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뜨거운 밀월, 스타트업 기술 보호 더 살펴야

대기업 개방형 혁신으로 스타트업과 동반 생존, 여전히 약자인 스타트업 기술 보호 중요

안용호 기자 2023.01.26 10:46:51

1월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규 ‘벤처천억 기업’이 108개 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1년 12월 기준 739개로 2004년 당시 68개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벤처천억 기업이란 1998년부터 2020년 말까지 1회 이상 벤처확인 이력이 있는 기업 116778곳 가운데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말합니다.

2021년 기준 벤처천억 기업의 총매출액은 188조 원으로 재계 3위 규모입니다. 삼성 매출이 310조, 현대자동차가 204조이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1년 기준 벤처천억기업의 총종사자 수도 전년 대비 24800명(9.8%) 증가한 278000명으로 재계 1위입니다. 매출 규모나 종사자 수 모두 대한민국은 이제 벤처기기업의 시대, 스타트업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전 대선 과정에서부터 디지털 대변환의 핵심 주체를 민간기업으로 규정하고 벤처기업 창업과 성장의 걸림돌인 규제를 과감히 개혁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었습니다. 이런 드라이브 덕에 지난 한 해 벤처 정책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복수의결권 도입, 기업승계 제고 합리적 개선, 스타트업 전문직의 근로 시간 규제 완화, 대학 창업 요람화,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한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모태펀드 규모 확대 등이 국정과제로 반영되었습니다. 가업승계 세금 제도 개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스톡옵션 행사이익 비과세 한도 확대 등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벤처·스타트업 지원에는 대기업도 열정적입니다. 그런데 정부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이번 호 문화경제 특집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아웃사이드를 통해 사내외 스타트업을 발굴합니다. 올해 CES2023(국제전자제품박람회)의 삼성 C랩 전시관에는 8개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7개 사가 CES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도 활발합니다.

이석우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이 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베네시안엑스포 유레카 파크에 마련한 LG NOVA 부스에서 '미래를 위한 과제' 프로젝트에 선정된 글로벌 스타트업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CJ는 자사의 기술을 스타트업과 공유하고, 외부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벤터스와 씨앗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 역시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포스코의 미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역량 있는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합니다.

미래 모빌리시티 시장의 게임체인저를 꿈꾸는 현대차는 혁신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을 선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대 크래들을 출범시켜 전 세계에서 관련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차량에서의 드론 이륙 및 회수 시스템, 사용자 감정 인식 AI 시스템 등 미래 자동차의 ‘연결의 초월성’을 주도할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스타트업과의 제휴로 고도화되는 중입니다.

국내 최대 게임쇼인 ‘G-Star’, ‘버닝비버 인디 게임 축제’, ‘인디크래프트’,‘방구석인디게임쇼’ 등 게임 행사에서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넷마블, 네오위즈 등 대형 게임사들의 후원과 지원으로 다양한 인디게임이 발굴됩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오렌지플래닛, 카카오게임즈는 상생 펀드로 인기 게임 개발사를 지원합니다. 주류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패션 특화 검색 서비스 플랫폼을 지원하고 오비맥주는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과 손잡고 맥주박으로 에너지바를 만드는 등 스타트업과 손잡고 상상치 못한 사업을 벌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을 요약하면 ‘동반성장’입니다. 스타트업의 기술과 혁신적 상상력이 없이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도 홀로 생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과열되다 보니 씁쓸한 소식도 들립니다. 1월 1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한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사업 협력을 제안한 뒤 제품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 침해 조사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스타트업의 기술은 더욱 보호되어야 합니다.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벤처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한 변리사 공동소송대리 개정안은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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