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무한경쟁의 시대, 팬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 소비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기업의 관점 전환이 필요

안용호 기자 2023.04.10 15:16:04

팬덤(Fandom)은 광신자를 뜻하는 Fanatic의 Fan과 영지를 뜻하는 접미사 dom의 합성어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광신자들의 영지 또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연예인 또는 특정 한 분야에 몰입해 빠져드는 사람으로 우리는 팬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팬덤 현상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관련 신조어만 살펴도 그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팬슈머(Fansumer)는 팬(Fan)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단어로 열정적인 소비자를 의미하며 연예인, 브랜드, 기업 등이 성장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습니다. 팬노베이터(Fannovator)는 팬(Fan)과 혁신가(Innovator)를 합친 단어로 기업은 팬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팬타이(Fan-tie)는 팬(Fan)과 유대(tie)를 합친 단어로 동일한 팬들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처럼, 기업들도 팬들로부터 정보, 투자 등 생산 요소를 공급받는 강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신조어들의 공통점이라면 이제 기업은 소비자를 하나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에 대한 관점 전환이 필요하며 팬덤 경제를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니즈를 몇 년 전부터 인식한 듯합니다. 2020년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 국내 10대 트렌드로 이미 ‘팬덤 경제의 부상’을 선정했었습니다.

예전의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 중심이었다면, 이제 브랜드는 고객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객은 브랜드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팬, 즉 충성고객을 말합니다. 즉,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팬심으로 자발적인 소비를 유도하는 기업들의 팬덤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신세계는 팬덤 마케팅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신세계는 야구단 SSG랜더스를 창단하고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야구단 단장을 맡았습니다.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 유니폼을 입을 사진을 SNS에 자주 올리고 자신이 1호 팬임을 자처하며 SSG랜더스 팬덤을 과시했습니다. 지난해 4월 2~8일 야구단 창단 1주년 기념 랜더스데이 행사 기간 SSG닷컴 매출은 직전주 대비 30% 늘었고, 이 기간 방문객 수도 20% 이상 증가했습니다.

 4월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자신이 SSG랜더스 1호 팬임을 자처한다. 사진=연합뉴스 

BTS의 팬덤 파워는 식품업계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라이브 방송에서 종종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을 전 세계 ‘아미’들에게 보여줬던 BTS 지민 덕에 삼양식품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경쟁사인 오뚜기도 진라면 팬으로 알려진 진을 광고모델로 발탁했고 팬덤의 호응은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서든어택이 성공적인 팬덤 마케팅으로 꼽힙니다. 아이돌, 걸그룹, 배우, 운동선수, BJ 등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게임 속 캐릭터로 만나는 신선한 요소가 게임 이용자에게 친숙함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스타와 똑같은 외모와 의상에 음성까지 탑재해 스타 팬덤의 마음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지난 2월 한 편의점에서는 술 한 병을 사려고 길 줄이 늘어섰습니다. 김창수 위스키 한정판을 구매하려는 이들이었는데요. 술 자체가 팬덤을 만든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주류업계에서는 스타 팬덤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집니다. 가수 아이유는 9년째 참이슬의 모델을 하고 있는데요. 스타의 캐릭터와 제품의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처럼은 배우 한소희를 광고 모델로 최근 발탁했는데, 그의 소탈한 이미지가 새 얼굴로 선정된 이유입니다.

스포츠 브랜드는 리셀링과 한정판 전략으로 브랜드 자체의 팬덤을 형성합니다. 나이키 에어조던은 나이키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고 이후 팬덤화되었습니다. 일부 모델은 10배의 가격으로 리셀링되기도 합니다. 뉴발란스는 ‘스티브 잡스’가 즐겨 신은 운동화로 유명한 ‘992’ 시리즈와 2009년 가수 이효리가 착용하면서 주목받은 후 현재까지 누적 450만 족 이상 판매된 ‘574’ 시리즈 등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는 한정판 전략으로 기적과 같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소비자가 고객이 단순히 기업의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팬은 기업이 어떤 물건을 팔든 구매하는 사람입니다. 결국 브랜딩은 고객의 신뢰를 얻어 팬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팬덤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을 잊지 않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속해 지켜야 합니다. 무한경쟁의 시대, 팬이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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