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해리스 회담 뒤 왜 백악관-외신만 △한미일 3국협력 △대만해협 논의 밝혔나

대통령실 발표에는 없는 일본, 중국, 대만 등 단어를 백악관 성명과 외신은 집중 보도

최영태 기자 2022.09.29 16:50:58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도 만나지 않은 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방한의 주요 목적이 경제였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29일 한국에 온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오전에 윤 대통령과 85분간 회담 한 뒤 비무장지대를 찾아갈 예정이라 안보-동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런데, 윤-해리스 85분간의 회담 뒤 나온 용산 대통령실의 발표와, 백악관의 공식 발표문을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올라온 윤-해리스 만남 결과문을 보면, 예상대로 안보 동맹에 대한 내용의 앞부분 절반을 차지하고, 후반부에야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의 미국 내 판매 불이익에 대한 대처 등 경제 내용이 일부 나온다. 해리스의 이번 방한이 명백하게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음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이날 대통령실이 내놓고 브리핑한 회담 결과를 보면 △한미동맹 발전 △IRA법 시행 과정에서의 한국 전기차 배려 △필요시 한국의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 협력 등 세 가지 사항이 강조돼 있어 마치 이번 회담이 주로 경제에 초점에 맞춰진 것처럼 보여진다.

또한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의 뉴욕에서의 이른바 ‘비속어 발언 논란’과 관련해 “한국 내 논란에 대해서 미국 측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깊은 신뢰를 갖고 있고,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9일 오후 경기 파주시 오울렛GP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글로 된 대통령실의 발표문과 국내 언론의 보도만을 보면, 이번 방한에서 한국 측이 현재 초미의 관심사로 논의하고 있는 △IRA 법에서의 한국 불이익 △통화 스와프 △비속어 논란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 같지만, 영어로 된 백악관 발표문, 그리고 일본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보면, 대통령실의 발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선 일본 지지통신은 윤-해리스 회담에서 해리스가 “한일 관계 개선의 이익을 강조했고, 양측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 3국의 관계개선과 대만해협 문제가 회담의 중심축이었다는 보도였다.

로이터 통신 역시 “회담 첫머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한미동맹이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의 요체라고 강조하며 관계 강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며, 해리스는 “동맹을 강화하고 제휴를 강화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의 발표에는 한미동맹과 북한 미사일 관련 공동 대처만이 언급되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한미일 3국 협력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할 한미동맹 △한미일 3국 협력이 논의됐다고 도보하고 있는 셈이다.

백악관의 공식 성명서를 보면 이 같은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성명서는 ‘윤과 해리스가 만났다’는 첫 문장 뒤 바로 두 번째 문장에서 “부통령이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의 연결고리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명서 중간에 ‘부통령은 중국과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으며, 성명서의 마지막 문장은 “부통령은 일-한 양국 관계 개선의 이점을 강조했다”이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도널드 레이건호가 한미연합해상훈련을 위해 26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악관 성명서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네 단어 즉, 1. 한미일 3국 2. 중국 3. 대만 4. 한일 관계가 대통령실 측 발표에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통상 백악관의 공식 성명서는 관련국과의 협의 아래 발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바이든-윤석열의 48초 회담’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 측이 밝힌 48초 간의 두 사람 대화 내용에 대해 일부에서는 “48초 동안 저렇게 많은 내용을 두 사람이 도저히 말할 수조차 없다”는 비판을 내놨지만 백악관 성명서는 대통령실의 설명과 거의 동일한 ‘긴’ 내용의 대화 내용을 성명서로 내보냈었다.

한미일 3국 해군이 참가하는 대잠수함 합동 훈련이 30일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3국이 참여하는 훈련은 5년 만이다.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까지 동원되는 이번 훈련은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춘 북한 잠수함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아와 비무장지대까지 찾아가는 해리스 부통령이 도대체 윤 대통령에게 한미일 3국 관계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어떤 요구 사항을 내밀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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