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시비로 백과사전까지 오른 ‘평택역 국제공모 1등’ … 애플 광장과 얼마나 닮았기에?

"표절 아니다" 해명 불구 전문가-일반인의 "너무 비슷" 의견 계속

최영태 기자 2023.07.11 10:55:47

유리 구조물 속의 분수를 바라보면서 진입하게 돼 있는 밀라노 애플 스토어의 선큰 구조(위)와 미디어 월을 바라보면서 진입하게 돼 있는 평택역 개선안 1등 당선작의 조감도. (위 사진=애플, 아래 사진=KG엔지니어링) 

평택시가 180억을 들여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내 중심부의 개선 디자인이 해외 유명 건축물과 너무 닮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평택시는 지난 4월 4일 평택역 광장 개선안 국제설계공모 1등 당선작으로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의 ‘Timeless LINE’을 선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https://youtu.be/W7cyOmAu17I)에는 첫 댓글로 “평택역 광장을 노먼 포스터한테 맡겼나요…? 그 유명한 밀라노 애플 스토어가 여기 있네…ㅎ”(유튜브 아이디 sueldah)가 달렸다.

평택시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 

그러다 급기야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나무위키의 ‘표절/건축’ 항목에 가장 최근 표절 사례로 [5.13. 밀라노 Apple Piazza Liberty와 평택역 광장 Timeless LINE] 사례가 실렸다.

나무위키의 해당 항목 문장은 다음과 같다.

“평택역 광장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의 ‘Timeless LINE’이 선정됐다. 하지만 당선작이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애플 스토어 ‘Apple Piazza Liberty’와 유사하다는 표절 의견이 제기됐다.
Apple Piazza Liberty는 2018년 7월 개장했다. 영국의 건축 설계 회사 Foster + Partners가 디자인했으며, 광장에서 광장 아래에 개발된 애플 선큰 스토어로 진입하는 두 가지 방식이 특징이다. 특히 8m 높이의 유리 벽 오브제와 분수가 두드러지며, 유리 벽의 옆면과 연결된 계단을 통해 선큰으로 내려간다. 또 옆 건물에서 선큰 스토어로 진입하는 계단식 광장 역시 특징이다.”

나무위키의 '표절/건축' 항목에 등재된 평택역 광장 개선안의 표절 시비 부분. 

현재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 중 하나인 평택 시가 시의 면모를 새롭게 하기 위한 랜드마크(기념비적 건축물)로서 평택역 앞 광장 레노베이션(개선)을 추진 중이고, 앞으로 810억 원을 쏟아부을 예정인데 그 첫걸음부터 표절 시비가 걸려 있는 상태다.

개선안을 위한 국제 공모에는 국내 12작, 해외 6작 등 모두 18작이 응모했다.

KG엔지니어링의 설계안은 현재 지하 시설이 없는 평택역 앞 광장을 지하로 파고들어가 계단식 ‘선큰(sunken, 가라앉은)’ 구조로 바꾸면서, 계단식 지하 공간으로 진입하는 정면에 미디어 월(media wall: 영상물이 상영되는 구조물)을 설치한 게 특징이다. 뒤쪽으로는 소형 분수 구조물이 있다.

평택역(왼쪽)에서 미디어 월(오른쪽)을 바라보면서 진입하도록 돼 있는 ‘Timeless LINE’의 선큰 구조. (사진=평택시 유튜브 화면 캡처)

그런데, 영국의 설계 업체인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2018년 개장해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밀라노 애플 광장(Apple Piazza Liberty)에도 지하로 내려가는 선큰 구조에 앞쪽으로 유리 벽 속의 분수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애플 광장의 분수를 뒤쪽으로 보내고, 분수 구조물 자리에 미디어 월을 설치하면 평택역 개선 1등 설계와 비슷해진다는 지적이 건축학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Timeless LINE’의 선큰에는 앞쪽으로 미디어 월이(사진 왼쪽에 일부가 보임)이, 그리고 뒤쪽에는 분수가 있다. (사진=KG엔지니어링 유튜브 화면 캡처) 

한 건축학과 교수는 ‘Timeless LINE’의 표절 의혹을 다음 5가지를 정리했다.

1. 밀라노 애플 광장과 마찬가지로 유리 구조물을 바라보며 극장식으로 앉을 수 있게 한 공간 구조가 같다.
2. 구체적으로 선큰(sunken)이라는 공간 구조에 스탠드(stand)와 계단을 설치하여 지하 공간으로 진입하게 했다.
3. 진입하는 지하 공간의 입면을 유리 벽으로 만들어 지하 공간으로의 투시가 가능하게 하였고, 조명을 통해 특화된 야간 경관을 연출한다.
4. 지하 입구 상부의 유리 구조물과 분수는 밀라노 애플 광장의 아이콘 역할을 하는 오브제인데, 평택에서도 유사한 비율을 가진 유리 구조물을 지하 입구 상부에 위치시켰다.
5. 공간을 구성하는 소재와 색상 등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표절이 의심된다.

