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인터뷰] 소주 책 출간 이어 전시회까지 진행하는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

현재 韓·베트남서 전시, 올해 美·日·英도 계획… “소주는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줘, 그게 매력”

김응구 기자 2023.03.13 14:45:52

퍼니준이 ‘꽈페’와 함께하는 전시회 ‘러브샷’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퍼니준

가수 조영남이 ‘화투 작가’라면 퍼니준(김완준)은 ‘소주 작가’다. 조씨는 화투를, 퍼니준은 소주를 오브제(objet) 삼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화투와 소주는 늘 조심해야 한다. 손과 입으로 놀지만 머리를 지배한다. 욕심의 과시가 생기면 패가(敗家)에 이른다. 다행히도 둘은 그런 염려에선 멀찍이 떨어져 있다. 조씨는 화투를 캔버스에 담아 예술을 넘나들고 있고, 퍼니준은 소주에 진심을 얹어 당당하게 동서양을 넘나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둘은 ‘대작’과도 가까운 사이다. 조씨가 대작(代作) 논란을 일으켰다면 퍼니준은 대작(對酌)을 즐기니.

퍼니준은 2021년 7월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우하하컴퍼니)을 펴냈다. 누구나 다 알 것 같지만 누구도 정리해놓지 않은 ‘소주 마시는 방법 10가지’를 이 책에 차분히 소개하고 있다. 소주 마실 때 필요한 준비물을 나열해놓거나 한물간 것으로 여겼던 주도(酒道)를 그의 시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호평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는 재판(再版)에 돌입했고, 최근에는 아예 소주 마시는 방법 10가지를 주제로 전시회까지 열었다. 퍼니준과는 전시 시작일인 2월 24일 전시 장소인 서울 연남동 ‘꽈페’에서 첫인사를 나눴다. 이후 퍼니준은 전시회 준비 때문에 3월 첫날 베트남으로 건너갔고, 현지에서도 서면과 메신저로 얘기를 계속 주고받았다.

- ‘소주 아티스트’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렇게 불러주길 원하는 이유가 뭔가.
“평소 소주를 오브제로 삼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그렇게 이름 지었다. 난 소주를 만들거나 음미하는 전문가는 아니다. 단지 소주를 주제로 해 동시대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 그럼 평소에는 어떤 일을 하나.
“평상시에는 버려진 물건이나 추억의 물건으로 콜라주 또는 설치미술 형식을 빌려 업사이클링(upcycling) 아트 작업을 한다.”

- 전시회 얘기를 먼저 해보자. 이름이 ‘러브 샷(Love Shot)’이다. 연남동에서 4월 9일까지 열리고, 계속해서 베트남, 미국, 영국, 일본 등으로도 이어진다고 들었다. 어떤 기획인가.
“전시에 앞서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을 쓴 게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우리에겐 분명 소주 마시는 방법이 있는데 이걸 풀어서 쓴 책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라. 원래 내 성격이 일상에서 규칙을 하나 발견하면 그걸 정의하길 좋아한다. 버려진 물건을 업사이클링해 다시 사용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일로 발전시켰다. 어느 날 매일 같이 마시던 소주를 유심히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이걸 마시지?’ 곧바로 소주 탐구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참고할 만한 책이 없다는 걸 알게 됐고, 의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남들 안 하는 걸 하기 좋아하는 나로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소주와 꽈배기의 컬래버레이션이라고 해서 놀랐다. 전혀 생각지 못한 조합이다.
“언젠가 아는 사람들과 모임을 했는데 그 장소가 바로 연남동 꽈페였다. 꽈배기를 재해석해 카페로 만든 특이한 곳이다. 모임 중 한 명이 이곳 대표였다. 우리에겐 익숙한 간식인 꽈배기에 여러 색과 맛, 멋을 덧입혀 ‘K-디저트’로 승화시킨 점에 공통점을 느껴 전시를 제안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해줬다.”


