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심 '포리스트 키친' 김태형 총괄 셰프 "이제 비건은 단순 식습관 아닌 필수 요소"

"비건 아닌 고객이 더 많이 찾는다"... 지속 가능한 환경 강조되는 미래에 비건 시장 더 커질 것

김금영 기자 2022.07.27 11:38:18

농심의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외관. 사진 = 농심

대형 쇼핑몰 속 작은 숲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등장했다. 농심이 지난 5월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이다. 이곳은 초록색과 나무 소재를 주로 사용해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온 듯 자연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됐다.

포리스트 키친의 중심엔 비건 푸드가 있다. 포리스트 키친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조합한 단어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은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또, 휴식(For Rest)의 의미도 전달할 수 있는 만큼, 비건 푸드로 고객의 힐링은 물론 지구 환경 개선에 기여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담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과 음식이 어우러진 이곳은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포리스트 키친은 오픈 한 달 만에 방문객 1000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농심 ‘포리스트 키친’ 김태형 총괄 셰프. 사진 = 농심

이 공간을 김태형 총괄 셰프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셰프는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 CIA에 진학한 뒤 더 모던(미슐랭 2스타), 링컨 리스토란테(미슐랭 1스타) 등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다.

당시 이미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비건 시장을 체감한 그는, 한국에서도 비건 레스토랑을 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비건 푸드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지난해엔 전 직장 동료였던 차현주 셰프와 함께 ‘내 몸이 빛나는 순간, 마이 키토채식 레시피’라는 비건 서적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후 농심의 비건 레스토랑 프로젝트 진행 소식을 접한 뒤 총괄 셰프에 지원했고, 현재 자리까지 다다랐다. 이로써 농심이 그간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대체육을 개발하며 축적한 기술력과, 김 셰프가 미국 비건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만나 포리스트 키친에서 꽃을 피웠다. 베지가든은 농심 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로, 지난해 1월 론칭했다.

농심과 김 셰프는 지역 농가와 협력을 통해 제철 채소를 엄선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과 대체육의 조화를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메뉴를 개발하며 현재의 포리스트 키친을 꾸렸다. 포리스트 치킨의 탄생 스토리를 김 셰프에게 들었다.

 

농심의 ‘포리스트 키친’은 숲(Forest)과 주방(Kitchen)을 조합한 단어로, 자연의 건강함을 담은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사진은 포리스트 키친 내부 전경. 사진 = 농심

- 포리스트 키친 총괄 셰프에 지원하게 된 계기 및 과정이 궁금합니다.

“뉴욕에서 유학하던 중 식물성 재료를 선보이는 파인 다이닝(고급식당) 레스토랑이 확대되는 현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레븐 매디슨 파크’가 있어요. 2012년부터 미슐랭 3스타를 획득했고, 2017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유명한 곳이죠.

일레븐 매디슨파크의 대니얼 흄 셰프는 코로나19로 2020년 영업을 중단했다가, 2021년 6월 영업을 재개했는데, 돌연 비건 레스토랑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어요. 그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리고 ‘식물성 요리의 놀라운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습니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 뿐 아니라 기존 유명 레스토랑들이 비건 전문 레스토랑으로 업을 바꾸는 사례가 빈번했어요.

이와 같이 국내보다 빠르게 비건 문화가 확산하던 미국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건 푸드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 열정을 해소하기 위해 비건 푸드 관련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제 이름을 걸고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해보고 싶었어요. 마침 농심에서 비건 레스토랑 셰프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했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 본래는 축구선수를 꿈꿨다고 들었는데요. 비건 푸드의 어떤 매력에 빠져 셰프의 길을 걷게 됐나요?

”저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어요. 축구를 좋아해 축구선수를 꿈꾸기도 했고, 다양한 예술에도 관심이 많았죠.

셰프의 길을 결심한 건 미국 유학 초기 시절 숲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이 어우러진 곳에 살았던 영향이 커요. 그곳에서 캠핑하며 다양한 음식 재료를 직접 먹어보고 요리도 하면서 요리 그 자체에 매료됐어요. 그때부터 요리에 대한 꿈을 키워왔습니다. 요리를 공부하면서 비건 푸드도 자연스럽게 접했고요.”

 

김태형 총괄 셰프가 비건 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 농심

-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비건 레스토랑을 접했는데 차이점이 있었나요?

“미국은 다양한 종교 및 식습관, 알레르기 등의 문제를 고려해 많은 레스토랑에서 베지테리언(고기 또는 생선을 먹지 않고 식품을 채소에 한정해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옵션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혀있습니다. 지난해엔 미국에서 비건 레스토랑 81곳이 미슐랭 별을 획득했을 정도로 채식이 대세예요.

파인 다이닝부터 캐주얼 레스토랑까지 베지테리안과 비건(고기뿐 아니라 달걀, 유제품, 벌꿀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이 즐길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국내보다 다양하고, 보다 전문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국내 F&B(식음로) 업계에서는 비건 키워드가 이제 막 떠오르는 추세예요. 재작년부터 해를 거듭할수록 해외시장을 따라 더 활발해지는 국내 비건 시장의 움직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 포리스트 키친에서 메뉴를 구상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포리스트 키친은 단일 코스요리로 다양한 비건 메뉴를 선보입니다. 저녁 10개, 점심 7개 요리를 제공하며, 이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을 사용합니다. 육류와 유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제철 채소를 주요 재료로 사용합니다.