이 설계안에 대해서는 심사 현장에서도 표절 의혹이 바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인 심사위원 중 2명이 “유사하니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러한 문제 제기에 따라 KG엔지니어링 측은 ‘왜 표절이 아닌지’를 해명하는 보충 자료를 별도로 제출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보충 자료 이후에야 심사위원단으로부터 1등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KG엔지니어링의 배상운 전무(건축사)는 이에 대해 “발주처(평택시)가 관련 답변을 공문으로 요청해와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한 변호사의 ‘문제가 없다’는 법률 검토서를 첨부해 발주처에 제출했다”고 '주간 문화경제 by CNB저널'에 밝혔다.

선큰 방식의 계단식 구조와 유리 구조물 등이 표절이라는 지적에 대해 배 전무는 “△계단식 광장을 통한 선큰 진입 방식 △계단식 광장 맞은편에 유리 구조물을 설치하여 마감을 돋보이는 방식 △구조물 내부에 들어갈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선큰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을 두는 방식은 여러 기존 건축물들, 즉 벨기에 브뤼쉘 광장의 선큰, 중국 노드디자인유니온 사옥의 선큰 구조, 독일 프랑크프루트 멘사 본슈나이더슈마허 선큰, 국내 신한은행 연수원 선큰 광장 등에서 이미 구사된 방식으로 밀라노 애플 광장만의 독창적 디자인이 아니다”며 “계단식 선큰 광장 구조에서 나타나는 통상적인 공간 구조 방식”이라고 답변했다.

사각형 선큰 구조는 통상적인 공간 구조 방식이며, 표절로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국제 공모에서 2~4등을 차지한 다른 작품들을 보면, 2등작 ‘평택 문화들역’은 쌀알을 통해 평택의 정체성을 표현하느라 쌀알 모양의 선큰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3등작 ‘Next Pangaea: 미래를 위한 통합’ 역시 변형된 타원형 형태로 평택강 주변 지형을 형상화했기 때문에, 밀라노 애플 광장 같은 사각형 선큰 구조와는 완연히 다른 모양새다.

쌀알 모양을 활용한 2등 당선작 ‘평택 문화들역’. (사진=평택시 유튜브 화면 캡처) 
평택강 주변 지형을 형상화한 3등 당선작 ‘Next Pangaea'. (사진=평택시 유튜브 화면 캡처) 

‘유리 구조물이 밀라노 애플 광장과 너무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배 전무는 “밀라노 유리 구조물 안에는 분수가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미디어 글라스’로서 다양한 홍보와 전시, 시민들의 축제 및 문화 활동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유리 구조물의 구성과 용도가 밀라노 애플 광장과 상당 부분 다르다”고 강조했다.

애플 측이 2018년 3월 트위터에 내보낸 이미지. "밀라노 애플 광장의 분수 구조물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상물을 상영하는 행사를 내년에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밀라노 애플 광장의 분수를 일종의 '미디어 월'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애플 측도 진작에 갖고 있던 것을 드러내보이는 이미지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 그는 “밀라노 애플 광장은 분수 및 유리 구조물을 활용하여 선큰 광장 및 지하 시설을 건축해 상업 시설을 설치한 것이지만, 우리 설계 공모안은 지하 연결 공공 보행 통로와 편의 공간을 건축함으로써 평택 시민들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복합 문화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므로 양자의 건축 개념과 설계 내용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그 결과 건축물의 심미감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공모 주최 측인 평택시는 KG엔지니어링의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문화경제에 “당선 업체가 제출한 보충 자료를 보면 용도나 재질 이런 것들이 밀라노 애플 광장과 다른 차이점들이 상당히 있다”며 “이번 국제 공모에서 광장 디자인은 전체의 한 부분(오브제)일 뿐이고 저희가 요구한 것은 광장 디자인과 인근 교통망까지 포함하는 마스터 플랜이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Timeless LINE’를 1등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도나 재질 등에서 밀라노와 차이가 나며, 마스터 플랜 전체를 봐야지 일부분인 사각형 선큰 구조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각형 선큰 구조와 앞쪽의 미디어월, 뒤쪽의 분수가 광장 개선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이기 때문에, “전체를 보면 표절이 아니다”는 주장에는 논쟁의 소지가 없지 않다.

지난 4월 4일 정장선 평택 시장이 국제 공모 당선작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평택시 유튜브 화면 캡처)

평택시 관계자는 “건축물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권리가 침해됐다며 법적 문제를 제기하면 KG엔지니어링이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을 받고 심사위원회가 결정을 내렸고, 심사위원회 입장을 평택시는 존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문제 제기를 하면 대응해야 하는 것이지 저작권자는 가만히 있는데 제삼자가 ‘닮았으니까, 유사해 보이니까 선정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한다고 해서 심사위원단의 최종 결정을 발주처가 엎어 버린다면 그 자체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G엔지니어링의 배 전무 역시 “공모전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언론이나 발주기관(평택시)에 악의적으로 민원을 넣어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심사위원회의 결정 및 사실과 다른 내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용역 진행에 어려움을 야기한다면, 명예훼손 및 보안 위반 등 악의적인 사항으로 판단하여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포스터 앤 파트너스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그리고 이미 KG엔지니어링과 정식 계약을 맺고 내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완공 예정인 평택시가 표절 논란이 계속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사다.

 

<알림: 평택역 국제공모 관련 기사는 추후 2편이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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