- 전시 주제가 ‘하우 투 드링크 소주(How to drink soju)’, 그러니까 소주 마시는 방법일 줄 알았는데 ‘러브샷’이다.
“소주 아티스트와 ‘꽈피’(꽈페 캐릭터)가 서로 팔을 걸고 러브샷을 하며 함께 어울린다는 의미다. 재밌지 않나? 소주와 꽈배기의 만남이라니.(웃음) 나는 엉뚱한 조합을 좋아한다. 새로운 걸 상상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번 꽈페와의 컬래버를 통해 좀 더 유쾌한 상상을 하게 됐다. 더불어 이 작업으로 소주라는 술이자 문화의 아이콘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보통 전시를 해보자고 제안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걸 왜 하냐’는 거다. 그러면 바로 말한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라고. 나는 그렇게 전시를 진행한다.”

- 현재 베트남인 걸로 알고 있다. 전시 일정은 어떻게 되나.
“지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페 한 곳이 섭외돼있다. 베트남에선 3월 중 전시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전시를 준비하다 보면 꼭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는데, 여기서도 하노이 현지인이 그 역할을 하는 중이다. IT 엔지니어이고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소주 문화를 무척 신기해한다.”

퍼니준의 전시는 단순한 일러스트 라인과 텍스트, 그리고 녹색을 활용하기 때문에 카페와 잘 어울린다. 사진=퍼니준

- 이제 책 얘기를 해보자.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 어떻게 기획됐나.
“책을 내기 전에 온라인으로 글을 연재했다. 그때 사람들 반응은 엇갈렸다. ‘신박하다’와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로 나뉘었다. 후자(後者)는 쓸데없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했다는 일종의 조롱이었다. ‘소주는 그냥 멸치대가리만 있으면 되는 술’이라는 핀잔도 들었다. 아마도 이런 반응이 많아 그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말들이 내겐 큰 자양분이 됐다. 큰 기회라고 생각한 거다. 한 출판사 대표는 본인이 국내 유명 대학 출신인데 위스키나 와인을 마시지 소주 같은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멸치대가리 운운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는데 서민주(酒)인 소주를 양주와 비교하며 수준 낮은 술로 취급하는 건 굉장히 기분 나빴다. 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받아들여야 할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들을 고려해 글과 그림 작업을 했다.”

- 개인적으로는 기분 좋게 읽었다. 거기서 보면 소주를 마시는 데도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도를 말하는 것 같은데, 과연 요즘 세상에도 그게 통하는 말일까?
“술자리에서의 주도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을 말하고자 했다. 한국의 콘텐츠는 점점 글로벌의 관심 대상이자 하나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것들이 좀 더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요즘에는 작은 정보도 빠르게 확산하지 않나. 순간 우리의 술문화는 그냥 마시고 끝내는 것으로 남을 것 같았다.”

- 요즘 주류문화를 이끄는 건 MZ세대다. 그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생각인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도는 권위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소주의 알코올도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 그만큼 가볍게 마실 수 있고, 한편으론 더 많이 취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에티켓을 지켜야 만취하지 않고 즐긴다. 또 외국인이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를 아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해외에 가서 와인문화를 이해하고 배워 활용하듯, 그들도 한국의 주도를 익혀 활용하면 비즈니스를 비롯해 다양한 부대 효과를 얻게 될 거다. 주도는 말 그대로 술로 가는 길이다. 돌아가지 않고 제대로 가는 게 꼭 필요하고, 통한다고 본다.”

- 인상적이었던 건 소주 마실 때 필요한 준비물이었다. 그렇게 정리해놓으니 각 준비물에는 그에 맞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의 두 챕터는 확실히 다른 데선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소주 마시는 방법과 소주 준비물은 이 책이 유일하다. 먼저, 소주 마시는 방법은 10단계로 정의했다. 1단계는 자리 앉기, 2단계는 소주병 잡기, 3단계는 소주 병뚜껑 따기, 4단계는 소주 권하기, 5단계는 소주 따르기, 6단계는 소주잔 잡기, 7단계는 소주 받기, 8단계는 잔 부딪치기, 9단계는 소주 마시기, 10단계는 소주잔 놓기다.

