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신의 ‘MZ력’은 몇 점인가요?

직장과 가정에서 유행하는 ‘MZ력 테스트’... 기업, MZ 전담팀까지 운영하며 마케팅 나서는 이유

안용호 기자 2022.08.25 10:04:23

요즘 ‘MZ력 테스트’가 유행입니다. 회사 동료들이나 가족들끼리 재미 삼아 즐긴다고 하길래 참여해 봤습니다. 구글 설문지 형태로 된 20문항의 간단한 테스트인데요. 사진 속 인물을 맞추거나, ‘밈’이 뜻하는 의미 등을 맞추는 내용입니다.

첫 문제부터 가슴이 턱 막힙니다. ‘당신의 출생연도를 적어주세요’. 점수가 깎일까 걱정됐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적습니다. 이어 국내외 스타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인물의 이름이나 캐릭터 이름을 쓰랍니다. 10장의 사진 중 이름을 아는 인물은 단 3명뿐입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정호연 배우, 드라마 ‘D.P’의 구교환 배우를 맞췄고 요즘 TV 예능에서 자주 보는 개그우먼 이은지를 겨우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밈(Meme,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퍼진 유행어)의 빈칸을 채우는 문제입니다. ‘어쩔ㅇㅇ’, ‘머선ㅇㅇㅇ’는 저희 집 중2가 자주 쓰는 말이라 빈칸을 채웠지만 ‘오히려ㅇㅇ’, ‘쿠쿠루ㅇㅇ’, ‘알잘딱ㅇㅇ’, ‘(화났을 때 하는 표현) ㅇ받네’ 등은 도무지 빈칸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웃는 분이라면 MZ세대에 가까울 거고 표정이 심각해졌다면 저와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테스트 점수는 100점 만점에 20점이었습니다. 역대급 불경기에 오랜만에 웃으셨다면 다행입니다.

MZ력 테스트가 유행하는 것은 소비문화의 주체이자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갖는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궁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입니다. 최근 기업에서는 MZ TF, MZ 전담팀을 꾸려 이들을 연구합니다. 심지어 구청장, 시장 등 지자체장들도 내부 MZ 공무원들을 직접 챙깁니다.

홍대 거리를 메운 오로나민C 팝업 체험존 인파. 동아오츠카는 ‘오로나민C 나이트 아웃(Night Out)’ 팝업 체험존’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 홍대 스타스퀘어에서 7월 29~30일 열었다. 사진=동아오츠카

이번 호 ‘문화경제’는 MZ세대를 겨냥한 기업의 마케팅 트렌드를 특집기사로 다룹니다. 신제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거나 홍보 공간으로 활용됐던 팝업스토어는, 특별한 경험을 찾아다니는 MZ세대를 위해 이벤트·공연 등과 같은 콘텐츠에 제품을 곁들여 체험·공유·소비를 유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MBTI에서 진화한 유형 테스트인 ‘레이블링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웹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MZ들끼리 서로의 유형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레이블링 게임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일에 LG생활건강, 우리은행, SPC삼립 등과 같은 기업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나와 비슷한 취향을 분류하고 공유하는 MZ세대의 '태그니티(TAGnity)' 트렌드는 브랜드의 큐레이션 쇼핑 서비스에 활용됩니다. 특히 패션, 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만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몰들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해시태그를 통해 분류해 선별된 정보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합니다.

“MZ 고객은 성향을 잘 모르겠고, MZ 직원은 이해가 안 되고, MZ 자녀는 포기했다”는 어느 대기업 임원의 농담이 떠오릅니다. 어떤 방법이든 MZ세대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빠른 속도로 진화해가는 새로운 세대들뿐만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기업이든 정부든 MZ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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