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자기, 베일 벗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전시…전체 기증작 1488점 중 서양 현대미술 거장 8인의 작품 총 97점 출품

김금영 기자 2022.09.20 15:38:48

20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시 기자간담회 및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기 작품들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컬렉션’이 또 한 번 베일을 벗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 전시에 이어 과천관에서 모네와 피카소 등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공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달 21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과천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4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고갱, 달리, 르누아르, 모네, 미로, 샤갈, 피사로의 회화 7점과 피카소의 도자 90점 등 해외 미술 작품 총 97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기증 1주년 기념전에 나왔던 모네를 제외하면 모두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여덟 명의 작가들은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등 20세기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이라며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작품이 지닌 미술사적 가치를 소개하고, 이건희컬렉션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됐다”고 밝혔다.

20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전시 기자간담회 및 언론공개회에 마르크 샤갈의 작품 ‘결혼, 꽃다발’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는 8명의 거장이 동시대 파리에서 맺었던 다양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감상하도록 구성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프랑스는 정치 및 경제적 안정과 과학, 문화의 발전까지 뒤따르며 ‘아름다운 시절’로 풀이되는 ‘벨 에포크(Belle Epoque)’시기를 구가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8인의 작가들은 벨 에포크 시기 파리에서 활동했다.

이때 파리는 전 세계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미술의 중심지였다. 프랑스 국적의 고갱,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이외에 스페인 출신의 달리, 미로, 피카소, 러시아 출신의 샤갈도 파리에서 활동했다. 이들은 파리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혹은 동료로 만나 서로의 성장을 응원해 주며 20세기 서양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갔다.

회화 간 관계성 뿐만 아니라 피카소의 도자와 다른 거장들의 회화가 연계되는 지점들도 강조한다. 특히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피카소의 도자는 1948~1971년에 제작된 ‘피카소 도자 에디션’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거장들의 관계 및 피카소의 도자 돋보여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캔버스에 유채, 100x200.5cm, 1917-1920.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전시는 거장들의 관계 및 피카소의 도자와 다른 거장들의 회화가 연계되는 지점을 주축으로 크게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스승과 제자로 만난 피사로와 고갱이다. 피사로는 인상주의 풍경화의 거장으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퐁투아즈 곡물 시장’(1893)처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시장 풍경 역시 그가 자주 그리던 주제 중 하나다. 피사로는 증권 중개인이었던 고갱이 화가로 전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스승이기도 했다.

두 번째는 우정과 존경으로 서로를 빛낸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다. 모네와 르누아르의 인상주의 회화를 비교해 살펴보는 동시에, 르누아르와 피카소가 여성을 작품의 주요한 주제로 다뤘던 점에 기반해 두 작가의 회화와 도자를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세 번째는 파리의 스페인 화가들인 피카소, 미로, 달리다. 세 사람은 모두 스페인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처음 만났다. 특히 달리와 미로는 피카소를 만나기 위해 처음 파리를 방문하기도 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 작가가 파리에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모습은 국제적인 미술 중심지였던 20세기 초 파리의 상황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네 번째는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 낸 피카소와 샤갈이다. 러시아 출신의 샤갈은 1910년 파리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피카소의 입체주의 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결혼 꽃다발’(1977-1978)에서처럼 샤갈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생의 순간들을 꽃과 정물, 동물,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사람들과 함께 그려냈고, 피카소 역시 같은 주제의 도자 작품들을 다수 제작했다.

폴 고갱, ‘센강 변의 크레인’. 캔버스에 유채, 77.2×119.8cm. 1875.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또, 이번 전시는 거장들이 함께 활동했던 파리의 분위기를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가로등이 켜진 파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창 안의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자아내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과천관의 자연과 어우러진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로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증대할 것”이라며 “서양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국내에서도 편히 관람하고 이건희 컬렉션의 미술사적 가치도 함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등 유족은, ▲국가경제 기여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 아래 지난해 4월 미술품 기증으로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사회와의 ‘공존공영’ 의지를 담아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해 올해 6월 막을 내린 이건희 컬렉션 시즌 1 ‘한국미술명작’은 누적 관객 수 24만 8704명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입증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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