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전날 역한 ‘물폭탄’ 고통, 알약이 대안될까?

복용 편의와 용종 발견율 높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관련 연구결과 국제학술지에 발표

김응구 기자 2022.12.22 13:53:04

물에 섞어 마시는 장 정결제에 비해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가 복용 편의는 물론 용종 발견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TV

서울 성북구 정릉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박훈경 씨(48)는 지난주 토요일 4년 만에 대장·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악화한 경영 탓에 근심이 많았던 그는 심한 스트레스가 혹시 모를 위험을 초래한 건 아닌지 걱정이 돼 내시경을 받기로 했다.

문제는 장 정결제(세척제). 대장내시경 시술 전 장 내 이물질을 비워내는 약물인 장 정결제는 보통 물과 섞어 4리터를 마셔야 한다. 시술 전날 밤과 당일 새벽에 나눠 마시긴 하지만 양도 많고 맛이 역해 병원에 가기 전부터 진이 빠진다.

박 씨는 내시경 예약 후 두툼한 알약 봉투를 받았다. 병원 측이 기존 액체보다 복용 편의를 높인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를 권한 것. 총 28개의 알약을 물 3리터와 함께 섭취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한 그는 집에 와서 한결 편하게 복용했다. 다음 날 박 씨는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 세 개를 떼어냈다.

박 씨의 예처럼 대장내시경을 받기 전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가 복용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시술 후 용종 발견율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소화기내과 연구팀은 최근 한국팜비오의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 ‘오라팡’과 기존처럼 물에 섞어 마시는 장 정결제 복용 환자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소화기학과 간장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 저널에 따르면 연구팀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65세 미만 환자 중 물약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 제제를 복용한 9199명과 오라팡을 복용한 7772명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오라팡의 장 정결도는 97.2%로 기존 PEG 제제의 95%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특히 용종 발견율에서도 오라팡이 56%로 PEG 제제의 50.8%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대장암 발달 위험이 큰 선종 발견율도 오라팡이 34.5%, PEG제제가 30.7%로 높았다. 더불어 내시경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톱니형 용종 발견율에서도 오라팡이 5.2%로 PEG 제제의 3.3%보다 높았다.

또 안전성 분석 결과 부작용 중 하나인 혈액 내 칼슘이 정상치보다 낮아지는 저칼슘혈증 발생비율은 오라팡이 1.9%로 PEG 제제의 8.9%보다 낮았다.

반면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는 고요산혈증 발생비율은 오라팡이 15.9%로 PEG 제제의 9.9%보다 높게 나타났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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