신선한 재료뿐 아니라 눈으로 봐도 예쁘고, 입으로 먹어도 즐거운 감각적인 맛과 데코레이션(장식)에도 신경 써서 미각, 시각, 후각 모두를 자극하고자 했어요. 고객이 매장에 오는 순간부터 매장 밖을 나갈 때까지 핸드폰으로 음식, 레스토랑 내부 등 많은 사진을 찍어갈 때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농심과 김태형 총괄 셰프는 지역 농가와 협력을 통해 제철 채소를 엄선하고, 식재료 본연의 맛과 대체육의 조화를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메뉴를 개발했다. 사진 = 농심

- 특히 각 메뉴에 스토리를 입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메뉴마다 스토리를 입혀 소개하면 비건뿐 아니라 논비건(비건이 아닌 사람)까지, 고객 각각이 단순하게 먹는 것을 넘어서서 메뉴를 체험하고 공감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포리스트 키친의 음식과 이 음식이 제공되는 공간이 주는 느낌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길 원했습니다.

한 예로 흑마늘을 사용한 음식은 어릴 적 볏짚 타는 향이 너무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흑마늘과 콩을 이용해 만든 스테이크에 참나무 백탄의 숯향을 더했어요.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메뉴를 바꿔가며 고객이 비건 푸드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에요. 각각의 요리가 만들어내는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들으며 음식을 즐긴다면 그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것입니다.”

 

- 현재 레스토랑에서 선보이고 있는 메뉴 중 대표 메뉴를 소개하자면.

“코스의 첫 요리이자 레스토랑의 이름을 담은 ‘작은 숲’입니다. 포리스트 키친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도시적인 이미지의 아크릴 위에 작은 숲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꾸몄습니다.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 입 거리 음식과 콩 커스터드, 콩꼬치 등을 담았고요. 고객으로부터 도시적인 이미지와 자연이 어우러진 장식 그리고 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매력적이라는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 포리스트 키친의 자연 친화적인 공간 구성도 눈길을 끕니다.

“포리스트 키친은 가스 화구 대신 인덕션을 설치해 탄소 배출량 줄이기를 실천하고, 인테리어는 천연자재 사용을 지향했으며, 마스크 봉투는 재생지로 만들었습니다.

또, 친환경 소재인 리넨으로 만든 냅킨을 쓰는 등 레스토랑 운영 전반에서 친환경 소비를 지향했어요. 음식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설계됐죠. 단순 비건 푸드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지구 환경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농심 ‘포리스트 키친’의 주방과 바 테이블. 포리스트 키친은 가스 화구 대신 인덕션을 설치해 탄소 배출량 줄이기를 실천하고, 인테리어는 천연자재 사용을 지향했다. 사진 = 농심

- 포리스트 키친이 오픈 한 달 만에 방문객 1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여타 비건 레스토랑과 다른 포리스트 키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생각보다 많은 고객이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만족해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봤어요. 기존 비건 레스토랑은 햄버거, 파스타 등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이 대부분이었는데, 포리스트 키친은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어요.

파인 다이닝과 오마카세(주방장에게 일임한 특선메뉴) 등이 최근 2040세대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죠. 이는 비용이 들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트렌드와 포리스트 키친의 주요 콘셉트가 잘 맞았다고 봐요.

또, 포리스트 키친은 ‘체험의 공간’입니다. 제철 채소와 콩고기 등 식물성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조화를 만들어내면서도 뻔하지 않죠. 고객도 그런 부분을 반가워하고 즐깁니다. 앞으로도 포리스트 키친이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크게는 비건이라는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포리스트 키친을 방문하는 주요 고객층은 어떻게 형성돼 있나요?

“주요 고객이 딱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놀라운 점은 다수의 고객이 비건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그만큼 비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넓어졌다는 게 느껴지죠. 의도한 바와 같이 단순 비건뿐만 아니라 논비건 고객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에게 ‘비건이 아니지만, 고기 없이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건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버렸다’, ‘비건이든 아니든 꼭 와봐야 하는 식당’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이 피드백들을 받고 모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비건 푸드의 저변을 더욱 넓혀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태형 총괄 셰프가 포리스트 키친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농심

- 국내에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비건 트렌드가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비건은 큰 트렌드의 물결입니다. 그리고 소비에 환경, 윤리, 지속 가능성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가 커진 만큼 국내에서도 비건의 인지도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흐름 속 포리스트 키친 또한 프리미엄 다이닝에서 비건 푸드를 맛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점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고 봅니다.”

 

- 비건 푸드를 만들 때 재료 문제 등의 한계로 인한 제약은 없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버터, 달걀 등을 쓰면 풍부한 맛을 끌어낼 수 있긴 해요. 그렇기에 이런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깊고 풍부한 맛을 표현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거쳤습니다.

극복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메뉴 하나하나를 개발했고, 전체 코스의 메뉴 하나하나가 서로 어우러져서 코스 전체를 먹었을 때 ‘만족스럽다’는 피드백이 나올 수 있도록 레시피 개발에 힘썼습니다.”

 

농심 ‘포리스트 키친’ 김태형 총괄 셰프의 목표는, 포리스트 키친을 2년 내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시키고 아시아 톱 50위 레스토랑 안에 올리는 것이다. 사진 = 농심

- 현업 종사자로서 과거 비건 푸드와 비교해 현재 비건 푸드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해 왔고, 미래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짚어보자면?

“과거 비건 제품과 비교해 현재 비건 푸드의 질이 많이 높아졌고, 비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도 매우 성숙해졌어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환경, 동물복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이 연장선상으로 비건 푸드에도 관심을 두는 추세죠. 그래서 더 좋은 메뉴, 더 맛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미래 비건 푸드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비건은 이제 단순히 식습관의 한 종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어요. 시간이 갈수록 더 급속도로 성장할 시장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 추후 포리스트 키친을 통해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목표가 있다면?

“2년 내 미슐랭 가이드 등재, 혹은 아시아 톱 50위 레스토랑 안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또, 포리스트 키친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전파하며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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