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훈 갤러리탐 대표 "카페를 갤러리로 즐기는 방법"

2013년 시작한 갤러리탐, 공모 통해 1년에 3~4회 온·오프라인 기획전 열며 '일상의 예술화' 실천... 작가와 진정한 상생 위해 단발성 이벤트 전시 아닌 꾸준한 지원 진행

김금영 기자 2022.09.13 17:28:31

탐앤탐스블랙 그레이트점에서는 제48기 갤러리탐 참여 작가인 이한주의 '일상을 동화처럼' 전시가 열렸다. 사진=갤러리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풍경이 변모하듯,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1년에 4번 예술의 향을 한껏 머금은 ‘갤러리탐’으로 변신한다.

‘갤러리(Gallery)’ 그리고 즐기다는 뜻의 ‘탐(耽)’이 결합된 갤러리탐은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를 지향한다. 갤러리, 미술관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닌, 일상 속 흔히 커피를 마시는 카페에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연다.

특히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대관전이 아니라, 직접 전시를 기획하는 전문 인력을 뒀다. 탐앤탐스는 갤러리탐을 포함한 문화예술 후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문화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확장해 매장 내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 왔다.

롯데백화점 수원점 7층에 마련된 프리미엄 아트편집샵 ‘갤러리탐 아트샵’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대표적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탐앤탐스 매장에 선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가장 최근엔 9월 5일까지 수도권 6개 매장과 온라인에서 제48기 갤러리탐(Gallery耽) 전시를 열었다. 제 14회 갤러리탐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된 작가 4명과 더불어 기성 작가들의 앙코르전 및 기획전까지 총 6개의 전시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10월 3일까지 ‘제15회 갤러리탐 신진작가’ 공모전 접수를 진행한다.

전시는 ‘상생’의 의미도 더했다. 갤러리탐은 매 전시 때마다 전시 공간을 비롯해 책자와 캡션, 포스터 등의 홍보 인쇄물을 제작하고, 언론보도 및 온·오프라인 홍보를 지원한다. 재능있는 신진작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갤러리탐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수원점 7층에 프리미엄 아트편집샵 ‘갤러리탐 아트샵’을 오픈했다. 2016년부터는 문화융성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해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어포더블 아트페어, 서울아트쇼 등 아트페어에 참여해 전문 미술시장에서도 점차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2013년 시작돼 어느덧 1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갤러리탐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정훈 갤러리탐 대표에게 들어봤다.

이정훈 갤러리탐 대표. 사진=갤러리탐

-갤러리탐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3년 탐앤탐스가 고급매장 ‘탐앤탐스블랙’을 선보이며 여기에 함께 선보일 흥미로운 콘텐츠가 없을지 마케팅팀과 함께 고민했어요. 이때 탐앤탐스 매장을 활용해 문화 콘텐츠를 적극 소개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왕 소개할 거면, 프린트가 아닌 원화를 선보이는 전문 전시를 꾸리자고 의견을 모았죠.

이 과정에서 탐앤탐스 고객층이 대체적으로 젊은데, 이들을 위한 콘텐츠에 집중하기 위해 젊고 능력 있는 신진작가에 주목하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탐앤탐스블랙 압구정점에서 갤러리탐의 첫발을 내디뎠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어느덧 10년을 바라보고 있네요.”

-카페에서 원화를 전시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금이야 많이 활발해졌지만, 당시엔 카페에서 전문 전시를 여는 게 흔하지 않았기에 작품 훼손 우려 등 고충이 있었어요. 고객의 앉은키 위로 작품을 높게 설치하고, 집기류 보험도 들고, 매일 작품을 점검하러 가고, 전시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객의 문화적 수준도 높아지면서 상황이 많이 개선됐어요. 카페에 설치된 것이 작품이라는 걸 인지하는 고객이 많아졌고, 전시를 보러 매장을 방문하는 발걸음도 늘어났죠.”

