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22 vs 2023, 대기업 신년사 2년 치 비교해봤더니…

2년 연속 공통 키워드는 ‘고객’, 올해 새로 등장한 ‘위기’와 어떻게 합을 맞출까?

안용호 기자 2023.01.09 15:37:45

연초 언론사들은 쏟아지는 기업 대표들의 신년사를 분석하느라 바쁩니다. 한 해 기업 경영의 핵심이 들어있고, 기업의 방향성이 국내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신년사를 기업별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지난해와 올해 신년사를 함께 놓고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의 2022년과 2023년 신년사를 함께 살펴보니, 2년 연속 공통된 키워드가 보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명의의 신년사를 전했는데요. 키워드는 ‘고객’이었습니다.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고객 우선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고객 우선의 기조는 올해 신년사에도 유지되었습니다. 올해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고 강조했습니다.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고객이 감동하는 이유는 고객이 경험한 가치 있는 순간들 때문이고, 바로 여기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며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그런 가치 있는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구 대표는 더 높은 고객 가치에 도전하는 구성원들을 ‘고객 가치 크리에이터(Customer Value Creator)’라 부르며, “2023년은 여러분이 LG의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가 ‘CES 2023’서 모두를 위한 ‘F·U·N 고객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고객 대신 ‘국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년사의 핵심도 고객이었습니다. 최 회장은 “기업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과제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최 회장은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제는 기업에게도 ‘관계’가 중요한 시대로, 나를 지지하는 ‘찐팬’이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소속돼 있는지가 곧 나의 가치”라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관계의 크기와 깊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크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10대 그룹의 2023년 신년사에 언급된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역시 ‘고객’(35회)이었습니다. 2022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위기’라는 시대적 배경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신년사 언급 키워드 4위에 오른 ‘위기’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던 키워드였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기업은 패러다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허리띠를 졸라맬 것입니다. 당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와중에 ‘고객’이라는 키워드는 자칫 구호에 머물며 진정성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리세션 2023 경제전망’(지식노마드)의 저자 김광석 교수는 책에서 2023년을 ‘ESG 2.0 시대’로 정의했습니다. 사회적 책임감으로 ESG 경영을 시도하는 시대가 아니라, ESG가 하나의 부상하는 산업이 되고 신사업 전략이 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목적과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ESG라는 얘깁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앞서 소개한 대기업을 포함해 유통· 금융· 건설 ·제약 등 업종별 기업의 신년사를 분석했습니다. 위기라는 얼음판 위에서 기업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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