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옛 소년잡지의 부록... 누구에겐 추억, 누구에겐 어른들의 상술

어느 소년잡지 애독자가 왝더독 마케팅을 보는 시선... 기업 마케팅의 빛과 그림자

안용호 기자 2023.04.24 17:32:58

40여 년 전 소년잡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 이름만 되뇌어도 그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동네마다 서점이 꽤 있었습니다. 서점 문 앞에 소년잡지 발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을 때면 친구들과 함께 넋을 놓고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린 눈을 사로잡은 건 잡지의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부록이었죠.

조립 완구나 신기한 실험 세트 등이 부록으로 붙었는데 그걸 손에 넣으려고 부모님을 졸라 잡지를 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록을 산 건 지 잡지를 산 건 지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마케팅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 사이에서 유행하는 왝더독(wag the dog) 마케팅은 강아지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로 경품이 본품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마케팅을 말합니다. 본래 왝더독은 금융·재무 분야에서 선물 시장에 의해 현물 시장이 좌우되는 현상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용어의 쓰임이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맥도날드 앞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해피밀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사은품으로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슈퍼마리오 한정판 10만 개는 사흘 만에 완판되었고 해피밀의 판매량은 약 10배 증가했습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기업들의 왝더독 마케팅을 특집기사로 다룹니다. 2014년 맥도날드 앞의 풍경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재현된 것입니다. 지난해 16년 만에 재출시된 SPC삼립의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졌습니다. 포켓몬빵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40여 일 만에 1000만 봉이 동이 났습니다. 빵 봉지 안에 동봉된 띠부띠부씰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난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는 편의점 업계가 활짝 웃었습니다. GS25는 인기 캐리터 짱구와 크로우캐년과 손잡고 미니캐리어를 세트 상품으로 내놨습니다. 초콜릿, 과자 등이 담긴 미니캐리어는 한정 수량 5천 개가 밸런타인데이 1주 전에 이미 동났습니다..

주류 업계도 기분 좋은 주객전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진로의 캐릭터 두꺼비를 전면에 내세워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를 열고 다양한 굿즈를 팔고 있는데 MZ세대 사이에서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오비맥주도 온라인 몰에서 미스트 스프레이를 뿌릴 수 있는 워터 스프레이팬, 한맥 크림 맥주 디스펜서, 액자 테이블 등 옛 소년잡지의 부록처럼 신기한 아이템들을 들고 고객들에게 손짓하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꾼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면서도 이자가 아닌 수수료·속도·팬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없애고, 대출한도 조회 등 속도 마케팅으로 ‘팬심’을 쌓으며 고객에게 카카오뱅크가 꼭 필요한 이유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쿵야레스토랑즈’는 게임 IP 쿵야를 활용해 스핀오프 브랜드를 만들고 다양한 콘텐츠를 고객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 쿵야 레스토랑즈 행운상점에서는 캐릭터 인형과 키링, 행운엽서, 포토카드 등 디자인 굿즈 20여 종이 든 행운박스를 선보여 1시간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40~50년 전 어린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소년잡지와 부록. 사진=코베이옥션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왝더독 마케팅은 기업 입장에선 엄청난 매출과 판매량으로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줍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이 주객전도의 소비가 건전한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굿즈나 증정품을 얻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사고파는 것은 친환경적인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정판 굿즈 서머 레디백 17개만 챙긴 채 300잔의 음료를 버리고 간 고객의 예는 분명 자원 낭비이자 환경 파괴입니다.

자신만의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왝더독은 새로운 소비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에 더해지는 새로운 콘텐츠나 사은품은 소비자와 브랜드를 팬심으로 엮어주기도 합니다.

40여 년 전 소년잡지의 부록이 누구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누구에게는 얄팍한 어른들의 상술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왝더독 마케팅의 건전한 효과는 결국 기업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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