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와르 강타 괌 한국 관광객 3천200명, 식수 부족· 노숙 ·임산부와 노약자 비상

현재 우리 관광객 우리 영사관 연락 두절... 당뇨약 등 만성질환자 지원 시급

안용호 기자 2023.05.26 11:32:14

5월 25일 괌의 한 호텔에서 태풍 마와르로 인해 객실로 들어가지 못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호텔 연회실에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자 제공

휴양지 괌을 '슈퍼 태풍' 마와르가 강타하면서 현지 공항이 폐쇄되고 단전·단수 사태가 잇달아 한국인 관광객 3천명 이상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태풍이 지나간 뒤 현지 당국이 시설 복구에 나섰지만, 공항 복구와 운항 재개가 6월 1일 전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여행객들의 피해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괌 주재 공관인 주하갓냐 출장소(이하 괌 출장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괌에 왔다가 비행기가 뜨지 않아 귀국하지 못한 한국인 여행객이 3천200여명 정도 된다"며 "대부분 호텔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태풍이 온 시점에는 당국의 경보 발령에 따라 모두 실내에 머물렀기 때문에 우리 동포나 관광객의 인적 피해는 접수된 바가 없다"며 "하지만 호텔 등에 단수와 정전이 이어져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괌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를 보면 일부 호텔은 숙박 연장을 거부해 호텔 로비나 연회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풍으로 주택이 부서지는 등 피해를 본 현지 주민들이 호텔로 들어와 숙박하면서 객실이 꽉 차 호텔 측이 기존 숙박객의 체류를 연장해주지 않는다는 전언도 있다.

한 여행객은 "욕조에 물을 받아 놓긴 했는데 물이 안 나오니 세수도 못 하고 너무 답답하다"며 "어제 받아놓은 물은 다 흙탕물"이라고 단수 피해 상황을 전했다.

또 현지 식당이나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 등을 구하기 위해 어느 한인 마트가 영업 중인지 등을 묻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지병이 있는 모친과 함께 왔다는 한 여행객은 어머니가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다 떨어졌다면서 이 약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괌 출장소 관계자는 "우리 여행객들이 장기 체류로 복용하던 의약품이 소진되는 문제 등 급한 부분부터 시작해 요청이 들어온 사안별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괌 현지에 머물고 있는 우리 관광객과 전화 연결을 했다. 이 관광객에 따르면 우리 여행객 중 일부는 호텔 근처에서 노숙하고 있으며 한국 관광객끼리 채팅방을 통해 정보를 공유해 호텔룸을 쉐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식수가 부족해 수영장 등에 고인물을 사용하기도 하며 당뇨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약이 떨어져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했다. 관광객 중에는 임산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외교부의 괌 출장소는 이들 관광객들의 문의와 요청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당 관광객은 “아예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괌 출장소 관계자는 “괌 당국은 6월 1일 공항 운영 재개를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공항 내부에 들어찬 물을 빼내고 활주로 상태를 점검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객들의 체류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현지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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