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 "마니아와 입문자 함께 모이는 미술 공간, 블랙랏"

“온라인 경매 성장은 현재진행형”... 온라인 미술품 거래 시장 이끄는 ‘블랙랏’ 기획부터 현재까지

김금영 기자 2023.01.09 13:56:47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 사진=서울옥션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의 생활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이끌었다. 미술품 경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는 “2022년 미술품 판매 총액이 84억 USD(한화 약 11조 원)를 기록, 미술시장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며 “특히 지난해 전체 구매자의 35%가 신규 고객으로, 그 중 65%가 온라인 경매를 통해 유입됐다”고 밝혔다.

미술품 경매사의 현장 경매 없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온라인 경매는 신진작가의 작품이 주목받는 효과도 낳았다. 경매회사 홈페이지에서 작품 정보를 둘러보고, 바로 응찰에 참여할 수 있는 간편한 방식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성된 신진작가의 작품이 미술 입문자와 젊은 층의 호응을 받은 것이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옥션은 일찌감치 온라인 경매에 뛰어들었다. 1998년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설립한 서울옥션은, 2014년 ‘이비드 나우(eBid Now)’ 온라인 경매를 론칭했고, 2016년 온라인 경매에 특화된 자회사 서울옥션 블루를 설립했다.

온라인 경매를 꾸준히 이어오던 서울옥션은 온라인 미술품 거래 중개 플랫폼 ‘블랙랏’을 2021년 11월 별도로 론칭하며 온라인 경매에 보다 힘을 싣기 시작했다. 특히 기존 온라인 경매가 출품작 선정 등을 경매회사가 주관했다면, 블랙랏은 사이트에 등록된 판매자가 각자 경매 작품을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해 출품하는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았다. 즉, 판매자가 블랙랏 플랫폼 안에 저마다 자신만의 경매회사를 만드는 셈이다.

블랙랏 내부에 경매시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목적의 ‘제로베이스’ 브랜드도 갖췄다. 기존 경매 기록이 없는 작가라도 참여할 수 있어 신진작가의 경매시장 진출이 활발히 이뤄졌고, 경매에 출품된 작품의 가격이 모두 ‘0원’에서 시작되는 파격적인 시도 또한 눈길을 끌었다.

이 모든 사업을 담당하는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을 만났다. 2006년 가나아트갤러리에 입사하며 미술계에 입문한 그는, 2010년부터 서울옥션에 몸담았다. 이후 서울옥션 홍콩법인 현지에서 팀장을 맡았고, 경매사도 겸해 활동하고 있으며, 블랙랏 론칭 첫 기획 단계부터 합류해 블랙랏의 시작과 성장을 지켜봐왔다.

서울옥션 강남센터 외부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 기존 온라인 경매팀을 운영해오던 서울옥션이 온라인 미술품 거래 중개 플랫폼 ‘블랙랏’을 별도로 론칭한 배경은?

“서울옥션은 미술품 경매를 1998년부터 이어오고, 한국작가 작품을 해외에도 많이 선보이는 등 한국미술 시장 거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때 미술은 다른 분야 사업보다 폐쇄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또, 기존 전통적인 오프라인 경매 방식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1년에 거래할 수 있는 작품 금액, 수량 등의 물리적 팽창이 쉽지 않은 구조로 한계가 있었죠. 점차 커지는 미술시장 규모, 흐름을 봤을 때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시대적 분위기도 동반됐습니다. 2015~2016년만 해도 온라인 경매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등의 문제로 관심이 높지 않았다면, 디지털 환경에 보다 익숙해진 2017~2018년 이후부터는 온라인 경매에 대한 관심이 차츰 높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온라인 미술 시장도 급성장했습니다. 이 시기와 맞물려 블랙랏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서울옥션의 기존 전통적인 오프라인 경매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간 쌓아온 경매 시스템, 거래 노하우를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에서 좀 더 다양하게 선보이자는 목표 아래 블랙랏이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의 생활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이끌었다. 미술품 경매 시장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고객이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서울옥션

- 블랙랏 내에 ‘0원’부터 응찰 가능한 온라인 경매 ‘제로베이스’도 기획했습니다. 0원부터 경매를 시작하는 아이디어는 혁신적이지만, 그만큼 우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블랙랏에 앞서 2019년 11월 제로베이스가 먼저 시작됐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경매는 작품 가격대가 높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보다 다양한 가격대의 신진작가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갤러리, 소장자들의 니즈(needs)를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이점을 반영해 제로베이스가 만들어졌고, 이후 서울옥션이 온라인 경매 플랫폼을 블랙랏에 집중하며 제로베이스도 자연스럽게 기획파트의 한 부분으로 들어갔습니다.

