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최수연 대표 취임 1년만 '반토막 성적표'...전 대표 한성숙 벽 40%에도 못미쳐

40% 떨어진 네이버 주가에 한성숙 전 대표의 40%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명세서 수령

김예은 기자 2023.03.17 17:19:29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레드우드시티의 포시마크 사무실에서 열린 임직원과의 상견례 및 사내 설명회에서 포시마크 임직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해 3월 14일 네이버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최수연 대표가 1년 만에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게됐다.

네이버 주가는 물론 최 대표의 급여 역시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회사 주가가 하락하자 이와 연동해 책정되는 상여금이 0원이었던 탓이다. 네이버는 다음 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낮추는 안건도 다룰 예정이다.

17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상 최 대표의 지난해 급여는 6억 원, 상여는 4억 9500만 원, 기타 소득 500만 원 등 총 11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가운데 상여는 2021년 당시 대표로 선임되기 전 글로벌 사업지원리더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 지난해 초 지급된 금액이다. 2005년 네이버에 재직 후 퇴사한 이력이 있는 최 대표는 2019년 네이버에 재입사해 대표로 선임된 2022년 3월 전까지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임원)를 지낸 바 있다.

최 대표의 급여는 전임자인 한성숙 전 대표의 2021년 수령액 27억 8000만 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지난해 받은 18억 3500만 원보다도 적다. 네이버 CEO가 창업자보다 보수를 적게 받은 건 2013년 네이버와 NHN의 분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최 대표는 지난 해 네이버 보수 상위 5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유럽사업개발 대표를 맡고 있는 한 전 대표의 급여가 23억으로 1위에 올랐다. 한 전 대표의 지난 해 급여는 8억 원이며, 상여에서 15억 원 등 총 23억 40만 원을 수령했다. 이를 이어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21억6200만원), 이해진 GIO(18억3500만원), 김주관 그룹앤 사내독립기업(CIC) 대표(16억500만원),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15억3700만원)가 뒤를 이었다.

한 전 대표와 최 대표는 모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성과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을 말한다.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부여받는 제도인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주식을 사들인 후 지급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전체 보수 가운데 20~25%를 급여로 수령하고, 75~80%를 상여로 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제한조건부주식(RSU) 비중이 45% 로 KOSPI 200내 기업대비 상대적 주가상승률(직전년도 1~4분기) 백분위에 따라 최종지급규모가 결정되는 방식을 따른다. 네이버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 해 RSU 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지급 규모가 0%로 결정됐다.

최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3월 14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1년간 네이버 주가는 32만9000원에서 19만6000원으로 약 40%가 떨어졌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53조9721억 원에서 32조1536억 원이 됐다.

나아가 네이버는 오늘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 대표를 포함한 7인의 이사에게 지급할 보수의 최고 한도를 80억 원으로 줄이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4년 이래 줄곧 150억 원으로 책정돼 온 최고 한도의 반토막(53%) 수준이다. 현재까지 한도까지 채워서 보수가 지급된 적은 없지만, 경영 악화와 대내외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용 절감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3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하며 5년 만에 뒷걸음쳤다. 네이버는 커머스 광고 경기 둔화로 지난 해 4분기 성장세가 꺾였다. 3일 뉴스웨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매출이 30.4% 성장한 커머스 광고 사업은 지난 해 전년 동기 대비 4% 성장하는데 그쳤다. 쿠팡 등 유통 플랫폼 성장에 따른 광고 분산 효과, 경기 침체로 인한 주요 광고주들의 예산 감축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나아가 네이버는 정취권에 뇌물을 준 혐의에 연루되며 사법 리스크를 안게됐다. 검찰은 네이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성남시 부지 매입에 대한 청탁 대가로 성남FC에 불법 후원금 40억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올해 '주주가치 제고'와 '수익성 강화'의 숙제를 풀어야한다. 업계는 먼저 최 대표가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올해 뿌린 씨앗을 열매로 만드는 ‘수익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C2C(개인 간 거래)와 콘텐츠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먼저 C2C의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최 대표는 싱가포르 가전제품 중고 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 테크놀로지에 3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명품 거래 플랫폼 ‘시그먼트’를 운영하는 팹의 지분 70%와 빈티지 패션 거래 플랫폼 ‘콜렉티브’를 운영하는 크레이빙콜렉터의 지분 40.74%를 취득했다. 올해 초에는 북미 최대 패션 C2C 커뮤니티인 포시마크를 창립 이래 최대 금액인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5천억 원)으로 사들이고, 유럽 최대 규모 중고거래 플랫폼인 왈라팝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C2C 분야에서 한국(크림), 일본(빈티지시티), 유럽(베스티에르콜렉티브·왈라팝), 북미(포시마크)를 잇는 글로벌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해 ‘2026년까지 매출 15조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 시총 150조원’을 목표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한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콘텐츠 분야에서는 웹툰을 비롯해 웹소설, 메타버스에 이르기 까지 글로벌 콘텐츠 업체에 투자했다. 먼저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에 약 4000억원을 출자하고, 산하에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 애니메이션 및 시각특수효과 제작사 로커스, 일본 1위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이니셔티브 재팬을 각각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웹툰 사업의 미국 증시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해 상반기에는 메타버스 사업 확장을 위해 피노키오, 페르소나스페이스 등 19개 기업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네이버는 이들에 대한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크림은 2020년 3월 이래 2년여간 무료로 유지해온 수수료를 지난 해 4월부터 9번에 걸쳐 상향 조정했다. 나아가 최 대표는 2022년 결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사 대비 수수료가 매우 낮은 만큼 올릴 여지가 충분히 남았다고 판단한다”며 추가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 유료 이용자 비중이 국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해외 유료 이용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이북재팬과 라인망가 간 시스템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라며 “국내에서 확인한 다양한 유료 이용자 전환 기제를 도입해 수익 제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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