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당의 당 색 vs.기업의 컬러 마케팅, 왜 색의 온도가 다를까?

선언에 그친 정치권의 컬러 vs 실천과 일관성 돋보이는 기업의 컬러... 누가 더 국민과 소통하나?

안용호 기자 2022.11.24 10:29:57

TV 정치 뉴스를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컬러입니다. 빨강, 파랑, 노랑만 봐도 정치 뉴스이구나 싶은 정도니 우리나라 정당은 유난히 컬러에 민감한듯 합니다.

국민의힘 하면 빨간색이 떠오르지만, 공식적으로는 빨강·파랑·하양이 당 색입니다. 파랑과 하양은 보조 컬러로 사용되며 보수부터 진보까지의 이념 스펙트럼을 아우른다는 포용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은 파란색을 당 색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파란색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파랑은 2013년 통합민주당(초록색)에서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처음 사용되었고, 2015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이 변경되었을 때도 파랑이 유지되었습니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은 “파란색은 신뢰, 희망, 탄생, 새 정치가 지향하는 바다”라며 그 의미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노랑과 초록을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정의당은 시그니쳐 컬러인 노랑(너랑노랑)과 함께 빨강(피땀빨강), 초록(산들초록), 보라(평등보라)를 사용합니다. 각각 연대·공존, 노동, 환경·기후, 젠더·성평등을 의미합니다.

11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 전문가 간담회 현장. 국민의힘의 당 색 빨강, 파랑, 하양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

컬러는 정당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중요합니다. 코카콜라 하면 빨간색, 스타벅스는 초록색, 카카오는 노란색이 떠오릅니다. 기업은 컬러로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경쟁 제품과 차별화를 강조합니다. 또 상품을 구입하고 싶은 고객의 욕구를 자극하는 데 컬러를 사용합니다.

기업이 하나의 컬러를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대표하는 심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교한 마케팅 전략과 일관성 있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지속되어야 가능합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기업의 재미난 ‘컬러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커피 프렌차이즈 업체들은 유독 컬러 마케팅에 집중합니다. 어떤 색을 말하면 바로 특정 브랜드가 떠오를 정도입니다. 음료뿐만 아니라 굿즈로도 유명한 초록색 스타벅스는 원래 브랜드 컬러가 갈색이었다고 합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가 1987년 스타벅스를 인수하면서 로고를 초록색으로 바꿨다는 스토리와 함께 이후 이 브랜드가 ‘스타벅스=초록색’이라는 공식을 만드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술과 색이 한 몸처럼 움직일 만큼 주류 업계도 컬러에 민감한데요. 오랫동안 맥주병이 갈색이었던 이유, 이후 카스·테라·클라우드가 각각 투명·녹색·갈색으로 병 색깔을 바꾼 이유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투명에서 초록색으로, 다시 투명으로 바뀌는 소주병의 변천사도 재밌습니다.

금융권의 컬러는 기업의 세계관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도약의 꿈을 블루 컬러로 표현합니다. 같은 파란색을 사용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은 두 가지 블루 컬러로 금융의 떠오르는 빛을 형상화했습니다. 노란색 별을 심볼로 하는 KB금융그룹은 KB의 B와 Bee(벌)를 연결해 노란색 꿀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캠페인을 펼칩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녹색을 내세워 친환경·나눔·스포츠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박카스 하면 파랑, 빨강 부채가 생각나는 활명수, ‘비타민C=노란색’의 레모나, 자연 치유의 컬러로 초록색을 선택한 마데카솔 등 제약업계의 컬러 마케팅은 타 업계에서 협업 제안이 쇄도할 정도입니다.

기업의 컬러 마케팅 현장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당의 당 색과는 온도가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기업의 컬러에 비해 당 색의 메시지가 무색한 정치권의 차가운 행태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야를 가르고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생명력 없는 색의 잔치는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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