작가의 나이나 학력, 작품 크기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작품의 응찰 가격을 0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에 부정적이고 우려스러운 반응도 있었습니다. 본래 미술시장에서는 작가와 갤러리, 작품 수준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이에 따라 작품 가격이 형성돼 전시, 경매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요. 이전에 없던 시도이기에 반응도 예측할 수 없어 처음엔 참여를 꺼리는 작가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로베이스가 본격 시작되고 나니 자신이 어느 갤러리와 일을 했고, 어떤 수상 경력이 있고, 나이는 어느 정도이고 등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라, 작품 그 자체의 이미지로 평가를 받고, 순전히 컬렉터의 취향에 따라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본 작가들 사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갤러리들 또한 마찬가지고요.”

서울옥션은 온라인 미술품 거래 중개 플랫폼 ‘블랙랏’을 2021년 11월 별도로 론칭하며 온라인 경매에 보다 힘을 싣기 시작했다. 사진=서울옥션

- 최근엔 블랙랏 경매에서 유명인이 탄 것으로 알려진 벤츠 G바겐이 12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습니다. 그림, 조각 등이 위주가 되는 오프라인 경매와 차이점이 느껴지는데요. 블랙랏엔 주로 어떤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나요?

“단순 투자의 가치를 넘어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아이템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수집의 품목이 그림, 조각 등에 한정적으로 그쳤던 것에 반해 지금은 재규어 자동차, 바이크, 디자인 가구, 피규어 등 각 장르마다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죠. 특히 미국 뉴욕 출신의 팝 아티스트 카우스가 유명해져 미술계 주류로 떠오르면서 스트릿 문화 기반의 아트토이가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에 따라 취향의 범위는 점차 확장됐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현상은 모두 근래 5년 안에 일어났습니다. 그렇기에 마니아층끼리 서로 소통하는 창구는 다소 있었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새로운 고객층의 진입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 역할을 블랙랏이 맡아 미술품뿐 아니라 와인, 쥬얼리 등 각각의 마니아층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최근엔 ‘로보트 태권브이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청기 감독이 사인한 피규어가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기획전을 통해 소위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 아이템도 많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블랙랏은 다양한 아트페어와 연계해 정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거 아트페어가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를 중심으로 1년에 4~5개 정도 열렸다면, 현재는 한 달에 평균 2~3개 정도 열릴 정도로 종류가 많아졌고, 장소 또한 서울, 대구, 부산뿐 아니라 제주도 등 전국 곳곳으로 확장됐습니다. 그만큼 미술시장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죠.

블랙랏은 ‘탐라국제아트페어 2022’(2022년 12월 22~25일)가 열리기 전 아트페어 참여 갤러리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사전에 오픈했습니다. 굳이 제주도를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바로 아트페어 정보를 살펴볼 수 있게 했죠. 아트페어와의 연계는 점점 넓혀갈 계획입니다.”

기존 온라인 경매가 출품작 선정 등을 경매회사가 주관했다면, 서울옥션 블랙랏은 사이트에 등록된 판매자가 각자 경매 작품을 선정하고, 가격을 책정해 출품하는 새로운 형태로 주목받았다. 사진=서울옥션 블랙랏 홈페이지 캡처

- 블랙랏에서는 서울옥션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중개 역할을 하기에 이들의 신용 및 작품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이는 비단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블랙랏은 작품을 판매하고 싶은 셀러(seller)의 가입 요청이 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면 승인절차를 거쳐 상품을 업데이트,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췄는데요. 가입요청이 들어오면 직·간접적으로 셀러의 신용을 다방면으로 체크하고, 승인절차를 거친 뒤에도 꾸준히 모니터링을 거칩니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전에 셀러에게 정정, 또는 삭제 요청을 합니다.

