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교로 풀어보는 주역철학 - 우익지욱, ‘주역선해’를 통해 유교와 불교를 아우르다

최영태 기자 2023.06.05 14:46:42

우익지욱 지음, 최세창 번역 / 운주사 펴냄 / 512쪽 / 2만 7000원

주역은 유교의 5대 경전 중 하나이고, 유교의 시조인 공자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는 책이다. 유교 또는 중국 전통 철학의 출발점 격인 이 책을, 유교의 반대쪽 극단에 있는 불교 쪽에서 해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 이번 신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운주사가 펴낸 ‘불교로 풀어보는 주역철학’은 명나라 말기의 선사 우익지욱이 승려의 입장에서 유교의 고전 중의 고전을 해석한 책이다.

한국을 흔히 유교의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공자 철학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힘든 측면도 있다. 왜냐면 고려 말에 받아들여 조선이 ‘국교’ 차원으로 받들어모신 주자학(성리학)은 사실 유교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 당나라 시대를 휩쓴 불교의 영향을 받아 불교적 요소를 주자가 유학 안에 통합해 만든 ‘신(新)유교’였기 때문이다.

주자학이 불교를 탄압하고 천대했지만, 조선 시대 내내 불교가 그 명맥을 유지한 데는 이처럼 성리학 자체 안에 불교적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유교가 불교를 탄압한 내용은 잘 알지만, 불교 쪽에서 유교를 해석한 내용은 잘 모른다. 우리 역사가 그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명나라 말기 4대 고승으로 추앙받는 우익지욱 선사의 ‘주역선해’는, 불교적 관점에서 주역을 해석하면서 주역과 불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양자를 융합-회통하려 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번 신간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주역선해는 어떤 책인가?’는 ‘주역선해’에 대한 전반적인 해설을 담았다. 유교 경전을 불교적(선적) 사유로 해석함으로써 유가와 불가의 융화(회통) 가능성을 시도했다는 시대적 산물이라고 해석해준다.

제2부 ‘주역선해 역주’는 원저에 대한 번역과 강설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 철학의 핵심인 ‘계사전’을 시작으로 나머지 오전(五傳), 상경(上經), 하경(下經) 순으로 풀어나간 원저는 주역 공부는 이런 순서로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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