탐스커버리 건대점은 최주림 작가의 앙코르전 ‘체이싱 어 드림(Chasing a Dream) 2’를 열었다. 사진=갤러리탐

-갤러리탐은 연 1회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한 뒤 1기, 2기 식으로 전시를 이어왔는데요. 구체적으로 공모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작가 선정 시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1차로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합니다. 이때 작가의 경력, 학력을 다 제외하고 오롯이 작품 이미지만 봐요. 다만, 청년작가 지원 취지를 살리기 위해 나이 제한을 45세 이하로 둡니다. 전문가들의 1차 심사를 거친 뒤, 작품을 실제로 보면서 2차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해요. 작품을 볼 때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느냐를 중점으로 살핍니다.

탐앤탐스 매장마다 분위기가 다르니까 어느 매장에 어떤 작품이 어울릴지, 어느 회차에 작품 전시가 가능할지, 작품 크기와 개수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전반적으로 다 살핀 뒤 최종적으로 작가를 선정해요. 근래엔 초창기 때보다 높아진 평균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이처럼 연 1회 공모전을 통해 한해를 함께 할 작가들을 선정하고, 매장 8~9개 공간을 활용해 1년에 3~4회 기획전을 엽니다. 기획전을 열 때 기존 갤러리탐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를 다시 소개하는 앙코르 전시를 함께 구성하기도 해요. 갤러리탐을 통해 알려진 작가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새로운 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나는 자리죠.

 

여기에 따로 초대전을 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한글날엔 한글 회화를 주제로 작업하는 금보성 작가의 초대전을 열고, 전시 연계 이벤트도 함께 진행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갤러리(Gallery)’ 그리고 즐기다는 뜻의 ‘탐(耽)’이 결합된 갤러리탐은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를 지향한다. 사진=갤러리탐

-갤러리탐은 작가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펼치고 있나요?

“홍보와 판매 지원에 집중합니다. 기본적인 책자, 포스터 등 홍보물을 제작하고, 탐앤탐스 매장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죠. 매장 내 트레이매트(쟁반 위에 깔아 놓은 천)에 전시 정보를 인쇄해 고객이 음료를 주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고요. 예컨대 제주도의 탐앤탐스에서도 서울에서 열리는 갤러리탐 전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죠.

탐앤탐스 직·가맹점 400여 곳에서 영상을 통해서도 작가들을 알립니다. 여기에 대학생 서포터즈 ‘탐리포터’가 갤러리탐 현장을 방문해 전시를 보고 영상, 블로그 등 2차 콘텐츠를 재생산해 SNS에 알리고요.

서울아트쇼, 조형아트페어 등 국내 아트페어 행사에 나가 미술시장에도 작가들을 알리며 홍보, 판매가 이뤄질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오는 11월엔 인천 아시아 아트쇼, 12월엔 서울아트쇼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갤러리탐은 갤러리, 미술관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예술이 아닌, 일상 속 커피를 마시는 카페에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전시를 연다. 사진=갤러리탐

-갤러리탐 전시를 열 때마다 ‘네이버 아트윈도’를 통해 온라인 기획전도 함께 여는데, 협력 계기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시작 전후 미술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특히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어요. 이를 보고 작품을 선보이는 데 공간 제한을 둬서는 안 되겠다 판단했죠. 좀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온라인으로도 감상, 구매할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다가 네이버 아트윈도에서 갤러리탐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특히 네이버 아트윈도에 선보이는 콘텐츠는 매장에서 현재 전시 중인 작품들을 위주로 구성했어요. 매장에서 작품을 본 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도, 반대로 온라인에서 먼저 본 뒤 매장에서 직접 작품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게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모두 활성화했죠.

 

작품 구매가 이뤄지면 작품의 안전 및 컬렉터와의 접촉을 위해 직접 작품을 배달해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컬렉터층도 발굴하고, 그들이 어떤 작품을 보기 원하고 선호하는지 정보도 얻죠.”

