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엑스포, 1893년 시카고박람회처럼 MZ세대의 놀이터로

과거와 미래, 예술과 과학, 우리가 만나는 장소... 소통과 연결이 부를 창출한다!

안용호 기자 2023.05.08 17:08:58

수세식 화장실, 재봉틀, 고무 타이어, 전화, 엘리베이터, 이동 보도, 엑스레이, 아이스크림, 전자계산기, 텔레비전, 에펠탑, 회전 관람차, 자유의 여신상, 피카소의 ‘게르니카’, 아이맥스 영화…. 이들의 공통점은 엑스포를 통해 세상에 등장한 문명이라는 점입니다.

오룡 교수의 저서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다우)는 ‘지상 최대의 쇼’라 불리는 엑스포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과학적, 혁신적 활동상과 그것이 몰고 온 세상의 변화를 소개합니다. 세계 최초의 세계박람회는 1851년 런던박람회였습니다. 대영제국의 위풍당당함을 전 세계에 과시한 이 박람회는 거대 기중기, 기관차, 선박용 증기엔진, 굿이어 타이어 등을 선보이며 당대 기계문명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5번째 박람회인 1889년 파리박람회는 에펠탑이란 기념비를 인류에게 남기기도 했습니다. 2010년 상하이박람회는 ‘잠에서 깬 용’ 중국의 포효를 들려주었습니다. 상하이박람회는 개도국에서 개최된 최초의 세계박람회로 190개 국이 참가, 7300만 명의 관람객 유치로 세계 최대 규모 박람회로 기록됩니다.

구한말 국악 공연과 민속품 전시를 통해 세계박람회(시카고박람회)에 첫선을 보였던 한국은 100년 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개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대전엑스포를 통해 우리나라는 첨단 생산 기술과 풍부한 문화 역량을 보유한 산업 강국이자 소프트파워 국가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해양과 환경 문제를 주제로 삼았던 2012년 여수엑스포는 한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IT기술을 총동원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오감으로 경험하는 전시 환경을 조성하고 해양에너지 활용, 해수 담수화, 해양오염 제거, 해양 교통수단, 생태자원 다양성, 기후변화대응, 연안 통합관리 등 해양 분야의 미래 기술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챗GPT에 부산엑스포 개최 효과를 물었더니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도시 및 국가 브랜드의 상승으로 국가 전체로 이익이 확대될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엑스포 유치 시 61조의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부산시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11개 주요 기업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간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홍보에 나선 이유입니다. 2030 엑스포 유치경쟁은 부산, 리야드(사우디), 로마(이탈리아) 3파전으로 최종 개최지는 올해 11월 BIE(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 170개 국가의 비밀투표에 의해 결정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부산 시민, 주한 외국인과 함께 만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 영상 2개 시리즈 37편의 조회수가 지난 25일 기준 7천459만 회를 기록했다고 4월 26일 밝혔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번 호 문화경제는 바로 이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선 기업들의 뜨거운 열기를 특집기사로 다룹니다. 먼저 국내 대기업들은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대기업 총수들은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외교사절 및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외교관 못지않은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부산엑스포 유치 TF를 꾸린 삼성의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중남미 방문 시 멕시코와 파나마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고 네덜란드 총리와도 만나 부산엑스포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TF를 꾸린 현대차그룹은 2022년 6월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개최된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후보국 2차 경쟁 설명회(PT)에 민간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소속 연구원이 대표 연사로 참석했으며, 전 세계에 구축된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 등을 활용해 국제박람회기구 회원국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내는 실질적인 득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해외 현지 방문과 방한 인사 면담 등을 통해 20여 개국 고위급 주요 인사들을 40여 회 접촉하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전기차 생태계의 확산과 친환경 글로벌 리더십 확대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와 도시, 기업이 상생하는 이상적인 전략인 거죠.

의외의 일등 공신은 게임업계입니다. 전 세계 게임 팬에게 부산은 이미 친숙한 도시입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국제게임전시회인 ‘지스타’,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등을 부산에서 꾸준히 개최해 왔고, 라이엇게임즈의 경우 부산서 리그오브레전드 e-스포츠대회를 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부산은 이미 성지인 셈이죠.

이번 부산엑스포가 게임업계의 부산처럼 세계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업들의 상상력을 현실로 보고 즐기는 개방과 진보의 놀이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세계 최초 놀이공원 ‘미드웨이 플레이선스’와 회전관람차 ‘페리스 휠’이 설치돼 ‘놀이터가 된 박람회장’으로 불렸던 1893년 시카고박람회의 놀이 안에 에디슨의 축음기와 영사기, 전등, 전열기구 등이 전시되었듯 말입니다. MZ세대의 부산엑스포는 이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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