 

이렇듯 세분화한 건 상대방이 술잔을 비우면 술을 권하는 한국인만의 수작(酬酌) 음주문화 때문이다. 스스로 따라 마시는 서양의 자작(自酌) 문화와 달리 한국은 관계와 배려를 중요시한다. 서양 음식을 먹을 때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접시, 비슷한 포크와 나이프와 스푼이 나열돼있는 걸 본다. 분명 각각 쓰임새가 있다. 우리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소주를 마실 땐 으레 세팅돼 나오는 도구들이 있다. 한국인에겐 너무도 당연한 거지만 오히려 외국인에겐 특별하다. 이런 것들을 찾다 보니 소주 준비물이라는 개념까지 만들어냈다. 이번 꽈페와의 컬래버 전시에선 그 준비물들을 출력해 창에 붙여 의미를 더했다. 깨나 당연한 것들을 정리해놓으니 재밌다고들 한다.”

- 책을 재밌게 만들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일일이 다 얘기하긴 그렇지만 책이 나오기까지 힘든 과정도 많았다. 중요한 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점이다. 책이 가진 힘과 그림이 가진 힘이 달라서 각각의 장점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림은 어떤 의미에선 추상적이어서 글보다 덜 직접적인 경우가 많잖은가. 그래서 글로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주고, 그림은 글보단 말이 적으니 좀 더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더라.”

- 첫 전시는 언제였나.
“2021년 9~10월 서울 서초동 헬씨아뜰리에아몬드에서다. 이곳 신지아 대표와 김미교 큐레이터가 열어줬다. 모두 내 전략을 정확히 이해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무용도 만들었다. 책, 그림, 전시, 무용으로 이어진 거다. 이후 홍대 근처 카페 모노블록, 중구 마마키친, 상수동 독립서점 등에서 소소하게 전시를 이어갔다. 내 전시 포스터가 단순한 일러스트 라인과 텍스트, 그리고 녹색을 활용하기 때문에 카페와 잘 어울린다. 그러다가 사진작가, 모델과도 실사 버전을 만들었다. 아직 적절한 때와 적합한 장소를 찾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바로 전시할 예정이다.”

퍼니준은 앞으로 해외에서 소주의 문화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퍼니준

- 꽤 의미 있는 전시도 있었을 듯싶다.
“롯데백화점 명동점 영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커넥티드플래그십스토어에서의 전시다. 기존에는 10단계 포스터 전시가 중심이었다면 여기선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진행했다. 공간에 맞춰 작품들을 전시하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소주병 모양의 전시물을 배치했다. 소주병 전시물은 거울 같은 소재로 만들어 관람객들이 그 앞에서 셀카를 찍도록 했다. 또 작은 교자상 위에는 안주처럼 책을 담은 접시, 소주와 소주잔, 숟가락과 젓가락을 놓았다. 확실히 반응이 좋았다. 명동이어서 외국인 관람객이 많았고, 특히 MZ세대는 그림에 먼저 반응을 보이다가 책으로 관심이 이어졌다. 이 전시가 의미 있는 건, 소주가 젊은이들에겐 하나의 놀이문화라는 걸 발견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허영만 화백이 직접 방문해 관람하기도 했다. 소주 아티스트로서 ‘식객’ 허영만 선생님을 만난 건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 자신감이 생겼겠다.
“이때부터 일이 좀 커지기 시작했다. 해외전시에 도전했다. 사실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의 영어판이 나오면 뉴욕부터 전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책은 준비가 덜 됐고, 그 사이 잠시 태국에 갈 일이 생겼다. 간 김에 현지인 친구에게 혹시 한국처럼 카페를 빌려 전시할 수 있을지 물었다. 가능하다는 답변에 전시를 서둘렀다. 그 친구가 디자인도 할 수 있어 많은 걸 도와줬다. 전시는 방콕의 핫플레이스인 씨암센터 앞 ‘존스500’에서 했다. 주태국 한국문화원 관계자들도 찾아와 전시를 취재하고 SNS(소셜미디어)에 내용을 올렸다. 이걸 보고 태국인이 많이 찾아와줬다. 특히 MZ세대는 한국의 팝업스토어에서처럼 사진 찍고 스티커 굿즈를 받으며 즐겼다. 1주일 정도로 짧았지만, 소주 마시는 방법을 해외에 알린 첫 번째 전시였다. 모두 신기해하고 재밌어했으며 전시의 목적을 이해한다고 말해줬다. 힘이 났고,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었다.”