2015년 갤러리탐 전시에 참여한 태우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갤러리탐

-오디오 서비스 플랫폼 큐피커를 통해 전시 관련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등 타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도 작가 지원을 하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매장 트레이매트에 인쇄된 QR코드를 스캔해 큐피커 앱을 다운받은 뒤 갤러리탐 카드를 누르면, 작가별 전시 작품에 대한 전문 해설이 제공되는 방식이에요.

카페에서의 전시는 전문 도슨트가 상주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자율적으로 작품을 감상해야 해요. 따라서 전시 책자 등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전시 정보 획득이 어렵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고객 층을 보다 넓히려 하는 큐피커와 서로 니즈가 맞아 협업했어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정보를 갤러리탐이 제공하면, 큐피커 에디터가 이를 편집하고 전문 성우가 녹음했습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이 앱을 깔면, 현재 위치한 매장에서 열리는 전시가 앱 상단에 자동 추천됩니다. 불특정 다수가 작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작가와 일반 관람객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채널 ‘크리에이티브 TV갤러리’와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TV갤러리는 회원사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 콘텐츠를 운영하는데, 갤러리탐은 여기서 예술 관련 코너를 맡아 작가들의 작품을 5분 내외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또, 중국 대안공간 징아트스페이스 운영진과 손잡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매거진을 통해 2주에 한 번씩 한국작가를 중국 미술시장에 홍보하고 있고요. 최근엔 기상 콘텐츠를 발행하는 웨더뉴스와 협업해 작가 관련 기사를 앱에서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정훈 갤러리탐 대표. 사진=갤러리탐

-기존엔 탐앤탐스 매장에서 전시를 선보여 왔는데,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수원점 7층에 프리미엄 아트편집샵 ‘갤러리탐 아트샵’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이 공간은 어떤 목적으로 꾸려졌나요?

“좀 더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싶었습니다. 카페에 유동 인구는 많았지만, 전문 컬렉터 층의 방문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전문 전시 공간을 알아보던 중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인연이 닿았고, 갤러리탐 아트샵을 마련했습니다.

기존 카페가 젊은 고객 중심이었다면, 백화점에 마련된 아트샵엔 가족 단위 방문객, 중년 여성 방문객이 많은 편이에요. 백화점 VIP 고객도 많이 찾아오고요. 이곳에서는 기획전과 상설전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8월 20일~9월 16일엔 김소영 작가 초대 개인전을 엽니다.”

-갤러리탐을 운영하며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작가들의 성장을 확인할 때죠. 10년여의 세월 동안 400명이 훌쩍 넘는 작가들이 갤러리탐을 거쳐 갔습니다. 본래 작가가 꿈이었는데 이를 접고 살다 뒤늦게 다시 꿈을 펼친 작가도 있었고, 처음 갤러리탐에 전시할 때는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였지만, 이후 아트페어에서 인기 작가로 성장하고, 전문갤러리의 레지던시 입주가 확정된 경우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졌다고 기뻐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볼 때 뿌듯했어요. 이들에게 더 많은 전시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프리미엄 아트편집샵 ‘갤러리탐 아트샵’에서 만난 이정훈 갤러리탐 대표. 사진=김금영 기자

-앞으로 갤러리탐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가요?

“현재는 포럼을 준비 중이에요. 작가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하다가,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를 위해 평론가와의 만남의 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대중적인 카페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백화점에도 아트샵을 마련하며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듯 좀 더 범위를 넓혀가고 싶어요. 카페 공간 특성상 회화 작품을 주로 선보였는데, 내년 정도에 따로 전문 전시 공간을 마련해 조각, 공예, 판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더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갤러리탐을 거쳐 간 모든 작가들을 모아 그룹전도 열고 싶어요. 규모가 엄청 커지겠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예요. 해외에 갤러리탐 작가들도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고요.

처음엔 진짜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이었는데, 어느덧 갤러리탐이 10년 동안 이어져 왔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회사와도 항상 이야기하지만 한번 이벤트성 전시에 그치면 의미가 없어요. 같이 발전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관계를, 전시를 이어가야 작가도 갤러리탐도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있죠.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기왕 시작한 일, 끝까지 잘 해보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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