또, 만약 문제가 생기면 해당 문제에 대한 정확한 증빙이 나올 때까지 상품 판매 노출을 보류하고, 문제가 있는 걸로 판단이 나왔을 경우 셀러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일정 기간 판매글을 올릴 수 없도록 제한을 두는 등 꾸준히 시스템을 보완해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블랙랏이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도의적 차원에서 해결 가능하도록 최대한 소비자 입장에 서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업자들만 판매가 가능하고, 개인 셀러에게는 가입 오픈이 제한돼 있지만, 단계적으로 보완을 거치며 이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서울옥션 블랙랏 내부 한 파트로 구성된 '제로베이스' 브랜드. 경매에 출품된 작품의 가격이 모두 '0원'에서 시작되는 파격적인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사진=서울옥션 제로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 제로베이스는 지난해 8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배우 겸 작가 정은혜의 온라인 경매를 열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로베이스가 경매에 내보일 작가, 작품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서울옥션 홈페이지 안에서 제로베이스를 운영할 때는 작가 1명에 집중해 기획전을 마련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대략 10명 이상 작가를 소개하는 형태로 정례화돼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로베이스가 자리 잡은 블랙랏은 이를 벗어나 작가 3명에 집중하거나, 1~2주에 한 번씩 작가를 소개한다거나 하는 형태로 환경이 유연해지면서 스페셜 기획전으로 정은혜 작가를 소개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옥션은 신예작가를 중심으로 하는 ‘커팅엣지’ 프로그램을 2004년부터 매년 기획해 선보였는데, 당시 ‘지금 시장에서 알려진 젊은 작가가 누구일까?’를 수소문해 기획했다면, 제로베이스는 ‘앞으로 알려져야 될 작가’를 수소문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투자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미술시장에 미칠 영향력과 가능성을 주로 살핍니다. 정은혜 작가 또한 이에 부합했습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정은혜 작가의 작품이 많이 알려지면서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들의 문의도 많았습니다.

기존 서울옥션과 관계를 맺었던 작가를 비롯해 갤러리들이 서로 재능 있는 작가를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제로베이스 참여 작가층은 4050도 있지만, 20대 작가가 대체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열심히 활동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30대 초반 작가 층도 많고요.”

서울옥션은 제로베이스에 tvN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며 알려진 정은혜 작가의 작품을 지난해 선보였다. 사진은 정은혜 작가의 '선아고양이' 작품 이미지. 사진=서울옥션

- 현재 블랙랏과 제로베이스의 주 고객층은 누구이고, 평균 거래 가격대는 오프라인 경매와 비교해 어떻게 형성돼 있나요?

“미술품은 몇 천만 원부터 높게는 억대까지 거래되는데 이런 고가의 작품들은 주로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를 통해 소개됩니다. 블랙랏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3040세대가 주 고객층인데, 낮게는 60만 원부터 높게는 600~700만 원대까지 합리적인 가격대의 작품이 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서울옥션 오프라인 경매는 시장의 흐름에 따른 투자 목적의 거래도 많이 이뤄지는 편인데, 블랙랏은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이자 취향을 투영하는 대상으로 미술품에 접근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이에 따라 미술 입문자가 특히 많이 이용하고요.

사이트 가입자, 이용자를 살펴보면 정말 다양하다는 걸 느낍니다. 서울뿐 아니라 멀리 제주도, 칠곡에서 작품을 문의, 구매하는 분들도 많고요. 최근엔 라이브 경매를 블랙랏 사이트에서 진행했는데, 작품 응찰 시간이 밤 11시 45분부터 오전 7시 반, 오후 12시 등 폭넓었습니다. 출근길, 점심시간, 잠들기 전에 응찰하는 직장인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원할 때 편리하게 클릭 한번으로 작품 정보를 살펴보고, 응찰할 수 있다는 장점에 고객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은 "온라인 미술품 경매는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작품 응찰에 임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옥션

- 블랙랏과 제로베이스는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 서울옥션의 매출 다변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블랙랏과 제로베이스를 별도로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단편적인 기능부터 시작해 지금 시스템 발전 과정 중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당장의 매출 성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업의 확장과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기조는 올해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 제로베이스는 신진 작가의 경매 시장 진출 지원 취지를 밝혔는데, 이를 위해 신세계와 협업하기도 했었죠.

“고객에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신세계백화점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진작가를 알리고자 하는 서울옥션의 목표가 맞아 지난해 초 진행된 협업으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울옥션 강남센터에 작품을 전시하며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했죠. 경매에서 일부 원화 작품에 대해 낙찰된 실물 작품과 함께 NFT(대체불가토큰) 작품도 제공했고요. 또, 신세계백화점 앱에서 제로베이스 참여 작가의 정보를 얻고, 작품 응찰도 가능하도록 해 새로운 고객 유입의 폭을 넓혔습니다. 이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형태의 협업은 앞으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서울옥션 블랙랏엔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드러난 상품들도 경매에 나오고 있다. 사진은 블랙랏에서 최종 12억 원에 낙찰된 벤츠 G바겐 이미지. 사진=서울옥션 블랙랏 홈페이지

- 블랙랏, 제로베이스를 경험한 주요 고객층, 참여 작가의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것은?