- 성격을 봐서는 다른 나라에서의 전시도 곧바로 추진했을 것 같다.
“나라마다 성향은 다르지만 일단 해외전시에 처음 도전해 이를 뚫고 나니 ‘내 작품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도전한 곳이 라오스다. 현지 카페, 식당 등 세 곳에 내 작품을 보여줬는데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중 한 곳인 ‘행아웃’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400평 대지에 200평 정도 크기의 레스토랑 겸 카페였다. 실제 이곳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고, 여기선 소주도 판다. 나중에 들었는데 전시가 끝나고 난 후엔 작품들이 모두 어디로 갔냐며 손님들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 등 K-시리즈 인기가 대단하다. 한국인들도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 했을 듯싶다. 그럼, 전 세계에서 K-소주도 먹힐 것으로 보나?
“한류를 이끄는 드라마·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병 소주는 전 세계에서 하루 1000만 병 넘게 팔린다. 해외를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누구나 한국 드라마 또는 K-팝을 동시에 즐긴다는 점이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소주도 알고 있다. 소주가 가지고 있는 술로서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소주 마실 때의 무드도 해외에선 한국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소주의 문화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퍼니준과 ‘꽈페’의 ‘러브샷’은 서울 연남동 꽈배기카페 ‘꽈페’에서 4월 9일까지 열린다. 사진=퍼니준

- ‘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 영어판은 언제 발간할 예정인가.
“번역하는 건 거의 책을 쓰는 것과 같다. 어렵다. 그래서 한국 책을 보는 외국인들의 낯선 감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번역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한 사람을 찾았고, 드디어 원문이 외국어로 정리가 됐다. 현재 출판사와 협의 중인데, 이르면 4월 중 나올 것으로 본다.”

- 내용의 변화도 좀 있나?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주도를 가장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영어 버전은 글 자체를 반 이상 줄였다. 반면에 그림은 더 넣었다. 한글 버전이 책 느낌이라면 영어 버전은 아트북 형식을 갖춰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소장가치가 느껴지게 해 성인이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외국인을 위한 선물용이 됐으면 좋겠다.”

- 영어판이 나오면 더 바빠지겠다.
“롯데백화점에서 출판기념회 겸 영문 책 전시를 할 계획이다. 이어 한국문화를 알리는 단체인 ‘로컬친구’와 함께 워크숍을 열거나 ‘소주몰리에’(소주 마시는 방법 수료증·가칭)를 개발해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우문(愚問) 하나 던져본다. 소주는 어떤 매력이 있나.
“우리가 흔히 ‘소주 한 잔 하자’고 그러잖나. 하지만 실제로 특정 소주를 마시러 가는 게 아니라 맛좋은 음식이나 안주를 찾아간다. 소주는 주인공이 아니다. 나머지를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그게 소주가 가진 매력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소주 아티스트로서 소주를 매개로 다양한 한국문화를 찾고 정리하고 알리는 데 힘쓸 거다.”

심리학 용어에 ‘떠벌림효과’라는 게 있다. ‘공개선언효과’라고도 한다. 자신의 결심을 주변에 공개적으로 밝히면 실행력과 완성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되고, 때에 따라 주위의 지원도 받는다. 그렇게 목표에 근접한다. 퍼니준을 아는 사람들은 그 때문에 지겹다. 온통 소주 얘기여서 지겹다. 그래도 지치지 않고 떠들어댄다.

퍼니준은 소주를 단순한 술이 아닌 한국문화로 바라봐주길 원한다. 그래서 소주 책을 쓰고 영어판도 내며,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전시회를 연다. 그는 계속 움직인다. 계속 떠벌린다. 그러면 세계인들은 점점 소주를 술이 아닌 한국으로 보게 될 것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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