님의 그림자 - 상담하는 비구니의 자기치유 이야기

최영태 기자 2022.07.05 15:04:31

효록 지음 / 운주사 펴냄 / 264쪽 / 1만 5000원

요즘 한국에선 심리학이 인기다. 그만큼 한국인의 마음이 힘들다는 소리가 된다. 마음이 힘들지 않고 편안하다면 굳이 심리학 또는 심리 치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심리 상담과 심리 치료가 유행이지만, 스님의 심리 치료는 어떠할까? 승려로서는 드물게 상담심리전문가 자격을 정식으로 취득한 효록 스님이 자기 마음을 스스로 치료한 내면 이야기를 이 책으로 온전히 드러내 보여준다.

인간 의식 연구의 대가인 켄 윌버는 의식 발달의 두 방향을 ‘성장의 길’(무의식적 그림자를 자각하고 치유함으로써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기)과 ‘깨달음의 길’(조건화된 자아의 경계를 넘어 자기의 참된 본성을 찾기)로 나눴다. 성장의 길은 주로 서양의 심리학과 심리 치료가 탐구해왔고, 깨달음의 길은 동양의 수행과 지혜 전통이 밝혀왔다. 효록은 이 두 길이 융합-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국대(경주)에서 선학과 불교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불교상담학으로 석사학위를,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자아초월 상담학으로 상담학 박사학위를 받은 효록은 이 두 길을 걸어가는 수행자이자 상담심리 전문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이 두 길이 어떻게 융합되고 통합될 수 있는지, 자신의 체험을 통해 보여준다. 즉 승려로 출가해서 상담심리 전문가가 되고, 심리 상담과 명상을 통합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탐험기이다.

아파본 사람이 환자의 심정을 제일 잘 안다고 하듯, 저자 스스로가 오랜 기간 상담을 받았던 경험은 상담심리 전문가가 되는 데 커다란 자양분이 되었다. 스님은 이 여정에서의 자기 자신을 바닥까지 보여준다. 이처럼 자신 안의 천사와 악마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선과 악의 이원성을 넘어서는 시각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여성 수행자로서 감추고도 싶었을 자신의 모든 면을, 내면을 성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고 고백한 효록의 용기 또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저자는 “나는 이 책에 내 수치심, 죄책감, 불안, 공포, 두려움, 분노, 우울, 무기력, 불신 등 부정적인 감정과 신념의 찌꺼기를 마주하는 흔적과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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