“특히 미술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던 작가들이 블랙랏, 제로베이스를 통해 갤러리스트, 고객을 만나 새로운 기회에 노출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발전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제로베이스를 통해 만난 작가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 교환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하고요.

제로베이스에 참여했던 정은혜 작가의 경우 기존에 원화를 전시한 적은 있지만, 작품을 어떻게 팔아야 하고, 작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로베이스를 통해 구매자에 의해 작품 가격이 설정되는 경험을 처음 하고, 자신의 작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로베이스 전시 이후 정은혜 작가는 인사동에서 별도로 개인전을 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옥션은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제로베이스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서울옥션이 블랙랏을 선보인 이래 다양한 온라인 경매 플랫폼이 등장했습니다. 여타 온라인 경매 플랫폼과 비교해 블랙랏이 가진 차별점은?

“온라인 미술시장이 급성장할 때 과거 미술시장 구조만 보고, 단순 사업적 측면으로 접근해 온라인 경매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 또한 미술 애호가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온라인 플랫폼 단일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 대처하는 부분이 어렵습니다.

서울옥션은 1998년부터 꾸준히 미술품을 거래해 왔고, 그 안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블랙랏, 제로베이스를 비롯해 관계사 서울옥션블루, 프린트베이커리까지 상호유기적 형태로 다양한 아트 플랫폼을 갖춰 다방면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차별점이자 강점입니다.

또, 서울옥션은 2006년 국내 미술시장 1차 호황기뿐 아니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시장 폭락도 경험했고, 이후 단색화 부흥까지, 다양한 이슈를 직접 경험했죠. 그래서 시장의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처하고, 보완할 것을 보완해 보다 견고하게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은 "온라인, 오프라인 경매 시장은 각각의 장단점과 특징이 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쪽이 쇠퇴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시장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 시장은 오프라인대로 각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 미술품 온라인 경매 시장은 급성장을 이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현 시점에서 다시 오프라인이 부흥하고, 온라인 경매 시장은 침체기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요. 미래 온라인 경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자면?

“저는 오히려 더 성장할 것이라 봅니다. 포스트 코로나라 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완전히 회귀할 것이라 보지 않거든요.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된 2년 동안 변화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그 변화를 정착해나가는 과정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미 우린 그걸 실감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 이전 ‘온라인으로 그림을 어떻게 믿고 사냐’고 했던 사람들도 이젠 온라인에서 생필품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처럼요.

디지털 아트를 이야기할 때 꼭 이야기되는 NFT 또한 그렇습니다.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NFT의 성장이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NFT가 위기라고 이야기되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 시기, 사람들이 NFT를 경제적 가치인 코인과 엮어 투자 상품적 측면에서 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NFT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NFT 기술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알리는 강력한 연결고리가 필요했는데 사업적 측면과 맞닿아 NFT의 투자적 측면만 주로 부각됐던 것이죠. NFT는 아트와도 연결돼 NFT 아트 또한 하나의 매체가 됐는데, 앞으로 아트뿐 아니라 각종 보증서 등 은행거래에 적용하고, 기술적 측면이 발전하고 안정화될수록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다 깊이 들어올 것이라 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은 각각의 장단점과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쪽이 쇠퇴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시장은 온라인대로, 오프라인 시장은 오프라인대로 각각 성장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도 지속성장 가능하다고 봅니다.”

홍창희 서울옥션 블랙랏사업부 기획운영팀 팀장. 사진=서울옥션

- 올해 블랙랏과 제로베이스를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인가요?

“2021년과 2022년은 이제 막 플랫폼을 론칭해 여러 사업을 구상, 기획,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시기였습니다. 주로 내부적으로 서비스 환경을 살피며 기초적 부분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퀄리티를 높이고,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블랙랏 사이트에서 라이브 방송 경매를 하면서 진행을 맡았었는데요. 이 또한 서비스 확장의 시도였습니다.

제로베이스 또한 신진작가를 소개함에 있어 이제는 어느 정도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과거 작가들에게 작품을 알릴 기회의 툴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이 작가들이 점점 성장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능 있는 아시아 작가들의 작품 또한 국내에 선보이려고 준비중입니다.

과거 미술계에선 1차 시장은 갤러리, 2차 시장은 경매회사로 서로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갤러리, 경매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작가에게 연락하는 고객도 있고, 오프라인 공간 없이 개인이나 단체가 온라인 경매 플랫폼을 만들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더욱 다양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이 가운데 중심을 지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과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데 서울옥션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