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의 성공 비결 ‘우리 옷 사지 마세요’

환경 위해 옷 최대한 수선해 입자고 호소하는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기업

안용호 기자 2023.06.08 16:32:25

파타고니아는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파타고니아 조끼’의 주인공이자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기업입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파타고니아를 입는 것으로 자신의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곤 합니다.

파타고니아의 성공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최고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라이팅하우스)은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이 기본이 된 시대에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원칙과 비전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본 쉬나드는 전설적인 등반가, 서퍼, 환경운동가이자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파타고니아 인코퍼레이티드의 설립자 겸 소유자입니다.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며 우리 명산을 등반하기도 했던 그는 1957년 등반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시작으로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든 것은 피톤이었지만 피톤이 암벽을 손상한다는 것을 깨닫고 피톤 대신 바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초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1972년에는 의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점점 성장해 가면서 쉬나드는 자신만의 사업 방식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해, 전통적인 기업 문화를 탈피해 일터를 자유롭고 즐겁게 만들고, 환경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환경 피해를 줄인 기능성 원단 캐필린과 신칠라를 개발했으며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제작하고, 매출의 1퍼센트를 자연환경의 보존과 복구에 사용하는 ‘지구세(Earth Tax)’를 도입하기도 했죠. 최근에는 고객들이 쓰레기를 늘리지 않도록 평생 수선을 책임지는 ‘원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에 UN지구환경대상 기업가 비전 부문을 수상했으며,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사명 선언문을 바탕으로 지금도 자연과 스포츠의 야생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강하천의 흐름을 막는 보를 철거하자는 파타고니아코리아의 ‘푸른심장’ 캠페인. 이미지=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쉬나드는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보유한 기업 지분(30억 달러, 약 4조 원)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환경보호 활동 기금으로 내놓아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올해는 미국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5월 31일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3월 미국인 1만6310명을 대상으로 브랜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파타고니아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를 위한 행보를 통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목적이 오로지 이윤 추구였다면 파타고니아는 이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기업들의 노력을 특집으로 다룹니다. KT&G는 최근 기획전 ‘지구에 커튼을 쳐 줄게’를 열고 있습니다. 김유정, 임영균, 장용선, 정유미, 현남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환경으로, 환경과 문화예술을 접목해 눈길을 끕니다. 롯데백화점은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행사 ‘디어, 마이 플래닛’을 펼치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전개하는 ESG 캠페인 ‘리얼스(RE:EARTH)’의 일환입니다.

건설기업 DL건설은 ‘그린 챌린지’ 캠페인을 통해 환경 활동 노력과 성과가 뛰어난 우수 직원과 현장을 선발해 칭찬합니다. 오비맥주는 2024년까지 기존 페트병 제품을 재활용 페트로 교체합니다. 이 기업은 맥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의상이나 액세서리 같은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올 9월 패션쇼를 열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은행, 증권사와 같은 금융업계도 ESG 채권을 운용하고 생물다양성, 해양환경 보존 분야에 투자하며 환경 문제 개선에 동참합니다.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판교R&D센터를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해 친환경 비전을 실천합니다. 동시에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게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Don't Buy This Jacket(꼭 필요하지 않으면 이 재킷을 사지 말라)”이라는 충격적인 파타고니아 광고만큼이나 우리 기업들의 다양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시도도 참신합니다. 중요한 건 진정성과 연속성입니다. 돈을 위해 원칙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파타고니아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된 우리나라 강하천의 흐름을 막는 보를 철거하자는 ‘푸른심장’ 캠페인이 보는 이의 심장을 또 두근거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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